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9

김옥순 한 책 추진위원

[평택시민신문] 삶은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자신들이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 기억을 통해 자신의 삶을 위로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삶은 기억이다.

올해 평택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책수레 봉사단’이다. ‘책수레 봉사단’은 2017년에 만들어졌다. 평택시 '한 책' 사업이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학생들은 ‘한 책’을 수업시간에 읽고 그 책으로 공부도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한 책’에 대해 잘 모르고 ‘한 책’ 읽기가 널리 확산되지 않아 ‘한 책’을 홍보하여 어른들도 책을 읽고 읽은 책을 함께 나누는 문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논의한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평택의 카페 하나를 섭외하여 ‘한 책’을 홍보하고 마지막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저녁에 책 낭독회를 열기로 하였다. 이 때 책수레가 함께 가서 한 달 간 카페를 지키며 ‘한 책’을 홍보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여 책수레를 제작했다. 책수레는 노을공방의 엄기연 목수님께서 만들어주셨는데, 책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책을 함께 나누며 이루어지는 타인과의 만남과 소통을 형상화하여 제작해 주셨다. 이 책수레는 이제 '한 책'과 ‘책수레 봉사단’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작년 5월에 평택대학교 앞에 있는 ‘그라노드 카페’에서 첫 낭독회를 가진 후 8개월 간 4개의 카페를 돌며 6회의 낭독회를 진행했다. 첫 낭독회를 연 ‘그라노드 카페’ 사장님은 ‘한 책’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여 조촐하면서도 풍성한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클래식 트리오‘피맅’을 섭외하여 주셨다. 그들의 연주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낭독회는 성황리에 끝났고 음악을 연주해 주었던 ‘피맅’은 그 후로도 12월까지 지속적으로 낭독회와 함께해 주었다. 이 지면을 통해 ‘피맅’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7월에 용이동의 ‘지오지아’ 카페에서 있었던 낭독회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행사에 참여한 평택여중 1학년 학생이 아버지를 주제로 하여 창작한 시를 낭독했다. 그 학생의 부모님도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렇게 '한 책'이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오랜 기간 매달 두 번씩 낭독회 준비와 진행을 위해 모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8월부터는 어른들의 참여가 점점 줄어들어 나중에는 봉사단 학생들 중심으로 낭독회가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지쳐갔고 낭독회는 흐지부지되어 갔다. 그때는 ‘이러다가는 봉사단이 해체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일 자체가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일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면 평택이라는 지역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12월 마지막 낭독회가 끝난 뒤에도 활동을 접지 않고 독서모임을 이어나갔다. ‘82년생 김지영’을 낭독하고 그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2018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다. 고3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활동했던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어 함께하고 있고, 올해 고3이 되었음에도 ‘책수레’ 운영을 책임지고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들을 보면 우리는 이 일을 아주 오래오래 할 것 같다.

올해는 낭독회 대신 클라우드 펀딩과 작가 강연 그리고 팟캐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클라우드 펀딩은 ‘평택시 한 책 읽기 운동’을 확산시키고 책 읽는 평택을 만들기 위해 진행하려고 한다. 지난 10년 간 선정된 ‘한 책’들과 올해 ‘한 책’으로 선정된 김동식 작가의 ‘회색인간’ 그리고 그 외 올해 10권의 추천도서 읽기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 이후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해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를 정한 후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비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마련하고자 한다.

‘펀딩을 위해 ‘책수레 봉사단’이 운영된다면 그게 어떻게 봉사가 될 수 있는가?’, ‘돈을 목적으로 ‘책수레 봉사단’을 운영하려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펀딩을 통해 마련된 돈은 모두 ‘한 책’ 사업의 확대라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될 것이고 그 사용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청년들이 모여 평택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펀딩에 참여한 분들께 조그만 선물을 준비하고자 하는데, 이 선물을 마련하는 과정과 선물이 전달되는 과정에 올해 ‘책수레 봉사단’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있다. 그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들어가는 인연 이야기이다.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이 인연의 이야기를 팟캐스트에 담을 예정이다.

올해 ‘책수레 봉사단’을 통해 만들어진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어느 순간, 무언가 위로가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한 그 순간에 우리에게 삶의 길을 안내하고 큰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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