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책 토론

인간 존재 부정적으로 그려…그래도 희망은 ‘인간’

웹툰·인터넷소설 느낌…인간 특성 복잡한데 단순하다 비판도

원정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9일 교사 8명이 모여 김동식 작가의 책 ‘회색인간’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맨 오른쪽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모현정, 정남영, 최은정, 구지혜, 강경진, 류귀숙, 정현화, 서기림, 정유정 교사.

[평택시민신문] 포승읍 소재 원정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9일 교사 8명이 모여 김동식 작가의 책 ‘회색인간’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색인간은 <평택시민신문>과 평택시립도서관이 공동주관하는 ‘한 책 하나 되는 평택’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류귀숙 원정초 교사는 “아이들 독서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은 ‘책 읽어주는 아이들’, ‘책과 노니는 날’ 등 많이 하고 있지만 교사들을 위한 활동은 없는 것 같아 이번 토론회를 준비했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 토론방법 등을 익힌 다음 아이들 수업과 지도에 활용하려고 한다. 마침 평택에 올해의 책이란 프로그램이 있어 첫 토론회 작품으로 회색인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TBS TV책방 북소리를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된 회색인간 내 단편 ‘신의 선택’ 동영상 시청으로 토론을 시작한 교사들은 이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남영 교사는 “군중의 광기”를 들었으며 류귀숙 교사는 “처음에는 추앙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이 우리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고 했다.

서기림 교사는 “인간은 원래 잔인한 존재다. 사람을 죽여서 잔인한 존재가 아니라 나는 너와 다르다는 인식으로 인해 생기는 차별이 잔인한 것”이라며 “이것을 인간들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 이 때문에 인류의 파멸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화 교사는 “기본적으로 작가가 인간에 대해 좋은 감정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노동하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어 기본적으로 인간의 어리석음,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인간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뭔가 선택하지만 결말은 모두 부정적 비극적이다. 더 똑똑해지고 과학이 발전했지만 결국 폭염에 플라스틱 물 같은 상황이 초래된다.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을 다루고 있지만 작품이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다.

서기림 교사는 “부정적으로 보긴 하는데 사람에 대한 희망 갖고 있는 느낌도 든다. 회색인간도 마지막엔 예술을 통해 희망을 보고 무인도에서도 초반에는 잔혹하고 잔인함을 보여주다가 결말에는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 약간씩 보인다. 그 희망이라는 게 밝고 희망차지는 않고 햇볕이 잠깐 드는 듯한 그런 희망이다. 작가가 기본적으로, 인간을 비판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져야할 건 인간에 대한 희망이라고 말하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류귀숙 교사도 “21쪽 맨 마지막에 보면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나갔고…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이 말에 서기림 선생님이 말하고자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지목됐다. 구지혜 교사는 “24개 이야기를 통해 인간본질을 이야기 하고 싶어한 것 같긴 한데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를 갖고 흥미롭게 하다가 마지막 마무리가 아쉬웠다”며 “인간의 특성이란 너무나 복잡한 것인데 그것들을 굉장히 단순히 단정지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는 너무 황당하게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종결돼 흥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나고 교사들이 회색인간을 추천하는 멘트를 달아 게시했다.

서기림 교사는 이에 대해 “점프가 많다”고 말했고 정현화 교사는 “인터넷 소설이었다.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소재인 거 같다. 나는 점프 구간을 나름대로 상상했다. 재미있었다. 단순해서 이해하기도 쉽다고 생각했다.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류귀숙 교사는 “웹툰 같은 느낌이다. 원래 소설이란 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는데 비약이 심해서 나랑은 안 맞았지만 읽어야 돼서 읽었다. 근데 읽다보니 재미가 나더라. 요즘 트렌트에 맞는 작품으로 이삼십 대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 작품을 수업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있었다. 구지혜 교사는 “단편이라 수업시간에 도입하기 좋을 것 같다. 인간의 본질을 말하기 때문에 저학년은 조금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정현화 교사는 “‘밤인가 낮인가’를 벌써 읽어줬다. 이걸 보면 유효기간 끝나서 본래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조차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이미 자리 잡은 권력자들이 선하게 말하는 사람들은 무시하며 구분 짓는다. 이런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읽어줬다. 우리 학교는 대부분이 해군 자녀들인데 통일 얘기를 했을 때 유난히 통일 반대의견 많다”고 말했다.

류귀숙 교사는 이에 대해 “부모의 직업과 연관돼 그런 것 같다”고 했고 서기림 교사는 “남북정상회담 틀어줬을 때는 같은 민족인데 왜 굳이 구분 짓나 생각하더니 막상 통일 얘기에서는 아이들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왜 우리가, 그들한테 도움 줘야하는가 하는 식으로”라고 말해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다르지 않는 인간행동을 지적했다.

구지혜 교사는 “우리 때는 통일에 대해 항상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교육과정에도 없고 책에도 안 나온다. 그래선지 우리끼리 잘 살 수 있는데 ‘왜 굳이 우리가’ 하는 생각들을 한다. 1학년 아이들은 예외다. 그들에게 얘기해주면, 통일되면 좋겠다고 한다. 통일교육이 예전 만큼은 아니지만 있어야 하지 않겠나”하고 말했다.

정현화 교사는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 여기 책에서 그렸듯이 현대사회에서 그 문제가 잘 분출된다”며 최근 이슈가 된 난민문제를 거론했다.

교사들은 자기들도 선뜻 난민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에 류귀숙 교사는 “모태신앙처럼 어렸을 때부터 생활자체에 봉사정신이 있어야하지 않겠나. 밑바탕이 필요”하다며 “고학년에게 이 책을 읽히면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토론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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