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전에 경청을, 판단하기 전에 이해를, 시비하기 전에 존중을

장동화 비전동 주민

[평택시민신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5월 어느 날 엘리베이터안 한 장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000호 6월 1일~30일까지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합니다. 소음에 양해 바랍니다. 00인테리어 대표

이왕 붙일 거라면 인테리어 대표가 아닌 집주인이 붙여야지.
한 달 공사는 주말 상관없이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바닥마감부터 모든 공사를 진행하였다. 공사 소음으로 아래층 사는 우리 가족은 집이 쉬는 공간이 아닌 스트레스를 주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아침의 단잠은 사라졌고, 기숙사에 있는 애들은 한 달 동안 집이 시끄러워서 못오겠다고 하고, TV 소리는 최고로 높게 해야지 볼 수 있는 상황 이였다. 한마디로 모든 일상이 깨어진 정상적인 삶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아파트간의 경우 수평적인 동 간격을 확보해서 앞집이 보이지 않게 법으로 잘 정비 되어 있다. 하지만 수직적인 간격에 대한 기준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람 사는 공간에는 일정한 공간이 확실히 필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우연찮게 평택시에서 진행 예정인 ‘이웃분쟁 조정 전문가 양성과정’을 알고 신청하게 되었다. 현재의 나의 해결되지 않는 스트레스를 어쩜 위로 받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은 세교동 행복복지센터 2층 강의실에서 40~60대에 이르는 60여명의 각 동 주민, 마을봉사자, 아파트 주민, 마을리더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7월3일부터 7월24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총 7회로 ‘이웃분쟁 해결을 위한 소통, 갈등 해결의 전문가인 이웃분쟁 조정 전문가 양성과정 도란도란’으로 평택시청 자치교욱과 거버넌스팀이 주관하고 평택YMCA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평택시가 이웃 간 갈등 조정을 개인의 영역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지자체 개입에 앞서 주민들 스스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며, 지역사회 안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이웃 간 다툼을 중재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적인 영역으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으로 보여 진다.
매 회 교육이 진행 될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한국이 OECD 34개국 중 멕시코, 터키에 이어 사회갈등지수 3위, 일본에 비해서 소송제기율이 10배, 연간 1인당 갈등비용으로 900만원, 사회적 갈등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최대 246조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부끄러운 ‘갈등공화국’, ‘갈등이 일상화된 한국사회’로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면서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웃분쟁 조정 전문가 교육과정에서는 주민자율조정위원회의 필요성, 마을공동체의 중요성, 이웃 분쟁 갈등 사례 교육, 분쟁 조정 실습, 이웃분쟁조정센터의 구성사례 등의 교육이 매회 진행되고 있다.
어릴 적 명주가 유명한 우리 동네는 새벽 6시쯤이면 온 동네에 다듬이질 하는 방망이 소리가 시작된다. 한가구를 시작으로 40여 가구가 다듬이질을 한다. 하지만 한 번도 소음으로 동네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생계를 위한 그냥 하루를 여는 소리 일 뿐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매번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고 덕담으로 관심을 표현한다. 이웃의 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모두들 마당에서 함께 일손을 돕는다. 고구마 한바가지가 넘쳐나는 정이다. 이런 일상은 너무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마당과 동네가 사라졌고, 개인만 남겨지면서 더 많은 문제와 고민에 빠지면서, 마을공동체로 다시 뭉쳐지기 위해 노력중이다.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고, 갈등을 제도적으로 수렴하여 사회 발전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공동체 문화가 붕괴되어, 스스로 해결할 방법이 없어 돈, 시간, 감정을 낭비하는 나 중심적 대응을 하고 있었다면, ‘주민자율조정위원회’를 구성해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하고, 경청과 소통과 교류를 통해 ‘주민자율협약’안을 만들어 주민스스로 참여하게 해야 한다. 그다음 평택시에서 이웃분쟁조정센터와 같은 상시협의체를 만들어 활용한다면, 시민 스스로 참여하고 차별이나 배척 없이 더불어 공존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잘잘못을 따지는 갈등 해결 방법이 아닌 주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웃분쟁 조정 전문가 과정’을 통해 해결의 손길을 기다리며 그대로 쌓여 가고 있을 문제들에 대해, 혼자가 아닌 공존의 질서 속에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배려하며, 소신 있게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해결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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