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_ 조형래 시민사회재단 시민건강보호증진위원회 위원장

지금 이 시간에도 방사능이 방출되는 침대를 바라보며 잠 못 이루는
국민들을 위해 아직도 정부와 지자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의 탈출을 지시하지 않은 선장을 비난할 수 있는가?

조형래 시민사회재단 시민건강보호증진위원회 위원장

[평택시민신문] 연일 라돈의 방사능 공포가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방사능이라는 용어 자체가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잘못된 정보와 혼란스러운 대처는 불안과 공포를 넘어 국민들을 분노에 이르게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4일 유명 브랜드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시작되었다. 해당침대의 매트리스에서 다량의 라돈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이온 파우더를 매트리스에 코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인 방사성 기체 라돈을 내뿜어 논란이 된 대진침대에 쓰인 문제의 원료가 다른 65개 회사에도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이온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토류 광물질 모나자이트가 우라늄과 토륨을 함유하고 있는데, 제조사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보부족에서 지금의 오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엊그제 21일에는 신축 아파트에서 다량의 라돈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제 라돈은 ‘라돈침대를 구입한 특정 국민’의 문제에서 운 좋게 피해갔던 일반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라돈의 위험성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인지도가 낮다. 라돈은 방사능을 발생하는 비활성 기체 원소로 색이나 냄새, 맛이 없다. 암석, 토양 등에 포함돼 있는 우라늄과 토륨이 방사능 붕괴를 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자연에 존재하는 라돈은 대부분이 질량수 222라돈으로 반감기는 3.82일 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의 85%가 자연방사선인데, 이중 48%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라돈은 흔한 방사능 물질이다. 라돈은 방사능 붕괴를 하면 폴로늄과 비스무스라는 물질을 거쳐 최종적으로 안정된 납으로 변하는데, 이 사슬의 물질들을 라돈자손이라고 한다. 기체인 라돈과는 달리 라돈자손은 입자 형태로 미세먼지 등과 결합하여 호흡할 때 몸속에 들어와 폐세포와 기관지에 달라붙게 된다. 라돈이 방출하는 알파선은 투과력이 약해 몸 밖에 있을 때에는 피부를 통과하지 못해 인체에 영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몸 안에 있으면 그 양상은 전혀 달라진다.

이제는 올바른 정보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현재 해당 업체가 온라인을 통해 리콜을 실시하고 있다. 노출이 확인된 7개 모델의 리콜을 접수하고, 수거 후 해당 코팅을 제거하고 수선하여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에 국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상식으로는 정부가 지금의 사태를 ‘그 동안 10년간도 사용해 왔는데, 얼마 동안 더 사용한다고...,’ 정도의 안일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과 우려가 든다.

문제해결 대책을 원인 기업인 중소업체에 리콜 책임만을 떠넘기고 있는 양상이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책임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방사능이 방출되는 침대를 바라보며 잠 못 이루는 국민들을 위해 아직도 정부와 지자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의 탈출을 지시하지 않은 선장을 비난할 수 있는가?

글을 마무리하면서 답답한 마음에서 제안한다. 지방분권시대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평택시가 나서야 한다. 언제 될지 모르는 리콜과 정부만을 의지하지 말고,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지원하자. 우선 커다란 비닐을 공급하여 외부로 공기가 나올 수 없도록 이중 삼중으로 밀봉한 후 사람들이 빈번하게 출입하지 않는 곳에 보관하게 하고 빨리 회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라돈은 기체 형태로 공기 중에 노출되지 않으면 호흡을 통해 일어나는 내부피폭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라돈에서 방출되는 알파선의 경우 투과력이 약해 두꺼운 비닐일수록 투과 확률이 약하고, 방사선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설사 비닐을 투과한다 하더라도 근접하지 않으면 외부피폭의 피해도 막을 수 있다. 라돈 피해를 줄이기 위해 환기를 하려니 미세먼지가 막아서는 현실의 안타까움 속에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국가와 평택시의 책무가 지켜져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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