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벌4초 설립 무기한 연기로 2km 거리 통학

아파트 분양 당시 학교 설립 믿었던 학부모 분통

주민들, ‘학교시설 복합화’로 학교 설립 추진

[평택시민신문] A씨는 2015년 평택 소사벌지구 우미린레이크파크아파트(이하 우미린아파트)의 입주조건과 생활환경이 마음에 들어 분양을 신청했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로서 근처에 초등학교(개발계획 상 명칭 소사벌4초)가 개설된다는 계획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2017년 12월 아파트에 입주했다. 하지만 비보가 전해졌다. 자녀를 보내려고 계획했던 초등학교의 설립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것. 결국 A씨의 자녀는 올해 3월부터 성인 기준으로 도보 20분 거리의 가내초등학교로 등교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말 소사벌더샵아파트(이하 더샵아파트)에 입주한 B씨 자녀의 경우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B씨도 소사벌4초에 자녀를 보낼 생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초등학교가 설립되지 않아 가내초등학교로 보내고 있다. 더샵아파트에서 가내초등학교까지의 도보거리는 약 2km, 성인 기준으로 30분가량 소요된다.

A씨와 B씨처럼 예정과 달리 자녀를 먼 학교로 보내야하는 부모들이 지난 12일 가내초등학교에 모여 평택시, 평택교육지원청,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죽백동 793번지 일대에 소사벌택지지구 개발 초기단계부터 계획됐던 초등학교 설립을 요구했다.

소사벌4초는 소사벌택지지구에 설립될 예정이었던 4개의 초등학교 중 하나로, 현재 소사벌1초~소사벌3초 부지에는 자란초등학교, 가내초등학교, 이화초등학교가 설립돼 운영 중에 있다. 반면 소사벌4초는 여전히 설립되지 않고, 교육부에서 설립 계획도 잡혀 있지 않은 실정이다.

 

 

- 왜 택지지구 계획에 잡혀 있는 소사벌4초가 설립되지 않나

개정된 법적 설립 기준 미충족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기준에도 미달

소사벌4초 부지는 소사벌택지지구의 개발이 계획된 당시부터 초등학교 부지로 정해져 있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개발계획이 2006년 7월 경기도를 통과하기도 했다. 당시까지 법적으로 근린주거지 1개 구역, 즉 2000~3000세대에 1개의 비율로 초등학교가 설립될 수 있어서 해당 계획이 통과될 수 있었다. 2019년 말까지 소사벌4초 부지 주변에 아파트를 기준으로 총 3051세대가 거주하게 된다. 하지만 2011년부터 관련법이 개정됐다. 개정의 주요골자는 2개 이상의 근린주거지 구역, 즉 4000~6000세대가 인근에 거주해야 1개의 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는 것. 개정된 법대로라면 4000세대 미만의 주변 주거환경인 소사벌4초는 초등학교 설립 기준에 못 미치게 됐다.

또한 법적인 요건을 갖췄더라도 초등학교가 실제로 설립되기 위해서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심사에서는 ▲세대수 충족 ▲적정규모학교(초등 36학급 내외)로 설립 가능 여부 ▲인근학교 배치여건 검토 ▲학생 수 추이 ▲주택유형에 따른 학생발생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교의 설립을 결정하게 된다.

이날 간담회에서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러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조건도 충족하지 못해 소사벌4초의 설립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사벌4초의 경우 세대수가 미충족되고, 학생 수 부족으로 적정규모로 학교를 설립할 수 없고, 인근 초등학교로 학생을 배치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교육부 측에서는 2019년 입주 예정인 행복주택의 경우 학생발생률을 ‘0’으로 보기 때문에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출산율 및 학령기 아동 감소로 인해 학교설립에 대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요건이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소사벌4초의 설립이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라고 평택교육지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 현재까지 교육부의 계획은?

우미린은 가내초 배정

더샵은 가내초나 용죽초 선택

소사벌4초가 개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우미린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은 지금처럼 가내초등학교로 배정하고, 2019년 7월과 11월에 입주가 예정돼 있는 이너하임 아파트와 평택효성해링턴코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가내초등학교로 배정할 계획이다.

2km의 거리를 통학하는 더샵아파트 거주 학생들의 경우 2019년 개교 예정인 용죽초등학교와 가내초등학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더샵아파트에서 용죽초등학교까지의 거리는 1km미만으로 가내초등학교보다는 거리상 가깝지만, 학생들이 왕복 8차로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주민들, 계획했던 학교 설립 요구

다른 지역에선 학급수 적어도 개교

아이걸음으로 45분가량 통학

임시방편으로 스쿨버스 제공 요구

주민들이 준비한 소사벌4초 설립 촉구 팻말

간담회에서 지역주민들은 아파트 분양당시 허위광고에 속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치선 우미린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은 “아파트 입주에 맞춰 초등학교가 문을 연다고 들었다. 평택시와 LH는 초등학교 부지를 확정하고, 이를 근거로 분양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허위광고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학교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사벌4초가 비록 학생 수가 적어 교육부가 요구하는 적정학교규모인 36학급에는 못 미칠 수 있지만, 최근 경기도의 일부 초등학교가 36학급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로도 개교했거나 개교가 예정이라는 점이 주장의 근거가 됐다. 실제 2017년 개교한 안성시의 신령초등학교는 25학급, 용인시의 홍일초등학교는 28학급으로 출발했다. 또한 2019년 개교 예정인 시흥시의 군자1초는 24학급, 고양 삼송6초는 28학급, 의왕시 학의3초는 29학급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학교가 개교하지 않으면 초등학생들이 먼 거리를 걸으며 등교해야 한다는 점도 소사벌4초의 설립 필요성의 근거가 됐다. 간담회에서 주민들의 입장을 발표한 우미린아파트의 김재두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자녀와 함께 집에서 가내초등학교까지 걸어가 봤다. 성인 기준으로 20분 거리이지만,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걸으니 45분가량 소요됐다”며 “요즘처럼 더운 날에 아이들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더불어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초등학생들의 등교를 위한 셔틀버스의 운영을 교육지원청에 요구했다. 김재두 씨는 “가내초등학교 교장과 면담을 통해 합법적인 스쿨버스를 요청했으나 수락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스쿨버스가 필요 없는 소사벌4초의 개교이지만, 빠른 개교가 어렵다면 시 교육청에서 정식적인 스쿨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이 지역 학생들은 아파트 건설사 측에서 제공하는 전세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있다.

 

- 소사벌4초 설립, 대안은 없나?

‘학교시설 복합화’가 대안으로 제시

주민‧시‧교육지원청 관련 TF 구성

실제 학교 설립 위해 많은 시간 필요

소사벌4초 조기설립 촉구 간담회 현장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적은 학급으로도 개교한 학교와 소사벌4초의 조건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용죽초등학교가 개교하게 되면 1.5km 이내에서 우미린아파트 학생들이나 더샵아파트 학생들이 통학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의 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초등학교 설립 기준에 따르면 통학거리가 1500m까지 허용이 된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교육부 중앙시투자심사에서 소학교 설립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있다”면서 “학교시설 복합화를 추진한다면 적은 학급수로도 개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시설복합화란 체육관, 수영장, 도서관, 시청각실 등 체육‧문화‧복지시설을 학교 부지 내에 설치‧운영하면서 학교를 지역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학교복합화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게 된다.

이러한 학교시설복합화에 대해 주민들은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간담회 자리에서 지역주민들은 주민, 평택시, 교육지원청 등으로 이루어진 TF를 구성해 ‘학교시설 복합화’를 위한 회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했고, 이에 평택시와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소사벌4초의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을 위한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회의가 진행된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에 ‘학교시설복합화’로 소사벌4초 설립이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평택시의 상당한 예산이 들어가야 함에 따라 평택시를 설득하는 논의 과정이 길어질 수 있고, 평택시가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한다고 해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교시설복합화’로 학교 설립이 결정이 돼도, 평균적으로 5년여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평택시 관계자는 “소사벌4초 설립 문제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평택시도 함께 이 문제에 대해 고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도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평택교육지원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미린아파트 주민 김재두 씨도 “그 전에는 평택시나 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시하는 정도였지만, TF 구성으로 소통 창구가 마련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고, 실제로 학교가 설립돼 자녀가 해당 학교를 다닐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TF 회의가 잘 진행돼 소사벌4초가 설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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