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추리길에 들꽃 만나는 섶길 쉼터가 있다 -

박경순 시인/한국사진작가협회 평택지부 지부장

[평택시민신문] 오늘 날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관심들이 많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 보고 듣는다. 섶길 코스 중에 하나인 대추리길에는 섶길 쉼터가 있다. 평택시 도서관장직에 있다가 퇴임하신 분이 전원생활을 하며 섶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한 자그마한 쉼터를 마련해 놓으셨다.

내가 찾아 갔을 때, 마침 들꽃들이 활짝 피어 한창 때를 뽐내고 있었다. 누구라도 들어 가 둘러 볼 수 있도록 대문도 없고 한 옆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철제 탁자와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나는 가져 간 커피를 마시는 둥 마는 둥 꽃들에게로 다가갔다. 어떤 꽃은 이름을 아는 꽃이었고 어떤 꽃은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흔하디 흔한 들꽃이었고 생전 처음 보는 꽃들도 있었다. 전날 비가 내려서 그런지 꽃과 잎새들이 더욱 싱그러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꽃들에 대한 나의 반응도 변해 가는 걸 느낀다. 20대에는 장미나 백합처럼 화려하거나 진한 향기를 지닌 꽃들이 좋았다면 50대로 접어들면서 들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때는 들꽃들의 이름을 알아보겠다는 거창한 결심을 하고 야생화 사진집을 사서 들고 다니며 꽃들의 이름을 공부한던 때도 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주면 그에게로 가 꽃이 되겠다는 시인의 그 감성을 나도 맘껏 부려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진과 꽃의 실물은 너무나도 달랐고 거기다 꽃들이 어찌나 비슷비슷한지 이름과 꽃을 연결짓는 일이 쉽지 않았다. 우리가 서양인들을 보며 얼굴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내 포기하고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꽃을 바라보며 즐기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들꽃에 대한 인연은 오래 전부터 맺어 왔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은사님이셨던 선생님과 30여 년 만에 연락이 닿았고, 마침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이하실 즈음이었다. 퇴임식에 나의 시를 헌정하겠다는 발심이 생겨 열심히 써서 낭송했던 시가 떠올랐다. 선생님은 들길을 따라 출퇴근 하시며 들꽃들의 꿈에 귀 기울이셨다는 말씀이 내 가슴에 꽃을 피우게 했다. 그 들꽃들은 다름 아닌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아니겠는가. 낡은 습작 노트를 꺼내보듯 시를 읽어 보며 불과 10여 년 전인데도 동심처럼 맑고 순수(?)해서 들꽃같은 나를 만나는 듯 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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