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20 _ 김정현 한광중학교 교사

시어머니께서는 자녀교육법은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거라고 하셨다. 계속해서 이야기 하다보면 열 마디 중 하나는 귀에 가서 딱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딸을 키울 땐 뭐가 뭔지도 몰랐다. 가르침의 기준이 있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채, 그냥 우리 부부 사는 대로 살아 세월이 흘렀고 아이들이 자라주었다.

다섯 살 손자가 있다.

이 아이의 일상 중 말과 행동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저건 할아버지, 저건 아빠, 이건 엄마, 또 이건 할머니, 본대로 들은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자꾸자꾸 나의 행위를 되돌아보게 한다. 더 반듯하게 더 열심히 살아야했나. 모르겠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들을 어찌하랴. 그러나 손자들에겐 좀 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자라면서 친척집이나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 거실에 ‘근면, 성실, 화목’의 가훈이 쓰인 액자를 흔하게 발견하곤 했다. 그 후 내가 확인해볼 수 있는 경우도 그렇고 아니면 엄마를 통해 들려오는 그 집의 스토리는 가훈과는 상반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인간사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내게 ‘가훈’이란 그냥 ‘이상향’ 내지는 ‘장식용’ 정도로 자리매김 되었다. 부모가 몸과 마음으로 실천한 것만 아이들이 따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유명한 12명의 아버지를 통해 이 시대에 부모들이 가져야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였다.

정약용의 가르침 중에선 ‘배려하고 양보하여 가족해체를 막아라.’, ‘늘 심기를 화평하게 하고 진취적인 태도를 가져라.’

이황은 ‘살림살이와 공부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말 것’

박세당은 ‘독서와 글씨연습으로 근심을 잊어라.’

이익은 ‘의식이 족해야 예의를 안다.’ ‘절약하지 않으면 방도가 없다.’ ‘세상을 구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이다.’ ‘항상 마음이 몸을 떠나 있는지를 잘 살피라.’ ‘백성을 잘 다스리는데 마음을 써라.’

유계린의 거가십훈 중에선 ‘좋은 글은 반드시 적어두고 마음의 지향을 삼으라.’란 구절이 확 와 닿았다.

김장생은 ‘형식적인 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가짐이다.’

김정희의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 나물이요,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 딸 손자면 족하다.’는 말의 의미를 이 가을에 깊이 생각하고 있다.

 

작가는 이 세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할 일은,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지 말아야 하고, 성실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자신을 포함한 일체의 사물에 진심을 다해야 한다.’ 고 쓰고 있다.

또 ‘우리시대 아버지들이 성현처럼 탁월한 학자 또는 공직자가 되어야 할 까닭은 없다. 우리자신이 허물어진 그 지점에서 다시 일어나서 미래 지향의 가치를 추구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성취 그 자체가 아니라, 아마도 우리의 성실한 태도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란 결코 입으로만 가르치는 이도 아니고, 핏줄이 직접 통해야만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삶 자체로 모범이 되어야 진정한 아버지다.’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부모로서 꿋꿋하게 서려면 우선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제는 참 어려운 말이다. 개인이 처한 환경에서 사고의 폭과 깊이가 저절로 확장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직 독서만이 우리를 단련하여 성장시킬 수 있고, 마음을 평온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선택적 노출’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의 책을 읽어 편향되지 않은 균형감각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다짐하게 된 것은, ‘끊임없이 책을 읽자! 오래 생각하고 행동하자!’이다.

적절한 시기에 나에게 많은 위안과 도움을 준 책이라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김정현 한광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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