[평택시민신문] 아주 더운 날이 쉼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날 시원하게 책 속에 퐁당 빠지는 것이 최고의 묘책인데 뜨거운 날씨처럼 내 마음이 요동치는 중이니 책읽기에 집중할 수 없어 책장만 휘리릭 훑으며 시간을 하릴없이 보내는 중이다.
일전에 한 회원이 책이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는지를 질문 했다. 단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는 하나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복 많은) 경우이고,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내가 가는 길의 방향일 수 있으니 책을 읽으면서 시나브로 그렇게 아주 조금씩 조금씩 삶이 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현재 책읽기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책속에 길이 있다고 외치고 싶지만, 내 손안의 인터넷-핸드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물론 문명의 이기를 정말 걸맞게 잘 쓰는 사람도 있고 실지로 꼭 필요한 경우도 여럿이지만, 그 편리함이 이제는 인간을 무능하게 만드는 지점에 이른 듯하다. 소득 분배의 양극화(부익부 빈익빈)가 심화되듯, 책으로 가는 환경조차 양극화가 극성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변화중이다. 새롭고 정의로운 평등 사회를 위해 어렵사리 한 발자국 걸음을 떼었지만, 그것은 여전히 후퇴이거나 답습 혹은 내 안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행위일 때가 많다. 앞으로 민주사회로 가는 길에는 그런 함정이 더 많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만난 많은 인물과 사건은 무딘 나를 조금씩 조금씩 깨운다. 남들 다 오케이 할 일을 그렇게 할 수 없고,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이해한 것을 더 잘 소통하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지고 이해가 아닌 오해로 점철되기도 한다. 내 안의 혼란과 함께 여러 혼란이 겹친다, 자중지란이다. 하지만 예민하고 까칠해지는 내가 나쁘지만은 않다.

인간은 경계의 삶을 산다.
그 속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인 듯하다.


【나는 경계에 있을 때만 오롯이 '나'다. 경계에 서지 않는 한, 한쪽의 수호자일 뿐이다. 정해진 틀을 지키는 문지기 개다.(8쪽)
경계에서야 비로소 변화와 함께 할 수 있다. 변화는 경계의 연속적 중첩이기 때문이다.
혁명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따라 계속 변절하는 힘의 활동일 뿐이다.
'뚜껑'을 덮은 채, 하던 싸움이나 계속 해대려는 사람은 혁명가일 수 없다. 완장 찬 '반항아'일 수는 있다.(41쪽)
자기가 자기에게 친구면 족하다. 자기가 자기에게 동조자면 충분하다..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포착한 그 시대 의식으로 자기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141쪽)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 교양인이 되기 위해서다....그것은 교양인으로서의 삶을 충실히 살아서 자신의 삶 자체를 예술적 단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다. 삶을 완성의 경지로 승화시키는 것이다.(279쪽)】
(<경계에 흐르다>최진석/소나무)

【저는 오로지 어떤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일을 하라고, 그리고 그 일의 중요성을 믿으라고 여러분께 촉구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신뢰하지 않는 일을 굳이 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그리고 책을 읽으십시오. 항상 읽으십시오. 읽는다는 것은 원칙의 문제로, 자존심의 문제로 삼으십시오. 읽는다는 것을 인생의 영양분으로 삼으십시오.(53쪽)
책은 인간 경험의 확고한 자본이며 인간 정신의 모든 부이므로, 책은 여러분이 더 크고 더 잘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여러분이 더 크고 나아지도록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항상 각자의 관심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서 책을 읽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너무 중요한 일이므로 반드시 해야만 한다.(127쪽)】
(<너는 특별하지 않아>데이비드 맥컬로/민음사)

시도 때도 없는 예기치 않은 한방의 펀치 혹은 작은 헛스윙이 삶속에서 계속되겠지만, 이제 체질화된 책읽기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을 믿는다.
책을 계속 끊이지 않고 읽을 수 있다면 시작된 노화에도 불구하고 삶의 생동감이 좀 더 유지될 테고, 책을 읽지 않는(읽기 어려운) 이 시대에 책을 끈기 있게 그것도 즐겁게 읽으려 애쓰는 젊은이가 있다면 그는 필시 최상의 복을 지닌 사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남과 다른 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 힘은 나의 책읽기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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