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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된 혁명의 역사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7.12.06 13:51|(890호)
윤장렬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지난해에는 유난히도 역사적인 혁명들을 기념하는 일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독일 종교개혁 500주년(1517년), 러시아혁명 100주년(1917년) 그리고 한국 87년 민주화 체제 30주년(1987년) 등이다. 국가와 종교 또는 사상과 이념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역사적인 사건들이 기념되는 해이다.


우리가 무언가 기념하는 이유는 특별하거나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한 바람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독일에서 기념되는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500주년과 한국에서 들려오는 87년 민주화 30주년이 올 한해 어떻게 기념되었는지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 지역에서 당시 카톨릭 수사였던 마틴 루터가 부패한 로마 카톨릭 교회를 비판하기 위해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게시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 사건이 카톨릭 교회에서 오늘날 개신교(프로테스탄트)의 시작을 초래했다.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있었다.

필자도 지난 10월 비텐베르크를 방문해 루터의 생가와 기념행사 교회들을 둘러보았다. 다양한 음악회들과 각종 전시회가 종교개혁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시회가 종교개혁에 대한 내용보다 마틴 루터 개인을 기념하는 인상이 깊었다. 루터의 무덤이 있으며, 루터의 반박문이 붙었던 교회 내부에는 온통 루터의 동상이 자리하고 있었고, 비텐베르크 도시 전체가 루터 개인을 선전하는 느낌이었다.

루터의 신앙과 종교적 사상이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이라고 했는데, 오늘날 종교개혁지에서의 500주년 기념에는 “오직 마틴 루터”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87년 민주화 30년을 기념하는 한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 사회가 87년 민주 항쟁이라 기억하는 역사는 당시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뜻한다. 이로 인해,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직선제로 바뀌고, 91년, 95년 기초단위 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본격화했다.

그런데, 87년 민주 항쟁을 기념하는 오늘날 우리에겐 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된 전국적인 시위, 즉 6월 항쟁만을 기념하고 있다. 사실, 87년 같은 해에는 7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노동자대투쟁이 있었다. 이 투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최초의 대규모적인 노동자 투쟁이었고, 자본과 국가의 강압과 탄압에 대한 역사적인 정치적 투쟁이며, 민주화 투쟁이었다. 하지만 올 한해 민주화 3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사회에서 6월 항쟁에 대한 역사만 화자 될 뿐, 노동자대투쟁에 대한 기념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독일은 물론 한국에서 기념되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은 다양한 관점과 목적 그리고 용도로 재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에서 루터의 오직 그리스도는 외면되었고, 민주화 30주년 기념에서 87년 민주화는 오히려 축소되고 왜곡되어 기념되고 있었다. 역사적인 혁명을 기념하는 방식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무언가를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한 바람이 다분히 계산된 행동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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