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오수’ 내보내는 배관이 농업용수로와 연결

농민 등 지역 주민, 관계자와 간담회서 강력 항의

평택시·LH “지금껏 몰랐다”며 주민들에 사과

주민들, 평상시에도 바이패스관 통해 오수 배출 주장

간담회 자리에서 항의하고 있는 지역주민(왼쪽)과 이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평택시 관계자

[평택시민신문] 6월 28일 청북하수처리장에서 정화가 되지 않은 오수가 그대로 농업용수로 흘러나가는 사실이 밝혀져 농민 등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평택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북신도시 조성으로 오수를 정화하기 위해 마련된 청북하수처리장은 LH의 발주로 한화건설이 설계와 시공을 맡아 2011년 준공했다. 2016년에는 기부체납 방식으로 청북하수처리장을 평택시가 인수받고, (주)하이엔텍이 이를 평택시로부터 위탁받는 형태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청북하수처리장은 ‘분리막 여과’를 통해 하수를 처리하고 있으며, 여기서 분리막이란 여과필터의 일종으로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 분리막이 오염물질로 인해 막히거나 처리용량 이상의 하수의 유입으로 인한 하수처리장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 바이패스(By-pass)관을 설치해 비상시 임시방편으로 정화되지 않은 하수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바이패스관이 연결된 곳, 즉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배출되는 곳이 농업용수로라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가 된 배출 배관. 아래는 농업용수로지만
오염이 된 것이 한 눈에 보이고, 악취가 풍겨져 나오고 있다.

해당 사실은 지난 6월 30일 한 농민이 농업용수로와 연결된 배관에서 악취가 나는 오수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면서 밝혀졌다. 주민들의 조사 과정에서 해당 배관이 청북하수처리장의 바이패스관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서평택환경위원회, 서평택발전협의회, 청북읍 주민 등은 2일과 3일 평택시‧LH‧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들과 청북하수처리장에서 간담회를 열어 해당 문제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명수 서평택환경위원회 대표는 “공기업인 LH가 이런 식으로 설계를 했다는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하수처리장 운영에 책임이 있는 평택시와 농업용수로를 관리하고 있는 농어촌공사가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정승원 평택시 하수과 과장은 “시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인수받았던 것에도 잘못이 있고, 운영 과정에서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평택시 차원에서 바이패스관이 농업용수로에 연결돼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또한 LH 평택사업본부 김우신 부장도 “(청북하수처리장의) 사업시행 주체로서 책임은 저희한테 있다”면서 “농업용수로에 (바이패스관) 방류구가 접합돼 있다는 사실 자체는 LH의 잘못이다”고 시인했다. 다만 잘못된 설계로 농민들이 피해입은 것에 대한 보상에 대해 묻자 김우신 부장은 “LH가 직접 시공한 것이 아니고, 농업용수로에 바이패스관이 연결된 것은 알지 못했다”면서 한 발 뒤로 빼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 이진모 부장도 “청북하수처리장이 건설되면서 농어촌공사와 협의된 것이 전혀 없어 공사 측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해당 자리에 참석했던 한 농민은 “농촌에서 집 한 채만 지어도 농어촌공사에 허가를 맡아야 하는 것이 많은데, 이를 농어촌공사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로 하수처리장 공사 과정에서 농어촌공사와 협의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평택시, LH, 농어촌공사 등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의 근거는 설계상으로 바이패스관이 연결되는 부분이 ‘농업용수로’가 아닌 ‘기존배수로’라고 명시돼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 2011년 제작된 설계도에는 실제 농업용수로가 기존배수로로 잘못 표기돼 있었다.

청북하수처리장 설계도. 바이패스와 연결된 곳이 ‘기존배수로’라고 잘못 표기돼 있다. 실제는 ‘농업용수로’.

그럼에도 주민들은 “농민들은 한 번 보면 배수로인지 용수로인지 확연히 알 수 있는데, 평택시나 농어촌공사 관계자들이 지금에야 해당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주민들은 과연 비상시에만 바이패스관이 이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한 농민은 “비가 올 때마다 해당 배관에서 오수가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지역주민은 “바이패스관을 사용했던 기록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서평택환경위원회, 청북읍주민, 서평택발전협의회가 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오수가 불법으로 방류된 것은 언제 오늘일이 아니고 수년전부터 방류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청북하수처리장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평택시는 사후 대책으로 바이패스를 폐쇄할 방침을 내놨다. 분리막 관리를 하면 바이패스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전명수 서평택환경위원회 대표는 “비상시를 위해 바이패스관을 만든 것인데, 이를 폐쇄하게 되면 비상시에 하수처리장이 침수될 위험이 있다”며 “바이패스를 폐쇄하기 보다는 농업용수로가 아닌 배수로에 배출되는 바이패스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북하수처리장 위탁을 받고 있는 (주)하이엔텍 관계자도 “바이패스관은 필요하다”며 “새로운 설계를 토대로 바이패스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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