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학호 군문초 운영위원장

정학호 군문초 운영위원장

[평택시민신문] 중년을 넘긴 사람이라면 초등학교 운동회의 기억이 새로울 것이다. 예전에는 별다른 이벤트가 없다 보니 학교 운동회는 동네잔치나 마찬가지였다.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아침부터 온 식구가 총출동해 왁자지껄 떠들면서 준비해간 음식을 나눠 먹는 풍경은 정겹기 그지없었다. 특히 학생들은 지금이야 흔해 빠졌지만 당시에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삶은 달걀과 과일, 김밥, 사이다 등을 운동회 때 겨우 맛볼 수 있어서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제 곧 있으면 5월이다. 가정의 달 5월에는 각 학교가 운동회를 연다. 하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미세먼지가 초등학교의 운동회 풍경을 바꾸고 있다. 어느 학교에서는 운동장과 체육관용 프로그램을 각각 준비했다가 당일 미세먼지 예보에 따라 최종결정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마스크를 끼고 운동회 하는 학교도 있다. 이 때문에 운동장에서 흥겹게 펼쳐지던 운동회는 대폭 줄고 체육관에서 학년별로 치르는 소규모 행사가 늘고 있다.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연기·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운동회는 추억으로 남아있거나 아니면 유물이 될 듯하다.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달리기를 하면 학생들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운동회를 꺼리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학창 시절 가장 큰 추억이 소풍과 운동회인데, 넓은 운동장을 두고 실내체육관에서 작은 규모로 진행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아이들 건강에 해로우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봄 들어 맑은 공기를 마신 날이 손에 꼽힐 정도로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자 교육부는 최근 미세먼지로부터 취약한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학교 실내 공기질 관리기준 강화 ▲교실 내 공기정화장치 확대 설치방안 ▲학교 실내 체육시설 설치 지원▲ 어린이와 호흡기질환자 등 민감군 학생에 대한 보호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앞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날에는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운동회를 비롯해 현장학습, 체육활동 등이 모두 실내수업으로 대체될 것이다.

학생들이 운동회 등 야외활동으로 추억을 쌓는 신록의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불청객 미세먼지가 학사일정까지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이제는 아련한 운동회의 추억보다는 아이들 건강을 먼저 생각 해야 될 때가 온듯하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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