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성역화 사업, 충분한 역사적 고증이 필수

역사성 없이는 또 하나의 토목공사로 기억될 것

독립운동 정신 기억할 수 있는 상징성 담아내야

3‧1운동 등 지역 독립운동 전체 아우르는 작업도 필요

[평택시민신문] 평택 3‧1독립운동선양회(회장 정수일)가 주최 및 주관하는 2018 제3회 평택 3‧1만세운동 학술토론회가 지난 13일 평택3‧1만세운동 100주년 성역화 및 조형물 건립방안을 주제로 남부문예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평택시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문화적 기념 공간을 조성하는 3‧1운동 성역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토론회는 3‧1운동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성역화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혜영 화성시 학예연구원과 이태영 평택시 복지정책과장이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혜영 학예연구원은 화성시의 제암리 학살사건 기억 사업 추진과정과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고, 이태영 복지정책과장은 평택 3‧1만세운동 100주년 성역화 및 조형물 건립사업 추진 배경 및 추진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지정토론은 박성복 평택시사신문 사장의 사회로 진행됐고, 인효환 평택3‧1독립운동선양회 감사, 황우갑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원형재 원심창기념사업회 유족대표,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대표가 성역화 사업을 위한 제언 등을 발표했다.

다음은 이날 학술토론회의 기조발제와 지정토론을 요약한 내용이다.

 

█ 기조발제

이혜영 화성시 학예연구원

제암리 사건 기억하기 위한 사업 다양하게 진행

기념사업 과정서 유물수집‧연구 등 운영 아쉬움

평택 역사성 고증 중심으로 사업 진행하길

1919년 3‧1운동 당시 일본군이 화성에 있는 제암리 교회에서 주민들을 학살했던 ‘제암리 학살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제암리 유적지에 대한 기념사업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다. 하지만 기념사업 과정에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특히 기념관을 지을 때는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필요한 인력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가 필요한데, 이런 노력이 없었다. 결국 지자체에서 시설만 유지‧관리하는 형태로만 기념관이 운영됐고, 그 운영도 민간에 위탁을 주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기념관 개관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물 수장고에 수장해야 하는 물건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2001년도부터 유물수집, 전시, 연구 등이 이루어졌으면 수장고에 유물이 차고도 남아야 하지만, 기념관만 건립해 놓으면 유물은 자연스럽게 들어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랫동안 제암리 학살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사업들이 진행돼 왔지만, 지금까지도 해당 학살사건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군이 주민들을 교회에 가두고 방화해 학살 당시 현장에 어린아이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교회 안에 갇힌 주민들이 어린아이만은 살려달라고 했지만, 결국 일본군이 그마저도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에 대한 근거는 없다. 유족들에게 물어봐도 관련해서 아는 사실이 전혀 없었다.

현재 3‧1운동 100주년을 준비하기위해 각 지자체가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데, 기념관 등 상징적인 건축물을 지을 때 역사성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에 역사에 맞는 콘텐츠나 자료수집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평택시는 이러한 작업을 충실히 진행하면서 화성과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태영 평택시 복지정책과장

평택3‧1운동 재조명 위해 성역화 사업 진행

12월까지 권관리 일대에 기념탑 조성 예정

평택시 차원에서 ‘평택3‧1만세운동 100주년 성역화 및 조형물 건립 사업’이 추진된 배경에는 1919년 평택에서 광범위하고 활발하게 3‧1운동이 전개돼 안성 등 주변지역에 영향을 주는 등 역사적 의의가 큼에도 다른 지역의 3‧1운동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평택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평택3‧1운동을 재조명해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청소년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해당사업은 평택의 새로운 독립운동 인사를 발굴하는 용역과 현덕면 권관리 일대에 공원 및 기념탑을 건립하는 성역화사업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평택의 독립운동가 조사발굴 과정에서 71명의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발굴했고, 독립운동 사적지도 19곳이 추가적으로 발견됐다.

공원 및 기념탑을 조성하는 성역화사업은 현덕면 권관리 564-6번지 일대에 당초 현충탑 일대 1210㎡와 주변 시유지 2415㎡ 및 사유지 3347㎡에서 진행하려고 했지만, 사유지 소유권 소송으로 인해 현충탑 일대와 주변 시유지에서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성역화사업으로 조성될 기념탑은 15m내외, 주변조형물은 2m내외로 제작될 전망이고, 재질은 국내산 원석을 기본으로 하고, 일부만 청동 등 금속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그 안에 담길 내용은 평택의 독립운동가 명단 및 공적내용, 평택독립운동사, 건립취지문, 작품 설명 등이고, 특히 평택의 역사와 특징을 담아내고자 한다. 기념탑은 7월 27일 작품 및 제안서가 접수되고, 전문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 및 협상순위가 결정되면, 사업내용 및 일정 등에 대한 기술협상과 가격협상을 마쳐 8월말까지 계약을 체결하여 9월 중 설계를 마치고 12월까지 기념탑을 설치할 예정이다.

한편, 평택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시민 및 청소년들에게 평택의 3‧1운동과 관련해 교훈과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향후 평택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사연구결과를 발간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인문강좌 개설, 평택의 독립운동사적지 탐방 및 연계프로그램 발굴, 다큐멘터리 및 UCC 제작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 지정토론

인효환 평택3‧1독립운동선양회 감사

충분한 역사성을 기초로 사업 추진되길

지역특색에 맞는 시설물 건립도 필요

평택시는 2019년 3월 9일 3‧1독립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평택지역 최초 만세운동 발상지인 권관리 계두봉, 왕좌봉 일원을 성역화하여 공원으로 조성하고 기념탑 및 각족 조형물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이러한 사업은 안성의 만세고개, 화성의 제암리 성역화 사업보다는 한참 뒤쳐진 것이지만, 평택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에 더 큰 의미를 두고 보다 내실 있게 충분한 고증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준비한다면 더 큰 결실을 볼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이번 성역화사업을 통해 해당지역에 평택의 호국공원으로서의 성격과 역할을 부여한다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이 기념탑과 조형물 설치사업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향후 체계적인 계획으로 유물관, 전시관, 교육관 등을 건립해 후세들이 이곳에서 교육도 하고 시각적인 견학을 하며 나라의 자주독립을 위해 싸운 선조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본받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업과정에서 다른 지역의 3‧1운동 성역화사업을 벤치마킹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택만의 특성을 살려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특색에 맞게 시설물을 건립하는 등 평택 3‧1운동 정신을 담은 호국공원이 탄생하길 바란다.

 

황우갑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 사무국장

선열들에 뜻 살려 ‘광장’ 조성되길

성역화에 지나친 집착은 지양하길

3‧1운동 성역화 사업과 관련해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먼저 기념공원 안에 광장이 조성됐으면 한다. 3‧1운동 선열들이 지향했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들은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사회를 열망했다. 이들의 바람을 상징적으로 되살리고,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그 안에서 소통하고 화합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건축물은 최소화하더라도 광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성역화’에 지나친 집착은 지양하길 바란다. 과거 선열들에 대한 기초 예절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이 강요된 존경이 아니라 이곳에서 영감과 상상력과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 공원을 찾아올 수 있도록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념비와 기념탑 등의 시설에 대해서도 높게만 세우려고 하기 보다는 설치된 시설만으로 3‧1운동의 의미를 기억하고, 그 교훈을 생각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기념시설이 된다면 더 효과적으로 평택의 3‧1운동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끝으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만으로 이번 성역화 사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 지역사회가 안재홍‧원심창 등 평택의 독립운동가와 신간회 등 평택과 관련된 독립운동단체를 기념하는 행사에 함께 참여해 지역사회가 역사를 기반으로 통합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원형재 원심창기념사업회 유족대표

원심창, 3‧1운동 보며 민족의식 키워

3‧1운동 정신 계승 위해 성역화 필요

1919년 평택의 3‧1만세운동을 경험했던 소년 원심창은 이를 계기로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의식을 키워나갔다. 이렇게 3‧1독립만세 의거는 우리 고장 평택에서 애국지사를 만든 자랑스러운 의거이기도 하다. 평택의 3‧1만세운동 항거지를 영원히 기념하고,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3‧1운동의 역사적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성역화 사업이 필요하다. 성역화 사업을 통해 목숨을 바쳐 순국한 영령들과 독립운동 과정에서 옥고를 치러야 했던 애국지사의 나라 사랑을 추모하길 바란다. 3‧1독립만세운동을 지역사회 안에서 기억하기 위한 일환으로 ▲아직 조명되지 않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공적조사 진행 ▲항거지를 연계하는 3‧1역사 탐방 프로그램 및 만세 소리터 실천 체험장 마련 ▲3‧1독립만세운동의 정신을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한 홍보책자 발행 및 외국인과 함께하는 행사 진행 ▲선열들의 후손을 위한 장학사업 진행 ▲순국선열 애국지사 기념관 건립 등을 제안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한다. 평택시 차원에서 앞서 제안한 내용을 실행으로 옮기며 평택의 3‧1독립만세운동이 후손에게 물려주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정신 유물이 되길 바란다.

 

김기수 평택시민신문 대표

평택의 3‧1운동은 분산형‧지속형

지역 독립운동 아우르는 성역화 필요

3‧1운동 100주년 성역화 사업에 대한 의견을 밝히자면, 먼저 현재 사업이 추진되는 권리일대가 3‧1운동 최초 발상지라는 역사적 의미와 장소적 상징성은 있지만, 평택의 만세운동 전체를 포괄하는 상징성은 떨어진다. 평택의 만세운동은 다른 지역과 달리 분산형‧지속형 운동이라는 점에서 어느 특정 장소가 대표적 상징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택지역 독립운동 사적지를 아우르는 성역화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이번 성역화사업이 3‧1운동만을 기억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평택지역 독립운동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독립운동가 및 평택지역의 독립운동 특성과 정신을 기리는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

성역화 사업의 조형물과 관련해서는 평택의 3‧1운동과 독립운동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이 담겨야 한다. 사업기간이 촉박해 특징 없는 조형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지만, 평택시가 발표한 대로 잘 추진되길 바란다.

끝으로 이번 성역화사업을 주도하는 평택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한시적 조직이지만, 독립운동 선양사업은 지속성이 요구된다. 3‧1운동 선양사업이 상징성, 지역 대표성, 전문성 등을 고루 망라해 펼쳐지며 평택의 지역적 통합과 평택의 백년대계를 세우는 정신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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