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_ 손현규 수석교사 (안성여고)

최소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다른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가르쳐야

손현규 수석교사 (안성여고)

[평택시민신문] 우리는 흔히 아이를 인간답게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간교육이니 인성교육이니 다 그런 맥락입니다.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인간 교육이 강조되지만 어쩐지 그럴수록 점점 더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간다운 것에 대해 알려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인간만의 특징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발견한 인간의 특징은 매우 많습니다. 생물학적 특징이나 기타의 것들도 다 포함이 되겠지요. 생각(이성)이 있다는 것,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 등등. 그런데, ‘인간답다’라는 말은 어딘지 인간의 도덕적 측면과 관계가 있는 것 같지 않은가요? 우리가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말로 ‘인격’ 즉, ‘인간의 자격’ 이라는 말을 씁니다. 인간의 특성 중 동물과 크게 다른 것은 ‘남’을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동물은 배가 고프면 절대로 먹이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냥 본능에 충실할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아무리 배고파도 남을 생각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평소 인간을 동물과 비교하며 ‘짐승만도 못한 놈’, ‘짐승 같은 놈’ 또는 ‘인간다운 인간’ 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짐승도 제 새끼를 돌보는데 제 자식조차 돌보지 않는 사람은 짐승만도 못하다고 했습니다. 또 남의 자식은 어떻게 되든 말든 제 자식만 생각하면, 즉 제 욕구에만 충실하면 ‘짐승 같은 놈’이라고 했고, 적어도 남을 생각하면 ‘인간답다’ 라고 했습니다.

인간이라는 말은 한자로 ‘人間’ 이라고 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입니다. 인(人) 하나로 쓰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만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인간답다’ 라는 것은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인간답다는 것은 최소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구네 자식이고, 누구네 옆집 아이이며 마을의 구성원이고 지역주민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지구촌 인류의 한 사람입니다. 거기에는 각각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때 우리는 인간다움을 획득할 것입니다.

교육의 의미를 어원적으로 살펴보아도 사회적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교(敎)는 ‘가르치다’, 육(育)은 ‘기르다’의 의미입니다. 즉, 교육은 가르치고 기르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가르치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교육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전제로 합니다. 즉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의미를 지닙니다.

서양에서 교육(Education)의 어원인 Educare도 E(밖으로), ducare(이끌어 내다)라는 의미입니다. 이 역시 교육은 이끌어 주는 사람과 이끌려 나오는 사람 사이의 문제가 전제되는 것임을 말해 줍니다. 이를 교육학자들은 교육의 주체, 교육의 객체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교육의 기본요소에서 가치지향성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라는 것은 혼자서는 성립되지 않는 것입니다. 가치의 의미에는 이미 사회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교육은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특히 공교육은 그 사회의 미래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가 교육의 모습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교육이 사회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가치는 개인의 가치에 영향을 주고 개인의 가치는 개인의 행동양식, 감정반응 등에 영향을 끼쳐 개인의 삶의 모습을 결정합니다.

공자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君君臣臣父父子子). 학생다우려면, 학생이라면 집에서는 가족으로서, 학교에서는 학생으로서, 지역에서는 지역의 청소년으로서 충실한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가족으로서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를 나눕니다. “어머니,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힘드셨죠?” 말 한마디 할 수 있고, 동생에게 “오늘 학교생활 어땠니?” 물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학교에서의 충실한 생활은 교칙에 맞게 생활을 반듯하게 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 탐구하여 무엇인가 알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친구들과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에서는 이웃 분들께 인사하고 예의를 갖추며, 좋은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청소년이 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인간다움이 바탕이 될 때 인간교육, 인성교육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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