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이제 본궤도 올라…서민층 위한 사회적 가치 창출”

조합원이 곧 소비자…친절한 서비스·저렴한 진료비 장점

아직도 사회적협동조합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평택시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평택 통복시장에 문을 연 지 근 2년이 지났지만 이제야 도입기가 끝나고 성장기로 넘어가는 단계다. 그만큼 사람들이 모르고, 알리는 것도 힘이 든다는 얘기다. 의료생협이란 대체 뭘 하는 단체일까.

“의료생협이란 지역주민들이 의료인들과 협력해 주민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겁니다. 실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사람들이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죠. 아이쿱생협에서 물건을 살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물건을 일반인보다 싸게 사듯이요. 소비자들의 단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규윤(53) 평택시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의 설명이다. 경북 상주출신인 그는 대한적십자사에서 10년을 근무하고 이후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에서 10년을 일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수원에서 의료생협이 만들어질 때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이때 안성의료생협을 벤치마킹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당시는 생협들이 막 움트는 초창기였지만, 안성의료생협은 이미 20년 전에 사업을 시작한 선구자였다. 수원에서 3년을 보낸 그는 평택에 의료생협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아 사업을 시작했다.

“그 당시엔 아는 사람도 없고 협조가 잘 안 됐지만 통복시장에 돔이 만들어지고 시에서 소상공인 교육을 실시하면서 협동조합 붐이 일었어요. 그때 송탄과 안중에 의료생협이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모두 신생으로 시행착오가 많았죠.”

평택시민의료생협은 현재 시민의원, 123한의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방문객은 140여 명 정도고 그중 70%가 조합원이다. 일반인들도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조합원으로 가입한다고 한다. 가입을 하려면 지역 혹은 직장이 일정한 지역범위 안에 있어야 하고 출자금은 5만원이다.

“하루에 가입하러 평균 3명씩 오십니다. 이용해보고 나서 가입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아이쿱생협이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이어주듯이 자신이 조합원으로 가입한 병원에서 30~40% 가량 비급여 할인과 함께 차별화된 친절한 서비스를 받고, 무엇보다 허위·부당·과잉 진료에서 벗어나는 이점 때문입니다.”

오 이사장은 유기농이 생산비용은 높지만 소비자가 믿고 먹듯이 의료서비스도 신뢰와 관련된 문제라고 말한다.

“돈이 있으면 잘 하는 병원에 가면 되지요. 하지만 의료생협에 가입해 이용하시는 고객 분들은 주로 돈이 없고 나이 드신 서민층들입니다. 그게 의료생협이 사회적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는 부분이지요.”

평택시민의료생협은 1차 의료시설로 우리가족 주치의 개념의 보건의료를 담당한다. 진료과목은 통증의학,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부인과, 피부과, 이비인후과를 포함한다. 처음에는 시설장비가 열악했지만 지금은 X-ray, 골밀도검사, 혈액검사 기기를 들여왔다. 하지만 앞으로 갖춰나가야 할 것이 많다. 비급여품목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사업이 성장하면 비급여가 확대돼 혜택이 늘어나고 장비도 많아질 것이다.

“2016년 당시 300명의 조합원으로 설립됐지만 현재 2000명의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번 이용해보시면 느낌이 오실 겁니다. 의료서비스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병원들과 어떻게 다른 지를요.”

의료생협이 성장하려면 더 많은 조합원이 있어야 한다.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이익 배분은 없지만 수익이 나면 병원에 재투자를 하거나 무료급식소 운영 등으로 사회에 환원한다. 작년 11월 문을 연 통복시장 내 무료급식소는 의료생협 수익금으로 운영된다. 처음에는 조합원들만 이용이 가능했지만 작년 12월부터 60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으로 대상자를 넓혔다. 오 이사장은 2년 내 조합병원에 치과를 개설하고 도시락배달로 복지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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