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국제대학교 교수

[평택시민신문]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최근 조혈모세포이식술을 받은 53살 김 모 씨. 수술 이후 75일 동안 입원생활을 했는데, 병원비 1천646만 원이 청구됐다. 수술재료가 건강보험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데다, 다인실 부족으로 2인실(상급병실)을 11일 동안 이용한 게 병원비 몸집을 이렇게 불려 놨다. 김 씨의 연 평균 소득은 800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 연 소득의 2배나 되는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하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복지부에 문의하니 소득 기준에 걸려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과중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으로부터 국민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비급여의 비중이 높아,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다. ’의료비 할인 제도’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고 있는 이유다.

다행히, 정부에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국가가 지원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여 국민들의 병원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하에 6년 동안 모두 30조 6천억 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김 씨의 사례와 같은 경우, 앞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1천만 원 넘게 줄어든다. 비급여 항목이었던 수술재료와 상급병실 이용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도 넓어져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적용하면, 김 씨가 내야할 본인부담 의료비는 기존 1천646만원에서 576만원으로 65% 줄어든다.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빠져 의료비 부담을 키웠던 비급여 항목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에 포함되고,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또 치매 환자 병원비와 아동, 청소년 입원비 부담이 크게 줄고, 4대 중증질환 등에만 한정됐던 ’재난적 의료비’지원도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여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 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0%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장기간 흑자로 21조원의 적립금을 확보한 현재 시점이 획기적인 보장성 강화를 추진할 적기라고 본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보장강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입기반을 확충하고 재정 누수를 막는 제도 개선도 병행하여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방지하고,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국가책임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건강보험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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