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국제교류협회 회장 고인정 (전 경기도의회 의원)

여성정책에 대한 인지와 여성 정치참여 정책 확장 필요

 

최근 풀뿌리 지역주민운동 활동 주체는 대부분 여성…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

소통능력과 상대적 청렴성 등으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 높아져

여성정치 참여 활성화 위한 아카데미 개설, 생활정치 참여 공간 많아져야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요즘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평소에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하자, 이야기를 죽 듣던 이 분의 첫 마다는 “돈! 안 되는 일만 하시네요” 였다.

‘돈 되는 일’과 ‘돈 안되는 일’의 차이는 무엇일까? ‘돈 되는 일’은 돈을 모으는 게 목적이지만 ‘돈 안 되는 일’은 돈을 어떻게 유용하게 잘 쓸 것인가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치란 돈을 어떻게 잘 써서 국민들과 시민들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까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10여 년 전 정치에 입문할 때 가장 망설이게 했던 것은 정치인은 무조건 욕을 먹는 다는 것이다. 아무 잘못 없이 타인의 욕을 먹는다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돈을 제대로 못 쓰는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필자는 경기도의회 의원과 정당의 지역당원협의회 위원장, 총선 출마 경험 등을 거치며 여성으로서 현실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의 정치 참여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감하고, 여성 정치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하게 되었다.

여성이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있다.

첫째, 가부장적인 정치문화를 극복해야한다.

둘째, 지연과 학연으로 똘똘 뭉쳐있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이겨내야 한다.

셋째, 불합리한 선거제도와 끊임없이 싸워야한다.

넷째, 온 가족의 전폭적인 지지 또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점은 네 번째이다. 여성의 특성상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딸자식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기가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희생으로 온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도록 훈련된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성이 여성정치 참여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부패한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9월 29일 주관한 여성정치참여 연수(사진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따라서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에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해서 여성정치참여율을 높이기도 했고,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여성공천할당제까지 도입되어 각 지역구별 한명씩 여성에게 공천하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정당에서는 여성후보에게 공천심사 시에 가산점을 주기도 하고 30%이상 여성을 공천해야한다는 의무조항과 지역에 출마하는 여성후보자들의 선거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여성추천보조금제도를 도입해서 여성 참여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최근 지역주민운동의 활동 주체들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이 가진 생활에 대한 감수성과 지역에 대한 세심한 파악능력, 소통능력, 상대적 청렴성 등이 인정되면서 여성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와 차별성을 극복하고 여성정책에 대한 인지와 양성평등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도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확장해 나가야 하겠다.

돈을 벌기위한 정치가 아니라 돈을 잘 쓰기위한 정치를 한다면 유권자들이 더 이상 정치인이라면 무조건 욕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돈 안되는 일’을 하는 여성정치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엄마의 마음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위해서는 여성정치참여 활성화를 위한 아카데미와 생활정치 참여 공간이 많아져야 하겠다. 여성정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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