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리포럼 _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과거 일본 제국주의적 명분이 현재 역사왜곡의 근거

‘한일기본조약’에 서로 다른 해석도 역사왜곡의 원류

[평택시민신문]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제133회 다사리포럼이 지난 21일 굿모닝병원 해오름관에서 열린 가운데, 김도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연세대 사학과 교수)이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 과거사 청산없는 미래는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에서 김도형 이사장은 오늘날 일본의 책임감 없는 역사의식을 지적하며, 이러한 역사의식의 일본 측 근거를 설명하면서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일본의 솔직한 과거사 반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도형 이사장은 일본은 2000년대 이전에는 외부적으로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역사적 잘못을 교육하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부터 역사왜곡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김 이사장은 “일본의 역할과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역사에 대한 관점이 바뀌게 됐고, 일본 내부에서는 ‘자학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면서 “이에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아베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했던 ‘무라야마 담화’에서 나온 ‘침략’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고 천명하고, 일본군 위안부 모집에 대해 일본군이 강제 연행했다는 것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김도형 이사장은 설명했다.

또한, 교육에 있어서도 침략은 부정하고, 오히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높게 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러일전쟁에 대해서는 ‘황색인종이 장래에 백색인종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계하는 황화론이 구미에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하고, 태평양전쟁에 대해서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사람들에게 독립의 꿈과 용기를 심어주었다’고 가르치려 했다.

이렇게 일본이 한국 등 주변국과 공유할 수 없는 왜곡된 역사인식을 할 수 있게 된 근거에 대해서 김도형 이사장은 19세기말 제국주의 때 내세웠던 명분과 1965년 한일회담 내용의 상반된 해석 때문이라고 밝혔다.

19세기말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을 일으킨 명분은 동양의 평화였다. 특히 청일전쟁과 관련해서 일본은 청일전쟁 이전 조선과의 강화도조약을 통해 ‘조선의 자주’를 천명했고, 이후 조선의 완전한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청일전쟁을 일으켰다. 실제 청일전쟁 이후 청나라와 일본이 체결한 시모노세키 조약 1조에는 ‘청국은 조선국이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한 이를 기념해 ‘독립문’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도형 이사장은 청일전쟁 등 일본이 조선의 독립을 강조했던 것은 “조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깨야 일본이 마음대로 조선을 침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민지배에 대해서도 일본은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내세웠다. 일제는 한반도의 식민지배 과정에서 인력 및 물자를 수탈하고, 강제적인 징용‧징병을 실시하고, 특히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적으로 모집했지만, 한반도의 근대화와 문명화를 위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했다.

이렇게 19세기말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 제국주의의 명분이 오늘날 일본 역사 왜곡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김도형 이사장의 설명이었다.

또한 1965년 한일회담의 내용을 한국과 일본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도 현재 일본의 역사인식의 원류가 됐다고 김 이사장은 밝혔다. 그는 “한일회담에서 체결한 ‘한일기본조약’ 2조에 보면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 ‘이미’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다르고, 그 차이를 양국가가 서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미’에 대한 해석 차이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은 ‘이미’의 시점을 1910년 한일합병조약 당시로 해석해 일본의 식민지배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일본은 ‘이미’의 시점을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으로 해석해 일본의 식민지배는 합법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자의적인 역사 왜곡에 대해 김도형 이사장은 “일본의 솔직한 과거사 반성이 한일 관계의 출발”이라며 “일본이 국수주의적 자민족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학문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정과 그 의도를 분명하게 밝히고, 동아시아 역사 교육을 강화하며, 나아가 북한을 포함해 한중일 3국의 역사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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