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평택 in 평택 人 | 양정무·최선희 유도선수

2017 삼순 데플림픽에서 각각 메달 두 개 획득

양정무 선수,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은메달·금메달

최선희 선수, 카타와 단체전에서 은메달·동메달

국가대표이지만 소속팀 없어 훈련과 생계에 어려움

왼쪽부터 양정무 선수, 원유신 감독, 최선희 선수

지난 7월 터키 삼순에서 진행된 ‘2017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 올림픽)’에서 평택 소속의 양정무(29) 선수와 최선희(22)선수가 뛰어난 기량으로 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정무 선수는 유도 90kg 이하 부분에서 은메달과 유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최선희 선수는 유도 단체전에서 동메달, 그리고 카타 부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양정무 선수의 메달 획득과정은 드라마 같았다. 먼저 진행된 유도 개인전 8강 경기에서 양 선수는 브라질 선수에게 꺾기 기술을 당했다. 보통 사람이면 기권을 선언했겠지만, 양 선수는 정신력으로 참고 그 기술을 이겨내고 승리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꺾기 기술로 인한 통증은 남아있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양 선수는 아픔을 이겨내고 준결승에서도 승리했고, 결승에서도 절반을 뺏긴 뒤에 허벅다리 기술로 러시아 선수를 바닥에 눕혔다. ‘한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판정 결과는 ‘절반’. 양정무 선수의 코치를 맡고 있는 원유신 감독은 “당시 심판들이 러시아권 국가 출신이었기 때문에 편파판정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양정무 선수는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다.

하지만 복수의 기회는 이른 시간에 찾아왔다. 유도 단체전에서 해당 러시아 선수를 만났던 것. 양정무 선수는 개인 결승전에서 시도했던 허벅다리 기술을 똑같이 시전했고, ‘한판’으로 통쾌하게 승리했다.

2017 삼순 데플림픽 유도 90kg이하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양정무 선수의 메달 수여 당시 모습

최선희 선수의 메달 획득은 기적과도 같았다. 선수는 유도 개인전 및 단체전과 함께 ‘카타’ 부분에서 국가대표로 임해야 했다. (‘카타’는 태권도 품세와 비슷한 것으로, 2인으로 구성된 1개조가 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체조경기처럼 점수를 매겨 승자를 가리는 경기다) 육체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일정이었다. 최선희 선수는 “대회 동안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유도 경기 하나만으로도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전했지만, 청각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카타’부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유도 단체전에서도 뛰어난 기량으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

2017 삼순 데플림픽 여자 유도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들. 오른쪽 끝이 최선희 선수.

터키라는 낯선 곳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터키의 기후와 낙후된 시설이 문제였다. 양정무 선수는 “날씨가 한국만큼이나 습하고 더워 훈련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체육관 안에는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어 더위를 식힐 수가 없었다”며 “시합 중에는 3번씩 샤워를 하며 더위를 이겨내야 했다”고 전했다.

음식도 문제였다. 최선희 선수는 “체급 조절을 위해 음식 관리가 중요한데, 터키에서는 짠 음식이 대부분이라 체급을 조절하기 어려웠다.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운동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외국 환경보다 더 도전적인 것은 국내에서의 청각장애인 선수들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청각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며, 특히 양정무 선수는 세계랭킹 2위의 세계적인 선수이지만, 이들을 관리해줄 소속팀이 없어 지금까지 개인이 스스로 훈련을 해야 했다. 양정무 선수와 최선희 선수는 원유신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로서의 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특히 최 선수는 “같이 운동할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는 청소년 남자 유도선수와 훈련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최선희 선수는 평택에 실업팀이 생기기를 꿈꾼다. “실업팀이 생겨 같이 운동할 여자 선수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같이 운동하며 기술을 연구할 수 있어서 운동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다른 팀과 시합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에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전했다.

훈련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서도 선수들은 실업팀이 절실하다. 양정무 선수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운동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다. 선수생활을 하면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며 자신도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까지 평택에서 함께 유도를 했던 선수들이 있었지만, 평택에서는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간 선수들도 많다”며 “뛰어난 인재들을 다른 지역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실업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평택시에서는 청각장애인 유도선수 실업팀을 만들 계획도 과거에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다. 원유신 감독은 “실업팀을 만들어주겠다고 과거 평택시가 약속해 선수들을 모집하고, 숙소까지 마련한 적이 있다. 하지만 갑자기 예산부족으로 실업팀을 만들 수 없다고 통보해 왔고, 그때 평택에서 운동하던 뛰어난 선수들이 운동을 그만두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원 감독은 “세계에서 평택을 알리는 선수들을 평택에서 관리해 이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