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짧은 이야기로 던지는 집요한 질문, 우리는 어떻게 인간인가?

장은주 도서선정위원장

올해 평택 시민이 함께 읽는 책으로 <회색인간>을 선정합니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는 김동식 작가의 말처럼 재미있는 2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입니다.
땅 속 세상, 무인도, 사후 세계, 우주, 외계인, 나무인형, 인조인간, 좀비 등 비현실적 세계와 공포를 자아내는 인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회색인간>이 구현한 놀라운 세계가 단순한 두려움을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데 많은 선정위원들이 공감했습니다.
표제작인 된 단편 <회색인간>의 첫 문장은 도발적입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회색인간>/ 7쪽


그럼 과연 무엇이 쓸모 있는 것일까요? 하룻밤 사이 땅 속 인간들에게 납치되어 끝도 없이 땅을 파야하는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암울한 현실 때문에 회색 인간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글을 쓰면서 하등 쓸모없다고 전제했던 ‘문화’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변함없이 고통스럽지만 더 이상 회색인 인간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짧고 단순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책을 읽으며 어느 새 그 속의 한 인물이 되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해보게 됩니다. 인간은 어떻게 인간일 수 있는지,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진부한 물음이라 밀어두고 있었던 바로 그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글을 써왔고, 주물공장 노동자로 일했으며, 책을 많이 읽지도 문학수업을 따로 받은 적도 없다는 작가의 이력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한 책의 작가로 평택 시민과 만나게 될 김동식 작가의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한 책은 공동체가 더불어 함께 읽으며 그 의미를 더하는 책입니다. 한 책 하나 되는 평택의 열한 번째 책으로 <회색인간>을 선정하면서 한 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지,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는 어떤 모습인지 <회색인간>을 통해 묻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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