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인근 바다 얼면서 ‘닻’ 파손돼 어선 떠내려가기도

“어항이 없기 때문에 태풍이나 추위에 어선 속수무책”

차를 이용해 어선을 뭍으로 이동시켜 배를 고정하는 평택어부들. 이 과정에서 위험한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평택항 인근 바다까지 얼면서 평택호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월 중순부터 영하 10도 이하의 최저기온이 지속되고 최고기온도 영하권에 맴돌자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일대의 바다가 얼고 녹기를 반복했다. 바다의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업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어선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평택항 부근 바다가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얼음덩어리들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바다에 정박해 있던 어선들을 강하게 타격했고, 이로 인해 배의 부품이 훼손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어선의 표면이 상처 입거나 움푹 들어가기도 했고, 심한 경우는 어선을 고정해 놓은 닻이 얼음덩어리에 휩쓸려 닻이 훼손되고 배가 바다로 떠내려가는 일도 벌어졌다.

신태용(64) 대명호선장은 “바다의 얼음덩어리가 배의 닻을 망가뜨려 배가 수문까지 떠내려갔다. 닻이 망가져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임시로 배를 정박해 놔도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얼음덩어리의 힘이 강해서 몇 번이나 배가 떠내려갔다”고 하소연했다.

어선들의 피해가 심각해지자, 해양수산부는 평택항의 관리부두에 어선들의 입항을 허가해 당분간 배를 부두에 정박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피해를 입은 어부들은 평택항 주변의 어항을 설치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돛과 연결돼 있던 부분이 망가진 모습.

이한범(64) 돌핀호선장은 “이렇게 어선들이 속수무책인 원인은 평택항에 어항이 없기 때문이다. 바다가 추위에 얼었을 때도 어선들의 피해가 발생하지만, 여름에 태풍이 올 때도 어선의 피해가 크다”면서 “어항이 있으면 한파나 태풍 등 자연환경으로부터 어선들을 지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기서 어부들이 불법으로 어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에서 허가를 받고 하는 것인데, 이렇게 방관만 하고 있어 화가 난다”고 밝혔다.

신상응(72) 파라호선장도 “한파로 인해 평택항 인근 바다가 얼게 된 건 5년 만이다. 당시에도 바다 얼음 때문에 어선들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이는 어선을 위한 부두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평택시 관계자는 어항 신규 설치에 대해 “평택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어항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시 자체 예산으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어 국비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정부 측에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