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 시민기자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복직을 해결하겠다는 쌍용자동차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쌍용차에 보낸 지지와 응원은
이제 ‘이게 뭐지?’ 하는 의구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사무국장 시민기자

[평택시민신문] 5월이다. 5월 한 달은 분주하고 할 일이 많다. 어린이날이, 어버이날이, 스승의 날이, 부부의 날이다 5월에 있으니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바쁜 달이다. 소중한 사람들을 기리고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날인 5월. 하지만 우리 주위엔 5월이 잔인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9년 전인 2009년 4월 8일. 쌍용자동차는 노동자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발표한다. 정리해고를 발표한 날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그 뒤 5월 8일, 쌍용자동차는 경기지방노동청에 2405명의 정리해고 계획서를 제출한다. 이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총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가 이어지고 공권력 투입으로 노동자 몇 명이 더 희생되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누가 정리해고 대상인지 모른 체 ‘내가 될 수도 있고, 옆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둘 다가 될 수도 있는’ 막막한 상황 속에서 싸움을 이어나가며 잔인한 5월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6월 8일 해고통지서가 날아들었다. 평택시민들은 해고노동자들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잔인한 5월을 보냈다.

해고를 뜻하는 영어 ‘fired’는 ‘총에 맞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도 해고를 표현할 때 대부분 손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한다. 모가지가 잘린다는 의미일텐데 그만큼 우리에게 해고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마치 죽음과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해고를 쌍용자동차는 2009년 5월 강행했으며 그 댓가는 온전히 해고자 몫이었다. 그리고 2015년, 쌍용자동차는 노노사 합의로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복직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때 평택시민들은 해고노동자가 전원 복직되는 줄 알고 정말 기뻐했다. 우리들은 모든 것이 다 해결된 줄 알았다.

평택시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사람중심 복지도시 평택’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먼저 보인다. 이 문구는 평택시민들이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중심 도시’ ‘사람중심 기업’... 요사이 기업들은 숫자와 통계수치로 기업의 흥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숫자만으로 기업의 흥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다. 시민들, 고객들이 지지하고 응원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2015년 쌍용자동차가 노노사 합의를 극적으로 끌어냈을 때 시민들은 쌍용자동차를 적극 지지하고 응원했다. 그리고 쌍용자동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시민들의 쌍용자동차를 응원하는 마음이 기업의 판매량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사람을 중심에 둔 기업을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복직을 해결하겠다는 쌍용자동차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들이 쌍용차에 보낸 지지와 응원은 이제 ‘이게 뭐지?’ 하는 의구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쌍용자동차 김득중 지부장의 네 번째 단식을 지켜보며,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쌍용차 촛불문화제를 지켜보며, 영업소앞 일인시위를 지켜보며 시민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노동자를 외면하는 기업은 결코 함께 살아갈 수 없다 라고. 사회구성원과 시민들을 바탕으로 두지 않는 기업은 모래 위 성처럼 곧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평택시민들의 반이 노동자이고 그 반이 노동자의 가족이며 그 반이 노동자의 이웃이다. 그리고 미래에 우리의 아들, 딸들이 노동자가 될 것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120명이 평택지역 곳곳에 아픔이 되어 존재하고 있는 한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 기업 또한 지역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외치는 ‘함께 살자’ 구호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의 외침이며 이것이 평택시민들이 쌍용자동차 기업에 외치는 바람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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