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km를 걸은 W트레킹 첫 날, 영원히 잊지못 할 감동 대한민국의 저력은 여성의 힘입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 삼봉과 빙하호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은 W트레킹 코스를 대부분 따라서 걷는데, 3개의 바위탑의 토레스델 파이네와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히는 프란세스계곡, 그레이빙하 등 공원에서 손꼽히는 명풍경 3곳을 이은 모양이 마치 알파벳 더블유(W)모양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통 3박4일 혹은 4박5일 일정으로 약80km거리를 트레킹하는데 저희 파타고니아 원정대는, 산장예약에 맞춰 다음 행선지 일정에 맞춰 3박3일 코스를 임의로 정하였습니다.

수줍은듯 보여주는 토레스 삼봉

첫날 토레스 델 파이네 삼봉을 보기 위하여, 저희 원정대는 힘차게 첫 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중간 기착지인 칠레노 산장까지는, 안내지도로 2시간 거리인데, 가는 길에 햇빛도 비추다가 간간히 비도 내리고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것이 전형적인 파타고니아 날씨라는 군요, 그나마 바람이 약하게 불어 다행이네요, 조그마한 나무표지판에 말발굽모양이 있어 무엇인지 궁금해 했더니, 마침 한 무리의 말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칠레노산장까지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기도 하고, 여행객들을 태우기도 하는 말 전용 길 표시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차마고도같은 토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고갯마루까지 올라오는 길에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여 있고 멀리 산꼭대기에는 만년설이 쌓여 있고, 계곡에는 눈 녹은 물이 콸콸 넘쳐 흐르는 다소 생경한 풍경인데 그러고 보니 이곳은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이네요.

파이네전망대 정상부근 너덜바위지대

12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솟아오른 산들과 빙하가 만든 협곡 아센시오 계곡은 빙하가 쓸고 간 흔적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만년설과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가는 주변의 풍경에 감탄도 잠시 뿐 산중턱으로 깊숙한 골짜기를 따라 놓인 길을 바라보니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보았던 차마고도와 판박이입니다. 저 길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찔한 것이 혹시 강풍이나 불면 천길 낭떠러지로 우와- 생각하기도 싫은 광경이었습니다. 조심해서 걷다보니 생각보다는 안전했고, 특히 바람이 약해 다행이었습니다. 칠레노 산장에서 점심준비를 하고 있던 대원들 덕분에 라면, 햇반, 김치에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맛있는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칠레노산장 계곡옆에서 맛있는 점심식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불리 먹고 숲속으로 2시간쯤 걸어 갔을까, 라스토레스 전망대 올라가는 길은 급경사에 너덜바위지대로 난코스 중에 난코스 인 거예요.

“누가 트레킹코스라고 했는지 이건 사기야, 등산코스 중에도 난이도가 가장 높은 등산코스인데” 중얼거리면서 올라 가길 1시간, 숨이 턱 밑에 차고, 머리가 하얀 것이 아무 생각 없을 때 너덜바위를 넘어 파란색 빙하호가 보이는 겁니다.

앞서 내려간 대원들은 토레스 삼봉을 구름에 가려 못 보았다는데, 제게는 수줍은 듯이 살짝 살짝 보여 주는 겁니다. 위대한 자연의 모습을 제 눈으로 보긴 해도 담을 수가 없습니다.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가슴으로 느낄 수는 있어도 품을 수가 없습니다. 제 눈은 순전하지 못하고, 제 가슴은 자연을 품기에는 너무 작은 그릇이라 담을 수도 품을 수도 없습니다.

19km를 걸은 트레킹 첫 날의 감동은 영원히 잊지 못 할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파타고니아 원정대 대장 조정목

오늘 트레킹 중 한국여성을 몇 분 만났는데, 특이하게도 한국 남성분은 없는 겁니다. 40,50대 여성분들을 네 분 만났고 토레스 산장에서 20대 여성 두 명을 만났는데, 직장 다니다 의기투합하여 사표를 내고, 한 명당 경비를 800만원씩 준비하여 중남미 콜롬비아에서 출발하여, 태평양 연안국가를 현재 두 달째 여행 중 이랍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W트레킹 코스를 4일째 하고 있는데, 다음 여정은 대서양 쪽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한 달간 여행 할 계획이랍니다. 굉장하지요. 대단하고 강인한 두 분 중 한분 유다은씨의 짧은 소감을 받아서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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