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경기도 효행상 경로상 윤 영 순 씨

삶의 희노애락이 다 ‘낙’이라는 정신으로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90세의 시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봉양하고 수년간 거주지역인 문곡리를 비롯 인근지역의 불우 독거노인을 돌봐 주위의 칭찬이 자자한 극성스런 아줌마(?)가 지난 12일 열린 경기도 효행상 심사위원회에서 경로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평택시 고덕면 문곡3리의 농촌아줌마 윤영순(57)씨.

그녀의 시어머니 봉양은 각별한 데는 아픈 슬픔이 있다.

3살 때 돌아가신 국가유공자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도 안 나고 5살 때 떠나간 어머니의 사랑은 채 느끼지도 못했다.

조부모 밑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양부모가 있는 곳으로 시집가 시부모님을 내 부모님처럼 모시고 싶은 소원이 있었기에 90세인 시어머니는 자신의 친어머니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해 왔고 각별한 대접을 지금껏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운신이 어려운 시어머니가 아니다. 시어머니는 지금도 귀도 밝고 말씀도 잘 하시는 데다 집안 일도 척척해내신다.

그럼에도 윤영순씨는 32년 전 시집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목욕 씻기고 단장시키며 식사 때마다 밥 수저에 이것저것 반찬을 올려 정감 있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속마음에서 우러나는 공경을 전한다.

거기에 대·소변보는 것까지 돌봐주니 마치 어린 아기를 기르는 어머니의 진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진다.

윤 여인의 봉양은 시어머니에게서만 그치지 않는다.

거주지역과 인근지역의 독거 노인을 손수 찾아다니며 목욕, 이발, 청소, 밑반찬 제공 등을 10여 년간 계속해 오고 있다.

그중 몇 분은 꼭 돌아가실 것 같아 미리 목욕을 시키는 등 정갈하게 해드리면 며칠 뒤 고맙다는 말을 뒤로하고 세상을 여의는 분들도 계셨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올해 1월부터는 부녀회장직을 맡아 더 바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매월 재활용품으로 공공기금을 조성하여 5월에는 마을노인 경로잔치를 개최하고 또 8월에는 노인 40여명에게 효도관광을 시켜 드리는 등 경로효친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생활을 본 동네어른 이두수(79)씨가 우연히 경기도 효행상 공모 광고를 보고 일일이 다 서류를 작성해 올린 것이 경기도 효행상 경로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것이다.

먼저 2001년 5월에는 윤 여인의 효행이 알려져 효행상으로 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윤영순씨는 고맙다고 노인들이 꽁치나 닭 등 이것저것을 내밀면 한사코 받지 않고 도로 돌려준다.

무엇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릴 때의 아픈 기억이 있기도 하지만 어른들에게 물질로는 못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정성껏 봉사를 하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훈훈하고 편할 수 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당뇨로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기고 나니 세상 보는 눈이 더 달라지더라”고 말한다.

절실한 카톨릭 신자. 그녀는 하느님이 자신을 돌봐주셨으니 자신이 보답하는 일은 남을 돕는 것이라 생각하고 살아왔단다.

성당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도 동네 일로 분주하다보니 시어머니께서 몸 상한다고 쉬라고 해도 극성스런 아줌마는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농사일, 집안일, 시어머니 봉양, 봉사일, 부녀회장일 등 그녀는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행복하단다.

하는 일마다 안되어 지금까지 남의 집터에 올려진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긴 해도 윤 여인은 마음이 풍성하다.

특별히 자식들에게 시키는 교육은 어른을 공경하라는 것 뿐. 그 외에는 자신이 먼저 말하고 실천하면 자연스럽게 자식들은 배울 것이라는 실천적 봉사정신을 전하고 있다.

“워낙 괄괄하고 화끈한 성격이예요. 뭔가 어렵고 부족한 노인들이나 집안을 보면 그냥 못 넘어가 동네에서도 인근에서도 또순이라고 자자해요”라고 말하는 김만분(74)씨는 동네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60여년의 인생, 힘든 고비 어떻게 넘겼냐는 질문에 “살다보면 희노애락을 다 겪는데 그럴 때마다 그저 ‘이게 낙이다’”라고 생각했단다.

그저 삶 모두 그 자체가 ‘낙’이라고 보면 그리 힘들 것도 고통인 것도 없다며 긍정적이고도 힘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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