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서정동 시민 최주민 씨

19일 서정동 화재 현장에서 일가족 6명 구출
차 천장은 망가졌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급하게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에 귀기울여주길“

8월 19일 새벽 3시 5분 경. 최주민 씨는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그때 들려온 한 여성의 고함소리, “살려주세요. 아기 좀 받아주세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음을 직감한 그는 평상복 바지에 티셔츠만 챙겨 집 밖을 나섰다. 구조를 요청하는 목소리의 주인은 빌라 2층에서 아이들을 안고 있었고, 그 뒤로는 화재로 인한 연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구조 목소리에 먼저 반응한 5명이 화재가 난 2층 가정집 밑에서 홑이불을 들고 아이들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 씨는 “아이들을 보니 내 딸이 생각났다. 내 가족이라 생각이 됐다”며 구조에 적극 동참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때 해당 가정의 현관에서도 구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 씨가 다가가 보니 노부부와 성인 남성이 있었다. 성인 남성은 화재를 입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노부인은 식물인간 환자, 그의 남편은 화재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상태였다. 이들은 화재를 피해 현관 밖으로는 나왔지만,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구조를 요청했던 것. 화재가 현관 밖으로 진행되기 전에 최 씨는 이들을 안전 구역으로 데리고 나왔다.

이제 구조가 필요한 사람은 처음 구조를 요청했던 여성 한 명뿐이었다. 불이 현관 입구를 덮쳐 여성과 아이 두 명은 현관으로 피신하지 못하고, 창문이 나 있는 방으로 대피한 상황이었다. 4~6세로 보이는 아이들은 이불을 들고 받을 수 있었지만, 성인 여성을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 씨는 자신의 자동차로 달려갔다. 자신의 SUV차량을 주차장에서 꺼내 화재현장 1층에 갖다 댔다. 차 지붕으로 올라가 최 씨가 그 여성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말할 겨를도 없이 해당 여성은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마침내 6명의 모든 가족이 구조되는 순간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도 늦지 않게 도착해 화재를 진압하고, 환자를 이송했다. 최 씨는 “평일에 같은 장소에서 불이 났으면, 주차된 차로 인해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불도 더 크게 번졌을 것”이라며 “주말이라 주차된 차가 없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라고 전했다.

‘다행인 일’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최 씨는 “다행히 입고 있던 주머니 속에 차키가 있어 차를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다행히 이중주차장에서 입구를 막고 있는 차가 없어서 차를 주차장에서 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집의 아이들이 소방교육을 잘 받은 것도 다행인 일이었다. 아이들과 아이들 엄마가 방으로 피신했을 때 화재로 인한 연기가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틈을 이불로 막아야 한다고 했던 것이 아이들이었다. 그러한 조치가 없었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최주민 씨는 자신의 역할보다 행운 때문에 모든 이들이 구출될 수 있었다고 평가할 정도로 겸손했다. 차가 망가질 것이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 당시에는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때가 있다. 내 주변에서 다급하게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귀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뷰에 함께한 동료 김재권 씨에게 최 씨에 대해 묻자 “최 씨는 측은지심이 강하다. 평상시에도 누군가를 도와줄 일이 있으면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충북 음성에 있는 직장에서 퇴근해 평택까지 오려면 1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퇴근버스를 타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차로 일일이 바래다주는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이러한 인간성 때문에 위급한 순간에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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