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_ 김종기 문화비평가

우리 평택은 지금 ‘욕망과 허구’의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있다

평택인구 2020년 52만·2030년에도 66만 넘지 않을 것

심각한 주택과 상가의 공급 과잉, 도시 공동화 불 보듯 뻔 해

평택을 이끄는 지도자, 시민 모두 자기기만적인 탐욕에서 깨어나야

김종기 문화비평가

1. 우리 평택이 마치 '욕망이라는 전차'를 타고 질주하는 느낌이다. 우리 평택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다. 평택항, 미군기지 이전에 이어 삼성과 LG의 입주로 이어지는 각종 개발이슈, 또 2020년 인구 80만 2030년 인구 110만의 가장 급속한 도시팽창이 이루어질 곳으로 우리평택은 투자하면 돈을 벌 것이라 믿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우리 평택시민들 역시도 아파트를 샀다.

소사벌 신도시의 95만평, 고덕신도시의 410만평, 평택시의 공영도시개발과 전국 최대인 민간 도시개발 사업지 300만평, 브레인시티 150만평 등 이제 나열하기도 진부하다. 그것도 부족한가 보다. 만호·청북·가곡지구 등 추가적인 공영개발이 또 추진 중이다.

개발이 뒤진 지역의 "개발된 것이 없다"라는 불만과 푸념은 이해되지만, 온 평택이 입주대란으로 홍역을 치름에도 구도심은 물론이고 도시의 외곽까지도 파고들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도시형원룸들과 조합아파트 그리고 새로운 민간도시개발이 추진 중이다. 도대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인가?

 

2. 물이 있어야 농사를 짓듯 인구가 있어야 개발을 하는 법이다. 개발을 위해서는 현실인구는 아니더라도 계획상 인구라도 끌어와야 하고, 그래서 우리 평택이 80만, 100만을 넘어서 120만 130만 명으로 계획인구를 확장하는 것이다.

우리 평택의 실현 가능한 인구를 추정해보자. 삼성이 10년에 걸쳐 최대 7동의 공장을 짓고 가동한다고 추정할 때 1동의 직접고용인원 5000명, 7동이면 3만5000명, ‘기반기업 인구유발 승수’를 5배하면 총 증가인구는 21만 명이다. 이중 실제 이사비율을 50%로 잡으면 예상유입인구는 10만 5천명이다. 미군의 이전과 LG의 입주에 따른 인구유발을 삼성요인의 50%로 산정하면 우리 평택시의 10년 내 가능한 유입인구는 15만 명 정도이다. 이것을 넘어서는 정확한 추계기법이 있는지 의문이고, 추정계수는 오히려 후하다는 생각이다. 종합하면 우리 평택의 인구는 2020년에 52만 명, 2030년에 65만 명을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평택의 계획인구가 2020년 80만 명, 2030년 110만 명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020년 3년 후의 계획인구와 추정인구의 갭이 30만 명이고, 현실인구의 유입이 너무 적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공급의 과잉이다. 당장 2017년 우리 평택의 아파트입주물량이 7096세대, 2018년 8831세, 2019년 1만1958세대로 그간의 인구유입 양태와 계수에 잡히지 않은 원룸형 하우스 등을 고려하면 2019년까지 1만세대 이상의 공실이 예견된다. 이것은 너무나도 심각하고 끔직한 문제이다.

-입주하지 못하는 빈 아파트가 늘어나고, 이사하고 싶어도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 전세가의 하락에도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의 10% 인하는 이미 현실이고, 20%는 폭락할 것이다. 구도심은 물론 신도시조차도 공동화 될 것이다. 믿기지 않거든 합정동 조개터만이 아니라 소사벌지구 점포택지들을 가보라. 신도시의 많은 점포상가들이 텅텅 비어 있다. 삼성이 오면 아파트 값이 오르고, 분양받은 아파트로 한몫을 잡을 줄 알았는데 많은 시민들이 오히려 빚더미에 올라 오갈 데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2030년 추정인구가 65만인데 계획인구가 110만으로 그 갭이 45만 명이다. 그 오차를 감안해도 너무 엄청난 과잉이다. 이것은 우리 평택의 공급과잉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시민들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심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3. ‘우리 평택에 청와대가 와야 한다.’ 가히 이 정도의 초특급 이슈는 있어야 이 난국을 타개할 판이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이러한 주장을 미친 짓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제정신은 아니다. 그러나 냉철히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 ‘우리 평택이 2020년에 80만, 2030년 110만의 도시가 될 것이다’라는 계획과 주장을 믿는 우리는 과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가?

우리 평택이 욕망과 허구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 평택이 무한히 팽창할 것이라는 허망한 믿음이 미래를 옥죄고, 합리적인 정책수립과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주택과 상가의 구조적 공급과잉으로 구도심만이 아니라 신도시가 공동화되고, 시민들의 삶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시정 역량의 왜곡과 소진으로 문화와 교육, 환경과 교통 등 정작 도시의 핵심 인프라의 양과 질이 저하될 것이다. 도시가 민주주의의 가치와 품격이 사라진 채 불공정과 불의 그리고 욕망의 투기가 횡횡하는 난립의 도시가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런 허망한 주장을 믿고, 또 믿고 싶은 것은 돈을 벌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숨은 욕망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허구적 데이터에 근거한 정직하지 못한 정책으로 정작 돈을 버는 자들은 아파트건설사들이고, 개발업자들이고, 영악한 소수자들뿐이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황폐화되고, 오히려 가난해지고, 자기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와 과잉공급으로 손해 보는 것은 분양받은 우리 평택시민이고 국민들이다. 건설사는 분양하고 빠지면 그만이고, 정책담당자도 그것으로 끝이다. 눈치 챌 것이다. 왜 건설사가 납득하기 힘든 사업성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추진하는지. 부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것에 정작 돈 없는 서민들의 코가 꿰이는 것이다.

 

4. 이제 우리 평택이 실현 가능하지 않는 탐욕과 자기기만적 이데올로기로부터 깨어나야 한다. 우리 평택이 독립된 국가가 아니고, 더욱이 서울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를 상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평택이 발전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토대위에 도시의 미래비전과 디자인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삼성이 우리 평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천안과 동탄만이 아닌 우리 평택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싶어 하는 차별화되고 특성이 있는 도시, 민주주의의 가치와 품격이 묻어나는 매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바로 그것이 '우리 평택을 키우고, 시민들의 고통을 줄이고,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장 타당하고도 현실적인 길'임을 확신한다. 도시비전의 가장 핵심적 토대인 인구지표에 대한 합리적이고 열린 논의가 절실하다.

‘홍수가 나서 물이 넘쳐도 정작 먹을 물이 없다’했던가. 새해 우리 평택은 진정 우리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 탐욕과 기만에 기초한 개발의 홍수는 좋은 도시를 만들지도, 시민을 행복하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불균형과 불평등 그리고 시민의 고통을 심화하고, 우리 평택을 허망한 한탕주의의 도시로 전락시킬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우리평택을 이끌어가는 리더들만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이 더 이상 허망한 탐욕과 기만에 놀아나는 꼭두각시의 군상이어서는 안 된다. 정책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변화가 아니고, 자각한 시민이 아니다. 그 끝은 끝없는 고통이다.

 

#추신ㅡ 나의 주장과 근거가 틀릴 수 있다. 많은 분들의 합리적 반론과 열린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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