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_ 문복남 경기민예총 평택지부 정책분과장

“평택시는 평택이 문화도시로 갈 수 있도록,
문화의 물이 지속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수도관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재단은 문화의 물이 수도관을 채우고 넘쳐서 지역현장으로 솟구쳐 나오게 하는
수도꼭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이다.”

문복남
경기민예총 평택지부 정책분과장

평택시는 2008년 1월,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재)에 용역을 의뢰해서 『평택시 문화예술진흥 중장기 종합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 222쪽을 보면 “평택시 문화예술 활동의 진흥을 도모하기 위한 문화재단이 필요하고, 재단의 유형은 평택시가 주도하는 공공재단으로 설립하고, 운영상에 있어서 평택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는 전문재단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고 명시되어 있다.

시(市)는 언제든 문화재단 설립이 가능한 주도적 문화행정이 필요했건만, 그동안 두 번의 시장이 바뀐 사정을 감안하다라도, 지역의 사회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 될수록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과 기대가 높아질 것이 분명한데도 문화적 요구를 담아낼 틀 마련에 소극적 이었다. 지역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적지 않는 예산을 투입한 보고서를 접하고도, 10년 동안 문화재단 건립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던 시와 의회는 지난 6/12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서울시 강북구에 위치한 호텔을 12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매입 후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학관을 조성하는 사업”은 발 빠르게 통과시켰다. (평택시민신문.6/14일 기사 참조)

수도권에 진학한 대학생들에게만 125억 원의 시 예산을 투입해 주거걱정 없이 학업에 매진하라며 장학관을 짓는 발상은 지방에 진학한 학생들을 차별 한 것 뿐 만 아니라 교육의 평등성을 침해 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서울에 장학관을 둔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 향토애가 높아져서 지역과 나라발전에 기여했다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연구사례를 접해본 적이 없다. 시와 시의회는 서울에 장학관 건립 조례를 통과하기 전에 “지방에 진학한 대학생들은 향토애가 약하고 지역과 나라발전에 기여가 부족했다”라는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질적 연구 결과를 먼저 내 놓았어야 했다. 교육환경과 관련해 평택-서울 간 교통편은 1시간 이내로 기차, 지하철, 버스 등 다양하다.

현대사회에서 인재(人才)란 공부 잘하는 똑똑한 머리가 아니라 개인 이익보다 공적 일 에 책임감이 강하고, 창의성과 사회적 공감능력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상식이다. 평택시민이면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교육 평등권 보장과 학벌 차별에 따른 지방에 진학한 학생들이 갖게 될 자존감 저하, 지역과 나라에 기여하는 인재(人才)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 시민적 합의를 거쳤어야 했다.

문화는 다른 사람들과 ‘차이’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인간 내면의 사적 감정에서 시작하지만, 사람과 사람, 환경, 지역을 연결시켜가며 ‘사이(間)’의 과정을 지나 통합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경제는 충전이고 문화는 방전이다. 채웠으면 비워내야 밝은 삶을 살 수 있다. 비우기 위해 우리는 문화도시에 산 적이 없으면서도 문화도시를 염원한다.

평택시는 지역현장에서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게 위해 땀 흘리고 노동하는 선수가 아니다. 선수인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행정을 통해 조력해주는 심판이다. 문화도시로 갈 수 있도록, 문화의 물이 지속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수도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문화재단은 문화의 물이 수도관을 채우고 넘쳐서 지역현장으로 솟구쳐 나오게 해 줄 수도꼭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이다.

평택시민 모두 문화기본권을 누릴 수 있게 평택문화재단 건립에 평택시는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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