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으며 살아 온 지난 세월, 너무 괴로워…”

집 앞마당에 있는 특수가스 APK 공장, 이주대책 절실

공장 설립 앞장섰던 경기도와 평택시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 중

“아이들에게 상식적으로 살라고 가르쳐 왔는데, 평택시에 살다보니 비상식적인 일이 많이 생기더라….” 맨 처음 정성카센터를 방문하자 정재호 대표가 한숨을 쉬며 내뱉은 말이다. 수심 가득한 그의 얼굴에 비친 비상식적인 일이란 무엇일까?

“우리 가족의 고통은 2015년 9월, 우리 집 바로 앞에 특수가스 공급업체인 APK가 입주하면서 시작됐다.(APK 공장은 고덕삼성반도체단지 가동을 위해 필요한 특수가스를 공급하는 업체로 산소·질소를 대기 중에서 포집해 생산하고 알곤·수소·헬륨·실란·삼불화질소·암모니아 등을 삼성단지에 공급하고 있다) 이미 이전 3년 동안 수서~지제 SRT 지하 상승구간 변경으로 인해 건물을 철거하느라 이만저만 맘고생이 심했는데, 가게 위치를 겨우 옮기고 나니 곧바로 APK공장이 입주하더라”며 도합 6년 째 맘고생을 하고 있다는 정 대표는 그간 홀로 외로운 싸움을 펼쳐왔다는 듯이 여러 장의 문서를 꺼내어 보인다.

“처음 이 공장이 입주할 때부터 주민들은 반대해 왔다. 당시에도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밀실행정을 해 온 것에 대해 시와 APK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그 후로도 변한 것은 없더라. 특히 공장 입주 과정에서 발견된 불법폐기물 매립 문제, 장외영향평가서 제출여부, APK 초고순도 질소공장 증설 등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불화질소가 누출되어 수분과 결합하면 불산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예방이 잘 되어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학사고 발생 시를 대비해 주변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장외영향평가서’를 사전에 환경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법과 절차를 제대로 지켰는지 반드시 따져서 확인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년 동안 지리한 싸움을 하는 동안 지칠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계속 고독한 싸움을 더욱 이어갈 예정임을 밝혔다. 얼마 전에는 국민신문고와 광화문1번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결국 국무총리실로부터 2번의 답변전화를 받은 정 대표는 국무총리실 관계자로부터 “이주 대책이 더 우선 되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도 했다. 역시 남경필 경기도지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정 대표는 “3년 전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라고 평택시에 요구해 왔다”는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경기도청 관계자로부터 해당 문제와 관련하여 전화가 왔다. 또한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라고 밝힌 정재호 대표는 지금이라도 평택시가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환경부와 경기도, 평택시가 지금까지 계속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라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특히 공장이 위치한 평택시에서 이 문제 해결에 앞장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대책위 관계자들이 하나 둘 떠날 때에도 지금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 대표.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중학생 막내 아들을 보며 힘을 낸다는 그의 노력이 어떠한 결과로 조정될지 궁금해진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