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산장에서 즐기는 샤브샤브가 따뜻했다

해물토렴 한상차림
 

20여가지 재료로 맛낸 육수가 14년 단골 만들어
분위기 좋은 카페…음식 맛도 베테랑

[평택시민신문] 도시 한가운데 산장이 있다? 이충동 송탄고 뒤편에서 옛 돌우물 농원 쪽으로 걷다보면 비탈길을 따라 2층 목조건물이 있다. 색 바랜 널빤지 목재를 덧댄 외벽이며 한겨울 추위에 말라버린 덤불에 둘러싸인 모습이 딱 한적한 산속에 있을 법한 산장이다.

게으쭈루 전경/난로에 참나무 장작을 때면서 하얀연기가 뿜어져나오고 있다.
2층에서 내려다본 수집품들이 가득한 1층 홀

 샤브샤브 전문점 게으쭈루. 나무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섰다. 오래된 마룻바닥을 걸어 2층을 오르는 계단 앞까지 겨우 몇 미터에 여러 번 멈춰 섰다. 목재 카운터 위 책들과 CD들, 낡은 나무 장식장 안에 도자기 소품들, 와인 트레이와 샘플들, 서로 엉키듯 가지를 뻗고 줄기를 올린 화분 속의 나무와 잎사귀들에까지. “아유 정리가 안돼서..” 그랬다. 강명옥 대표(60) 표현처럼 잡다한 물건들이 여기저기 정신없이 많이도 늘어져있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하고 풍부해보인다. 주인장의 예사롭지 않은 미감이 느껴졌다

샤브샤브를 순우리말로는 토렴이라 한다던가. 게으쭈루 대표 음식으로 해물토렴 한상이 차려졌다. 참조개, 홍조개, 생새우, 쭈꾸미, 오징어알. 소고기 등심과 버섯 모듬, 모듬 채소. 어묵꼬치, 만두와 우동이 오늘의 한상 재료다. 냉장 상태로 나오는 해물은 계절에 따라 그날그날 다를 수 있다.

먼저 전골냄비에서 끓고 있는 육수를 한 숟가락 떠먹어보았다. 감칠맛이 나면서 담백하다. 빠르고 쉽게 낸 국물이 아니다. 맛이 깊다. 이등분한 냄비의 다른 한쪽에서는 땡초를 넣은 매콤한 육수가 끓고 있다.

상추쌈밥
강영옥 대표

송탄맛집 게으쭈루는 창이 크다. 눈 내린 과수원을 아래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를 바라보며 먹는 샤브샤브는 따뜻했다. 참조개의 달콤함과 홍조개의 독특한 맛, 신선한 채소를 살짝 데쳐먹는 맛이 좋았다. 강영옥씨가 비장의 무기라 자랑하는 칠리소스는 많이 달거나 강하게 자극적이지 않고 살짝 매콤 칼칼해서 해물과 잘 어울렸다. 밥상에 같이 나온 상추쌈밥은 녹색과 흰색과 검정깨의 조화가 꽃보다 싱그럽다. 상추 한 장, 흰쌀밥 한 수저가 이렇게 예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주인장 추천대로 땅콩소스를 섞은 쌈장을 찍어 살짝 데친 소고기를 올려 먹는 맛도 괜찮다. 접시에 정갈하게 담은 오이피클, 무청, 배추 백김치는 달지 않다. 찝찔하고 깔끔하다.

게으쭈루는 순우리말로 물럿거라~~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 병조판서 관찰사 등 무관 벼슬아치의 행차를 호위하는 순령수가 사람들의 통행을 금하며 외치는 의성어라고 한다. 강명옥씨는 오픈 때부터 14년 동안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비결로 “20여 가지 천연재료를 우려낸 담백한 육수맛과 추가 주문하지 않고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넉넉한 음식량”을 들었다.

게으쭈루의 사계는 특별하다. 봄이 오면 어스름 저녁에 배꽃들이 달빛이 되는 창가를 누려보는 것은 또 어떨까.

■메뉴: 등심토렴 11000원, 해물토렴 15000원, 전복토렴 17000원, 산낙지토렴 19000원, 스폐셜토렴 25000원. 평일 점심메뉴로는 등심 샤브샤브 7000원, 버섯 샤브샤브 9000원이 있다.

■위치: 송탄고등학교 뒤편, 평택시 돌우물길 14(이충동 123-4) ☎031-667-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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