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미세먼지,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

서울보다 심각한 원주 미세먼지,
국내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 계절풍에 실려오다 태백산맥에 막힌 결과

 

<편집자 주>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던 미세먼지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중심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역할과 대책 마련 요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세먼지는 아황산가스, 질소산화물, 납, 오존, 일산화탄소 등이 포함된 대기오염물질로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면 PM10, 지름이 2.5㎛ 이하면 PM2.5인 초미세먼지로 구분한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할 만큼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계절적 영향에 따라 그 양의 차이는 있지만 중국과 몽골에서 발생해 계절풍을 타고 유입되는 국외요인 못지않게 국내 화력발전소, 산업단지, 폭발적으로 증가한 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다. 특히, 값싼 원가로 전력을 생산해 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대형화 설비 석탄화력발전소는 이미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오염원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전국에 분포된 주요 화력발전단지를 둘러보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대안으로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친환경적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관령에서 바라 본 강릉시내 전경

산이 많고 물이 맑아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히던 곳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특별한 오염원이 없음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강원도의 관문인 원주도 치악산을 비롯한 산림과 녹지가 풍부하고 물이 맑은 청정지역이었으나 최근 들어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 관련 각종 수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동안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중국발 스모그를 꼽았지만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국내요인이 상당하고 지형적인 영향과 바람의 방향, 습도 등의 기후 등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관령 풍력발전시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6년 12월에 내놓은 ‘최근 미세먼지 농도현황에 대한 다각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원주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태백산맥의 고도가 미세먼지 확산과 이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혼합층의 고도보다 높아 산맥 서쪽에 인접한 지역에 대기 흐름의 정체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원이 서울보다 적은 원주의 대기질이 서울보다 나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원주시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매년 서울시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기환경정보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서울시 미세먼지(PM-10)의 평균값은 46㎍/㎥을 기록한데 반해 강원도의 경우 51㎍/㎥, 원주시 명륜동에서는 65㎍/㎥로 나타나 크게 상회했다. 2016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원주시는 미세먼지(PM10) 농도는 전국 5위, 초미세먼지(PM 2.5) 농도 전국 2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전형적인 분지형태의 지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산림은 우거져 있지만 높은 산악지대가 수도권과 중국 등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대기의 흐름을 정체시켜 대기의 질이 나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분지라는 지형적 불리함을 감안하더라도 산업단지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원주의 미세먼지 수준이 높은 이유는 미세먼지의 광범위한 이동성에서 기인한다. 수도권과 충청권 내 산업단지와 자동차, 화력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이 계절풍에 실려 전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높은 산악지대 속 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이 만들어낸 거대한 방에 갇혔기 때문이다.

 

원주시, 미세먼지 대책으로 화훼관광단지 조성하면서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 건립

관광청정도시 강릉에서도 석탄화력발전소 추진중…지역주민·환경단체 반발

 

여기에 더해 기업친화적인 행정기관의 무책임한 행정이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건강 위협에 일조하고 있다. 원주시의 경우 고농도 미세먼지 피해 예방을 위해 2022년까지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한다면서 문막읍 궁촌리 일대에 화훼특화관광단지 조성과 함께 SRF(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화훼특화관광단지에 쓰일 열에너지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다는 것이 열병합발전소 건립 명목이었다.

SRF(고형연료)는 생활폐기물, 폐합성수지류, 폐합성섬유류, 폐고무류, 폐타이어 등 생활폐기물을 압축한 연료다. 이 연료에 고열을 가하면 열분해 과정에서 가스가 나오며, 가스를 응집시키면 수증기가 생성된다. 고형폐기물연료 열병합발전소는 이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미세먼지는 물론 다이옥신, 카드뮴, 비소,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과 유해 중금속 물질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시 안인면에 건설을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부지

서울에서 거주하다 자녀들이 아토피가 심해 자연환경이 좋은 곳으로 옮기기 위해 원주로 내려온 권 아무개(42, 명륜동) 씨는 “출퇴근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아이들을 위해 원주로 내려왔는데 첫 겨울을 맞이하면서 대기질이 수도권과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당혹스러웠다”면서 “중국 탓만 할 게 아니라 넓게는 국내에서, 좁게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부터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미세먼지가 문제되고 있는 지역에 고형연료 열병합발전소를 짓겠다고 시도하는 것은 주민의 건강과 안전 등의 삶의 질보다는 경제논리만 중시하는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관광청정도시인 강릉시에도 석탄화력발전소가 추진돼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인화력발전소 에너지원을 석탄으로 하는 정부 방침을 확정하면서 강릉에코파워가 금융주관사와 4조5000억원의 자금(PF)을 조달하기 위한 사업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

강릉 석탄화력발전소는 강동면 안인리 일원에 건설되는 민자 유연탄 화력발전소로,2021년까지 설비용량 1040㎿급 석탄화력 2기(2080㎿)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정 부지 인근에는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지만 정부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고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 중 강릉 안인화력발전소의 경우 최고 수준의 배출기준을 적용하되, 에너지원은 석탄으로 유지키로 했다.

이에 대해 건설 예정지 마을 주민 한 아무개(51) 씨는 “강릉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관광도시인데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말이안된다”면서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계획단계부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는데 정부의 공사 강행 결정은 주민들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이다”라고 비난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 싣는 순서

①석탄화력발전소 주변 환경피해와 미세먼지-충남지역

②석탄화력발전소 주변 환경피해와 미세먼지-인천지역

③미세먼지,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

④거꾸로 가는 전력정책,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막아라

⑤화석연료발전의 대안 신재생에너지-신재생에너지란?

⑥화석연료발전의 대안 신재생에너지-대안으로서의 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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