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색인간> 김동식 작가가 보여주는 글쓰기의 힘

장은주 한책 도서선정위원장

[평택시민신문] 올해의 한 책으로 선정된 김동식 작가의 단편집 <회색인간/요다>이 화제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잘 읽지도 않는 중고생들도 한 번 펴면 끝까지 봐야한다며 입소문을 내고 있다. 그야말로 폭발적 인기다.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추진위원회에 참가하면서 올해처럼 반응이 뜨거운 건 처음이다. 다양한 층의 평택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한 책은 보통 세 번의 회의를 거쳐서 정해지는데, 회색인간은 지난 2월 말 마지막 회의에서 네 시간여의 토론을 통해 정해졌다. 24개의 단편들이 재미있고 형식이 새롭다는 평가도 있었고, 메시지가 뚜렷한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의견도 있었다. <회색인간>은 마지막까지 후보에 남아있던 <딸에 대하여/김혜진/ 민음사>를 제치고 한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마치 우리의 선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신문과 방송 등 여러 곳에 등장하는 김동식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쏟아지는 인터뷰 기사를 통해 들은 작가의 이야기는 또 놀라웠다. 주물공장 노동자로 10년을 일했다는 젊은 청년, 책을 많이 읽지도 문학을 배운 적도 없다는 작가의 이력이 우리의 이목을 끌었다. 이제 한 책의 작가로 평택시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김동식 작가를 만나게 될 날을 기대하게 했다.

4월 7일,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선포식에서 김동식 작가는 어떻게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놀랍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작가라는 말을 어색해하고 수줍어하는, 하지만 독자와의 만남을 행복해하는 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강연과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한 시간여 동안 웃음과 박수가 여러 번 터져 나왔다. 달변을 쏟아내지 않았지만, 오히려 수줍어하며 어눌하게 전하는 그의 진심이 감동을 주었다.

이제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글을 쓰기 전에는 아무런 존재감도 없이 집과 공장을 반복하는, 미래도 희망도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2016년 5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이틀에 한 편, 사흘에 한 편씩 쉬지 않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 더 나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런 과정에 있다고 고백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을 쓰고 그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털어놓은 작가의 이야기가 참 놀라웠다. 글을 쓰는 것, 그 일을 시작한 후 변화하는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고 글쓰기의 의미를 정리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김동식 작가는 글쓰기의 좋은 영향력을 그 날 강연에서 온전히 보여준 셈이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김동식 작가는 이 과정을 즐겼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흔히 김동식 작가를 두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작가’라고 설명한다. 이제 그 곁에 ‘글쓰기의 힘을 증명하는 작가’라는 말을 덧붙여주고 싶다. 쓰기에는 정말 힘이 있다. 일기장 한 페이지를 다 채워 썼을 때에도 만날 수 있는 뿌듯함이 있는데, 하물며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글쓰기의 힘이 어떨까! 김동식 작가는 바로 그걸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지난 선포식에서의 첫 강연에 이어 앞으로 지역의 도서관과 여러 협력학교에서 김동식 작가의 강연이 이어질 계획이다. 평택의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많다는 것이 반갑다. 김동식 작가를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전해질 글쓰기의 힘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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