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의 심장, 토레스 델 파이네를 걷는다

토레스(Torres)는 스페인어로 ‘탑’, 파이네(Paine)는 ‘푸른색’을 의미

하늘을 찌르는 기상으로 파타고니아 원정대 첫발을 내딛다

밤새 진눈깨비도 내리고, 울부짖는 바람소리에, 내일의, 대망의, 첫날 트레킹을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람도 잔잔하고 하늘이 맑은 겁니다. 여행중에 가장 큰 복은 날씨가 좋은거지요.

아침식사로 등반대장 임경수씨와 왕언니(대원들이 부르는 애칭)께서 정성껏 끓여주신 누룽지탕과 김치를 먹으니, 기운도 백배, 기쁨도 백배 솟아납니다. 오늘의 목적지 파타고니아 원정대의 궁극적인 목적지인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으로 가는 도로는 거의 다 비포장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겨울에 눈이 많이 와 눈을 걷어 내다보면 포장도로가 손상이 심해, 아예 비포장 상태로 놔둔다는군요.

덜컹덜컹 황량한 초원을 한시간쯤 달리다 보니 멀리 만년설이 덮힌 봉우리들이 보이는 거예요, 구름이 뭉게 뭉게 피어나는 파란하늘, 만년설이 덮힌 하얀 봉우리들, 우유빛깔 또 어떤곳은 코발트색인 빙하호수,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의 단편적인 모습입니다.

“지구반대편에서 이 먼곳을 왜 왔지요? 저속으로 들어가서 자연속에 안겨, 어리광부리러 왔지요, 파타고니아의 날것, 원시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 왔지요”

파란하늘 구름 만년설 빙하호 델 파이네의 일반적인 모습
토레스산장 휴게소에 걸린 토레스 델 파이네의 입체 모형도

그림같은 풍경속으로 들어간다 하니,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요동치며 흥분되는 것이 초등학교때 졸업기념으로 수학여행 가기 전날의 그 모습, 그래 젊은날이 아니라 아예 어린날로 돌아가는군요. 꼬박 두시간만에 국립공원입구 탐방안내소 ‘라구나 아마르자’에 도착하여 트레킹 신고를 하고, 입장권을 구입해야 하는데,이게 웬 행운입니까?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 직원들이 파업협상 중이라 입장료(개인당 원화로 약4만원)를 안 받는답니다. 빙하호처럼 티없이 맑은 눈을 가진 직원들 얼굴을 보면서 고맙기도 하지만, 지구상 어디가나 인간들의 갈등은 있구나, 천국같은 이 자연속에서도 인간의 갈등은 존재하는구나, 잠시 종교적인 원죄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담과 이브의 원죄가 인간들의 피속에 여전히 흐르는구나 생각하니 잠깐동안 숙연해집니다.

 

파타고니아 지도/ 파타고니아 원정대 여행경로

토레스 델파이네의 정식명칭은 토레스 델파이네 국립공원(Pargue National Torresdel Paine)으로서 1200만년전 빙하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독특한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입니다. 산등성이마다 빙하가 녹으면서, 다양한 색의 호수와, 골짜기가 생겼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경으로 늘 순위안에 꼽히며, 1978년 유네스코 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풍광은 물론 이정표와 길 트레킹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는 곳이지요, 토레스 델 파이네의 토레스(Torres)는 스페인어로 ‘탑’파이네(Paine)는 ‘푸른색’을 의미합니다. ‘푸른탑’이란 이름은 이 국립공원의 북쪽에 우뚝 솟은 세봉우리(남봉,중앙봉, 북봉)를 말하는데 줄여서 말하기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은 삼봉이라 부릅니다. 토레스 삼봉은 마치 山글자처럼 중앙봉의 회샛빛 검은 암봉이 가장 높게 솟아있고, 그 밑에 빙하가 만든 호수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파타고니아 원정대 대장 조정목

아마르가 탐방안내소에서 콰이강의 다리같은 아슬 아슬한 다리를 건너 30분쯤 가니, 별천지가 펼쳐진 라스토레스 산장(최인규 팀장이 10개월전에 예약)에 도착했습니다. 즉시 여장을 풀고 드디어 파타고니아 원정대의 트레킹 첫 발을 내 딛었습니다. 모두 모여서 스틱을 하늘높이 들고 ‘화이팅’을 외치는데, 그 기세가 하늘을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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