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의 반칙과 독과점적 시정을 혁파하는 개혁이며, 

시민이 들러리가 아니라 시정의 중심이며 목적이 되어야 한다

김종기 문화비평가

[평택시민신문] 평택에서 시장선거의 의미는 각별하다. 이번 선거만큼 진영과 전선이 분명한 경우는 없었던 듯하다. 민주당과 한국당과의 경쟁을 넘어 마치 말없고 보이지 않는 시민과 지역의 모든 유력인사와 집단이 대치한 듯한 그림이다. 치열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촛불의 개혁이 우리평택까지 확산되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정장선 후보의 당선은 비로소 민주당 시장의 출발이다. 지역의 뿌리 깊은 보수와 독과점적 유력 집단의 저지와 공무원 우위의 퇴행적 전통을 돌파했다. 선거에 행정공무원의 개입과 줄서기를 철저히 차단한 최초의 당선자이다.

1.이번 시장선거를 관통하는 놀라운 주제가 ‘행정시장론’일 듯하다. 시민이 선출하지만 관선시장처럼 행정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지방자치 본연의 취지를 부정하는 건가? 경쟁자와 다른 자신의 긍정성과 우월성을 차별화하자는 의도이겠지만 ‘시정의 방향과 정책결정 과정이 정치라면 정책의 집행과정이 행정이다’라는 원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명백히 시대착오적 자기부정이다. 행정출신이 유능한 시장과 도지시가 되었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없는 듯하다. 이런 주장은 우리 평택의 공무원 우위의 뿌리 깊은 전통을 반영한다. 아직도 시장은 공무원출신이어야 하고, 공무원이 주도하면 끌고 갈 수 있다는 관주도의 오만이 살아있다는 의미이다. 세푼어치 행정은 대단한 것이고, 정치는 소모라는 구시대적 망령이다. 이번 시장선거는 우리 평택에서 공무원 우위의 뿌리깊은 저변과 전통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과정인 듯하다.

2.공시장이 ‘행정시장’을 주장하는 것은 뜻밖이다. 당시 공시장 당선의 가장 큰 의미는 ‘평택시행정은 아무나할 수 없다’는 독과점적 우상을 깬 것이었고, 그의 확장성은 공무원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소통하고 특권을 거부할 것 같은 상대적 개혁 이미지였던 듯하다. 그럼에도 경로당을 찾고, 인허가를 풀고, 공무원을 우대하고, 행사에 열심이고, 유력인사와 단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는 판단에 도달해서일까 시정의 일방성과 공무원의 논리를 시장의 추진력이며 소신으로 오인하는 듯한 낡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지역의 유력인사나 단체들과 철저히 밀착된 것 같은 수구적이고 기득권적인 모양새가 다수의 시민을 상대하는 선거에 도움이 되었을까 싶다.수구의 유력집단이 커보이는데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표도 정말 그렇게 컸을까? 그럼에도 이번 시장선거는 우리 평택에서 수구 기득권의 오랜 독과점적 선거행태를 확인하는 특별한 과정일 듯싶다.

3.역시 선거는 개발이슈를 피해갈수 없는 듯하다. 청북지구, 가곡지구, 브레인시티, 동부우회도로지하화 등 각 개별이슈가 후보들을 집요하게 흔들고 경쟁시켰다. 각 이슈마다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것이 평택의 시정을 흔드는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후보자가 직무 중에 결정한 방향을 작은 표에 흔들려 입장을 바꾸는 것은 모양이 아니다. 개별이슈의 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작은 것이다.

지금 우리 평택에서 시민 모두의 공통주제가 될 만한 개별이슈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발이 홍수인 시대. ‘성균관대’라는 의미가 빠진 150만평 브레인시티도 일부지역의 사안이 되어버린 시대이다.

4.물론 시장 당선자의 경륜이 평택의 각종 개발을 추진하고 완성하는데 적임임은 분명하다. 이것은 기회이고 행운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정장선 시장 시대의 사명은 아니다. 이제 개발과 개별이슈를 넘어 도시전체의 미래비전과 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 시장당선자를 지지했던 많은 시민들이 기대하는 지향점은 분명하다. 도시의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도시가 품는 내면의 가치이다. 민주주의의 가치와 기반을 확산하는 것이다. 특권의 반칙과 독과점적 시정을 혁파하는 개혁이며, 시민이 들러리가 아니라 시정의 중심이며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삶의 질과 미래를 담아가는 상상력이다. 우리 평택이 젊은이가 살기좋은 젊은 미래로 나가야 한다.

이번은 진보 다음은 보수라는 망령이 확신처럼 자리잡고 있다. 왔다갔다하는 표쏠림의 결과이다. 진정 시민을 지향하는 뼈아픈 자기개혁과 유능함이 없다면 과연 다음이 있을까 싶다. 시민의 각성이 이제와는 다른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새삼 문재인대통령의 비서관확대회의록이 가슴을 울린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며 등골이 오싹하다. 기뻐할만 하다. 그러나 기쁨은 지금까지이다. 담당자들께 당부한다. 이 이후 더욱 유능하고, 더욱 도덕적이고, 그리고 더욱 겸허하라! 청와대가 마치 국민이 모르는 용어를 쓰며,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인 것처럼 비쳐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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