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와 평택시가 ‘살기 좋은 도시’ 함께 고민하며 장기적 계획 세워야

불법도박시장 연간 80조 내지 170조, 올해 국방부 예산보다 2-4배 이상 많아

초등생도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불법도박…수천만 원 손해 본 청소년도 있어

사감위 차원에서 불법도박 사이트 폐쇄 및 관련 계좌 정지 위한 법안 마련 중

<편집자주> 평택출신으로 정치, 행정, 경제,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재들이 많다. 본지는 각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출향인사 10인을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평택공동체에 따뜻한 힘이 되고, 이들이 고향 평택에 바라는 생각들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한민호 현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사무처장이 문화체육관광부 디자인공간문화과 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군산시 기획과장이 찾아왔다. 미 공군 폭격 연습장이 화성에서 군산으로 옮기면서 중앙정부로부터 몇 백억 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왜 군산시 기획과장이 나를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라며 의구심을 품었던 당시 한민호 과장. 그럼에도 군산시 기획과장에게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결과 군산은 약속된 예산을 받았다.

군산시 기획과장이 또 찾아왔다. 이제 이 돈을 어떻게 쓰면 좋겠냐는 질문과 함께. 다시 ‘왜 나한테 예산 사용처를 묻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또 다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군산에는 쇠락한 일제시대 가옥들이 많아 이를 리모델링해 관광산업을 육성하자는 내용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근대문화역사의 거리’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되었다. 이곳은 전국적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자원이 되어 군산을 관광도시로 바꾸고 있다.

올해 7월부터 국무총리 소속 사감위의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곳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국내 사행산업과 불법도박을 관리하고 있다. 한민호 사무처장을 만나 한국 도박의 현실, 불법도박 규제를 위한 아이디어와 함께 평택의 발전을 위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도박의 현실

경마, 로또, 카지노 등 합법적인 사행산업의 규모는 연간 22조원이고, 불법 도박에 흘러가는 돈의 규모는 연간 80조 내지 170조 원까지 보고 있다. 2017년 정부 예산이 약 400조 원인데 불법 도박의 규모가 1년 정부 예산의 절반 정도 수준에 가까운 것이다. 올해 국방부 예산이 약 40조 원이라는 점에서 불법 도박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실감할 수 있다.

불법도박에 사용된 돈의 흐름을 보면 영화와 같은 일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던 사람이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매입하는 일도 있고, 불법도박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조폭들이 건설업체 등 번듯한 사업체를 차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조폭들이 불법도박으로 번 돈으로 음지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에는 조폭들이 공권력을 무력화시키고,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나라가 여럿 있다. 우리나라도 불법도박으로 인해 중남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기에 불법도박 문제를 국가안보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불법도박의 규모도 커지고 있고, 도박의 주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청소년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 쉽게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도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사이트에서 청소년들이 천만 원 단위로 돈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학생들이 잃은 돈을 복구하려고 도둑질은 물론, 사기,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불법도박이 범죄자를 양산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불법도박도 여전히 문제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처럼 강원랜드 근처에도 불법도박장이 많지만, 전국적으로도 많은 곳에서 불법도박장이 운영되고 있다. 평택에도 조폭들이 꽤 많은 불법도박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법도박 규제를 위한 계획은?

사감위로 오기 전에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불법 도박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다. 마침 사감위로 왔으니, 다양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불법도박을 단속할 계획이다.

먼저 불법도박단속특별법을 만들어 사감위가 불법도박 사이트를 즉시 폐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는 불법 사이트 폐쇄를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일이 많기 때문에 심의과정이 최대 한 달까지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해당 사이트에서 불법이 계속 자행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감위가 불법도박 사이트를 즉각적으로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또한, 해당 법안에는 사감위가 금융기관에 불법도박과 관련된 계좌의 거래정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돼 있다.

앞으로 불법도박 단속기금을 조성해 불법도박 신고 포상금을 대폭 인상할 예정이다. 파격적으로 몰수 금액의 최대 1/3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만들 예정이다.

더불어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마련해 사감위가 지금처럼 불법도박에 대한 감시와 함께 단속 및 수사 권한까지 가져 불법도박을 전문적으로 단속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온라인 불법사이트 관련자 검거를 위해 해외 사법당국과도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불법사이트 서버가 보통 동남아나 중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 단속을 위해서는 각국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과천 정부청사 내 사감위가 위치한 건물

 

미군 주둔 한시적인 일 아냐…미군이전평택지원법 유효기간 연장하는 것이 급선무

수준 높은 공교육, 공공디자인 통한 도시계획, 시민운동 토대 마련 조언

평택 거버넌스 토론회는 바람직…모든 공무원이 토론회 참석해 시민과 소통해야

 

평택에 대한 추억

1980년 평택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평택에서 살았다. 그 당시 평택고등학교 앞은 전부 배 밭이었다. 친구들과 배 밭을 배경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가득하다. 그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평택은 기적적으로 변했다. 대한민국이 기적적으로 발전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평택이 발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나도 그 이야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1960년대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발전한 국가였지만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추락했다. 국가 뿐 아니라 도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밋빛 미래만 꿈꾸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단기간 성장한 것처럼 몇 년 안에 망할 수도 있다.

평택시민사회가 대화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기 바란다. 서로 대화하며 지금의 성장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바란다.

 

평택의 발전을 위한 조언

주한미군이 평택에 들어오면서 평택은 수도권 규제에서 벗어나 삼성전자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군이전평택지원법에 따라 꽤 많은 예산을 평택이 안정적으로 받고 있다. 지금 평택의 급선무는 특별법의 기한을 연장하는 것이다. 한시적으로 미군이 평택에 주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택시는 시 차원에서 특별법을 개정해서 유효 기한을 늘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특별법에 따른 예산, 다양한 기업들에 의한 세수 등 평택시의 재원을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살기 좋은 도시’란 어떤 도시냐는 질문이 남는 것인데,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부 공무원이나 전문가 등에 의해 도시가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시민사회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이 대화를 통해 도시의 비전을 세우고 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도시를 위한 의견을 밝히자면 먼저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 뿐 아니라 지역차원에서도 교육은 중요하다.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통해 평택 청소년들에게 질 좋은 공교육을 제공하길 바란다.

또한 공공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평택의 공간은 너저분한 느낌이 강하다. 실력 있는 사람들로 팀을 짜서 시민을 위한 도시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를 단기간에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3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토대로 도시의 쾌적한 공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택의 활발한 시민운동을 위해서도 예산이 사용돼야 한다. 시민운동을 통해 각계각층에서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한 대안들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가 다른 지자체의 사업을 벤치마킹하는 노력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 모이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장기적으로 평택은 꾸준히 발전해 나갈 수 있다.

 

평택의 공무원들에게도 조언을 부탁한다

평택에서 거버넌스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무원의 토론회 참여율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는 거버넌스 토론회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나 토론회와 관련된 부서 공무원만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평택시 전체 공무원들이 이러한 토론회에 참여해야 한다. 시청 공무원 뿐 아니라 읍면동 사무소 공무원까지 참여해야 한다.

또한, 형식이나 참석자들을 다변화해야 한다. 전국의 다른 지자체가 잘하고 있는 점이나 못하고 있는 점을 정기적으로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만나 이야기를 하면서 이를 축적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다른 지자체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함께 공부하다 보면 지방자치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공통된 의식이 정립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평택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이 마련될 수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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