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월남쌈이 생각나는 베트남식당 ‘퍼 녀 (PHO NHO)’

8시간 끓인 육수·쫄깃한 면발…베트남서 먹는 것 보다 맛나

소고기쌀국수

[평택시민신문]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는 곳은 옛날에 평택의 ‘명동골목’이라고 하는 곳인데, 지금은 외국인들이 많이 다녀서 외국 음식점도 많이 생겼습니다. 몽골,인도,네팔,인도네시아,캄보디아,미얀마,태국,필리핀,방글라데시… 물론 중국음식점이 제일 많습니다. 거의 한집 건너 한집이라는 한국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통복시장에도 아시아 음식을 파는 집이 많이 생길 정도로 평택에도 외국인들이 많은데, 한국사람들은 아직 낯설어서 그런지 많이 이용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의 고향인 베트남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7곳이나 됩니다. 다 맛있지만 오늘은 맛집 소개라서 한 곳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른 식당도 맛있습니다. 소개 안 했다고 서운해 하면 안됩니다.

이 집에 가면 저는 이모가 생각납니다. 저는 호치민 사람이라 남쪽의 대표음식인 ‘월남쌈’을 좋아합니다. 베트남에서 어렸을 때 이모는 집에서 직접 만든 쌀피에 집에서 키운 다양한 채소와 새우를 넣어서 월남쌈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특히 이모가 만든 특별한 액젓소스양념에 찍어서 먹던 그 맛이 항상 생각납니다. 새콤하고 달콤하고 짭짜름한 세 가지 맛이 적당하게 잘 어울려야 하는 베트남 소스의 맛. 이 집은 이모의 그 월남쌈을 생각나게 해주는 곳입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아빠와 함께 온 가족이 이모가 만들어 주시는 월남쌈을 함께 모여 다시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월남쌈

사실 이 집의 대표 음식은 쌀국수입니다. 여러 명이 식사하러 가면 월남쌈이 아니라 쌀국수를 주문합니다. 쌀국수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소고기육수를 쓰는 퍼버(pho bo)와 닭고기육수를 쓰는 퍼까(pho ga)가 유명합니다. 저는 소고기육수를 좋아합니다. 소뼈를 8시간 동안 푸욱 끓여 계피와 몇 가지 특이한 향을 넣은 국물을 마시면 요즘 같이 더운 날에도 시원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저도 이제 한국사람처럼 뜨거운 국물을 시원하다고 합니다. 숙주와 고수는 따로 푸짐하게 주기 때문에 알아서 넣으면 됩니다. 이 집의 국수는 다른 집과 달리 베트남 중부의 ‘후에’ 지역의 국수를 쓰는데 쫄깃한 게 특징입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 사람들처럼 집에서 아침을 먹는 것보다는 출근길에 쌀국수를 많이 사 먹습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식사준비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습니다. 사실 평소에도 남자들이 식사준비를 많이 합니다.

사장님은 2005년 유학생비자로 한국에 왔다가 불법체류를 하며 공장에 다녔다고 합니다. 같은 베트남 사람인 아내를 2008년에 처음 만나서 연애를 하다가 2013년에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아이가 셋이나 되어서 회사보다는 식당일이 좋을 것 같아서 부부가 함께 2016년에 이 식당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개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고향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서 팔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맛을 내고 싶다고 합니다. 가끔 베트남에 자주 가는 한국 손님들이 와서 베트남에서 먹을 때보다 더 맛있다고 할 때 제일 기분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베트남 식당이 많이 생겨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게내부와 사장님

베트남에도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한국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한국에 갔다 온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음식점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음식을 먹으면서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모와 고향이 생각나면 이 집을 가나 봅니다.

■쌀국수 8000원/월남쌈(1인분) 1만2000원/ 반쎄오 6000원/ 개구리볶음 2만원

■주소 : 평택1로 9번지 41

■연락처 : 010-5898-8386

평택외국인복지센터 베트남 상담사 / 시민기자 박주은(결혼 이민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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