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17 _ 장당중 2 임예진

『조선의 아버지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학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였다. 동아리 선생님께서 평택시 ‘한 책’이니 읽어 보라며 나누어 주신 책을 읽고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한 번 더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인데, 마치 옛날 사람들이 나타나 오늘날의 아버지와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오늘날과는 다른 아버지들의 색다른 힘듦과 고됨이 드러나면서도, 느끼는 감정은 왠지 현대 아버지들과 다를 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아버지들>에는 정약용, 이황, 박세당, 김숙자, 이익, 유계린, 김장생, 김정희, 이순신, 김인후, 이항복, 영조 등 열두 명의 아버지들이 등장한다. 내가 들어 본 이름들도 있었고, 들어 보지 못한 이름들도 있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퇴계 이황 선생이다.

퇴계 선생과 관련된 부분의 첫 부분에 나오는 소제목은 ‘잔소리 대신 편지로 아들을 일깨우다’였는데, 책을 읽어 보니 퇴계 선생이 자신의 아들에게 결코 큰소리 내는 법이 없이 편지로 나긋나긋하게 타이르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적혀 있었다. 나는 이것을 보고 퇴계 선생이 편지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해 보았다. 따로 부르지 않고,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그저 평소처럼 대화하듯이 타이르는 퇴계 선생은 어쩌면 속이 타들어 갔을지도 모른다. 제발 큰소리치지 않아도 아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기를, 다른 지혜를 깨닫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을 것 같다.

그리고 부부 관계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하였다는 구절에서도 새삼 퇴계 선생이 대단하신 분이라고 느꼈다. 조선시대는 여자가 남자보다 못한 존재로 인식된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에 여자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지 않고, 자신이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가장으로서 책임지고 가려는 모습이 매우 훌륭해 보였다.

책을 읽다보면 퇴계 선생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남달랐음을 알게 된다. 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다가 오히려 아들에게 피해를 주는 내용도 등장한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퇴계 선생의 손자인 안도가, 나날이 약해져 가는 자기 아들의 젖어미로 학덕이라는 여종을 보내달라고 하였지만 퇴계 선생이 그 청을 들어 주지 않았는데, 안타깝게도 2년 후에 퇴계 선생의 증손자가 죽었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퇴계 선생이 학덕을 보내지 않은 이유는 학덕을 젖어미로 보내면 막 태어난 학덕의 아이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종이라고 마음대로 부려먹지 않고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비록 종의 자식이지만 다른 아이를 죽게 할 수 없어서 사랑하는 증손자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마음 아파하는 퇴계 선생은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우리 아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아빠가 퇴계 선생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거나 큰 소리 치지 않고 끈기 있게 타이르듯이 이야기하고,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퇴계 선생보다 나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를 퇴계 선생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이고, 나의 아빠라는 것이고, 우리 가족의 가장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빠는 남들이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더 나를 생각하고 사랑해 주신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해도,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온힘을 다해 노력하시는 아빠는 멋있고, 충분히 훌륭하신 분이시다.

조선의 아버지들을 통해 현대의 아버지들을 보게 만드는 이 책은 참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의 아버지들>은 더 이상 아빠들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준 참 소중한 책이다.

 

장당중 2 임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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