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희 수석교사(라온중)

이중섭은 가난하고 고단한 두부노동자 삶 속에서도
열정과 즐거움으로 훌륭한 낙서화를 탄생시켰다
삶과 예술의 경계가 사라지는 융합적인 삶을 산 것이다

이도희 수석교사(라온중)

[평택시민신문] “무더위를 피해 주민센터에 찾아온 개”가 있다. 7월 20일 오후 광주의 한 주민센터에 무더위에 지친 개가 찾아들어 에어컨 아래에서 4시간을 쉬고 갔다는 소식이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불볕더위에 개가 주민센터 안에 들어온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요즘 날씨가 너무 무덥다. 특별한 계획이 없는 여름이라면 체감 무더위는 더 심할 것이다. 융합 독서를 통해 무더위를 극복하면 어떨까. 융합 독서는 무더위를 극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된다. 융합적 내용 찾기가 발휘된 융합 독서는 정신적인 빙하(氷河)를 만들어준다. 기초적인 입장에서 융합 독서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첫째, 융합(融合/convergence)의 의미는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일반적인 의미의 융합은 “다른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을 말한다. 심리적인 의미는 “둘 이상의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통일된 감각을 일으키는 일”을 이른다. 그 사례로, “*역사 소설은 역사적 사건과 소설의 허구성을 융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은 언어적 예술양식에 작가의 개성과 사상이 융합되어 있어야 한다. *산타마리아 성당은 건축, 조각, 회화가 혼연 융합되어 현란한 장식성을 보여준다. *추상(抽象)의 방법을 통하여 동양화와 서양화는 융합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무아(無我)의 경지는 마음과 대상이 하나로 융합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정치의 목적은 사회의 이질적인 요소를 전체 구성원의 공동 목표로 융합해 나가는 데 있다.”를 들 수 있다.

  둘째, 기초적인 융합 독서는 어떻게 할까. 1)자신이 선택한 책을 읽으면서 융합적인 내용을 찾아 밑줄을 친다. 2)찾은 융합적 내용을 독서기록장 등에 그대로 적어본다. 3)자신의 관점에서 그것이 왜 융합적 내용인지 분석해 본다. 4)융합적 내용이 겉으로 제시되지 않은 경우는 대조적인 성격의 등장인물,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융합해 본다. 5)자신의 배경지식, 경험과 관련하여 독서의 융합적 내용을 논술로 작성해 본다. 개미와 베짱이 우화를 사례로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겨울을 대비해 음식을 모으는 부지런한 개미, 그리고 따뜻한 계절 동안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낸 베짱이는 굶주림에 시달리다 개미에게 음식을 구걸하고 개미는 도와주면서 베짱이의 게으름을 비난한다.>> 여기서 상반된 내용을 찾아 독서기록장에 적고, 어떻게 하면 융합 독서학습이 될까 생각해 본다. 쉽게 생각하여 상반된 삶의 방식을 가진 개미와 베짱이를 융합하면 된다. 나아가 융합 내용을 자신의 배경지식,  삶의 방식과 관련지어 논술을 써보는 것이다. 개미와 베짱이를 융합하면,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개미), 자신의 적성을 살려 열심히 취미 생활하는(베짱이) 삶의 방식이 창조된다. 오늘날 개미+베짱이의 융합은 합리적인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개미처럼 고된 일만 하면 과로사할 수 있고 베짱이처럼 놀기만 하면 삶의 질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하면서 놀고 놀면서 일하는, 경계가 사라진 삶의 방식이 개미+베짱이를 융합한 결과다.

  셋째, 독서를 통해 융합의 사례를 찾아 위의 순서대로 같이 생각해 보자.
  1)자신이 선택한 책을 읽으면서 융합적인 내용을 찾아 밑줄을 친다. >>>      이중섭의 눈빛만은 맑은 샘물 같았다. 그 샘물은 아주 깊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폭발적인 힘과 어떤 신선함 같은 것을 담고 있었다. 열정적인 영혼의 불꽃과 그윽함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눈빛이었다. “자넨 언제 이런 그림을 그리나? 낮엔 부두에서 일하고, 밤엔 우리들과 술을 마시고 나서 곯아떨어질 텐데 말야.” 김병기는 이중섭의 은박지 그림을 옆에 있는 다른 화가들에게 보여주며 감탄의 말을 늘어놓았다. “밤늦게 집에 들어가면 잠이 안 와. 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지. 그리고 부두에 나가 일할 때도 틈틈이 쉬는 시간에 그림을 그린다네. 그래서 내가 낙서화라고 이름을 붙인 걸세. 이게 사실은 앞으로 나의 대작이 될 그림의 밑그림인 셈이지. 이 낙서화란 게 아주 재미있어. 언제 어디서나 틈만 나면 그릴 수 있으니까.” 이중섭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엄광용, 『이중섭의 고독한 예술혼』, 도서출판 산하, 142쪽, 2006.) 
  2)찾은 융합적 내용을 독서기록장 등에 그대로 적어본다. >>> (독서기록장에 그대로 적어놓음.) 
  3)자신의 관점에서 왜 그것이 융합적 내용인지 분석해 본다. >>>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중섭은 무척 가난했다. 그럴수록 그림에 대한 예술혼을 강렬해져 그림만 그리면 폭발적인 에너지가 분출됐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중섭의 부두에서 막노동의 ‘일+가난+열정+영혼+술+즐거움+그림’이 융합되어 낙서화(落書畵)라는 예술을 탄생시켰다. 그런 점에서 이중섭의 삶과 예술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4)융합적 내용이 겉으로 제시되지 않은 경우는 대조적인 성격의 등장인물,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융합해 본다. >>> 겉으로 드러난 관점에서 보면 상반된 내용의 융합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석해 보면 이중섭의 부두 일과 그림은 상반된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중섭에게 부두 일은 고된 일이고 그림을 그릴 때는 즐거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상반된 두 가지가 열정, 혼, 술 등의 매개체로 ‘일+가난+열정+영혼+술+즐거움+그림’ 등이 융합되어 모두가 감탄하는 낙서화가 탄생한 것이다.     
  5)자신의 배경지식, 경험과 관련하여 독서의 융합적 내용을 논술로 작성해 본다. >>> 이중섭은 부두 노동의 삶, 고됨 속에서 고독한 예술혼으로 그림에 몰두하여 낙서화를 탄생시켰다. 이중섭에게는 삶이 예술이고 예술이 삶인 셈이다. 삶과 예술의 경계가 사라진 것은 융합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중섭의 융합적 내용을 생각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의 삶이란 어떤 삶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고독한 삶의 추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삶이 가치와 일치된 융합적인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이중섭의 융합적인 삶처럼 하루하루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겠다.

  무더위를 피해 주민센터에 찾아온 개의 이름은 ‘댕댕이’다. 댕댕이는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멍멍이’라는 뜻으로 대신 쓰는 말이다. 멍멍이와 댕댕이의 글자 모양이 비슷하고 발음이 쉽다는 점을 이용하여 재미있게 적은 것이다. 36도가 넘는 무더위에 주민센터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댕댕이가 이끌려 들어온 것이다. 주민센터의 공무원들이 쫓아내려고 했으나 댕댕이가 애교까지 부리며 4시간 동안 피서를 즐겼다는 것이다. ‘폭염+에어컨=피서’를 생각한 댕댕이도 융합을 아는 셈이다. 우리는 융합 독서활동을 댕댕이처럼 생각하면 어떨까. 댕댕이가 주민센터에 찾아가 무더위를 잊듯, 우리도 독서의 융합적 내용을 찾아 무더위를 잊으면 된다. 우리는 댕댕이를 보면서 ‘여름+에어컨+귀여움+애교+폭염+즐거움=피서’ 등의 융합적인 생각을 하였다. 댕댕이가 버릇없다는 생각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앞서는 이유다. 바로 융합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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