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13 _ 독서교육·독서심리상담가 조은정

책 ‘조선의 아버지들’에 부제처럼 써 있는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에 눈길이 머물렀다. ‘진정한’이 ‘참되고 올바른’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참되고 올바른 아버지다움을 회복하자’라는 의미로 와 닿는다. 현 시대의 아버지들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왜일까? 우리 문화에서 ‘아버지’는 ‘어른’을 의미하며 주춧돌과 같은 묵직함으로 삶의 기반이 되어 주시기도 하고 삶의 원천적 힘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부제는 닮고 싶고 되고 싶은 어른의 모습에 굶주린 아쉬움의 표현일까? 뜸하지 않게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다움’ 이 결여된 어른과 부모들의 모습이 새삼 부끄러워진다.

왜 우리는 ‘아버지다움’을 찾아야하고 회복해야 하는 것일까? 옛날에 상부상조의 미덕은 서로의 약함을 인정하면서 시작되었기에 연민의 마음으로 함께 모여 더불어 사는 삶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큰 공동체의 ‘큰 바위 얼굴’ 같은 아버지와 어른들의 모습을 본받고 닮아가려 노력하며 생활하는 자체가 공동체의식을 자연스럽게 전수하는 삶으로 산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개인의 힘이 강해졌다. 넘치는 지식과 물질의 풍요가 각자 인생을 공개하지 않고도 삶이 이루어지는 개인주의와 극도의 이기주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양산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의식을 해이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나 잘난’시대가 되었다. 굳이 ‘어른’의 본보기가 되도록 도리를 지켜야겠다는 책임과 의무감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공동체의식의 파쇄현상이 가져온 현실은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시대의 ‘아버지와 어른다움’의 향수를 갖게 하고 회복을 갈망하게 하였다. 나이 들어가는 어른이 어른답고 아버지답게 삶의 기강을 바로 잡고 설 수 있도록 본보기가 되어 주기를 바라고 염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어른답고 아버지답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가 이 책의 더 구체적인 화두가 된다. 작가는 ‘어른’으로 사는 것의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모두에게 ‘인생의 좌표 하나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노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조선의 아버지들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의 가치가 존재하는데, 그들은 힘써 현실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려고 했고, 매사에 성실한 태도를 견지했으며 인간존중과 비상한 인내심과 자상함으로 끝까지 가족을 보살피고 사랑하였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좌표삼아 어른다움을 찾고 닮고 배워가자는 것이다.

조선의 아버지들을 좌표로 삼아 현재의 우리에게 결여된 ‘어른과 아버지와 부모’의 역할을 잘 찾아가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당연히 시대가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달라졌기에, 추구하는 본질은 같아도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되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아버지의 크고 권위적이었던 어깨와 그림자도 세월을 지탱하며 버텨보려 했던 가장 진솔한 인간의 뒷모습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넘어지고 일어서며 그래도 다시 출발하는, 흔들리며 가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나이 듦’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른답게 성숙해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장 먼저의 회복은 스스로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흔들리며 세월을 타고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갖게 되면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자연스럽게 연결 될 수 있다.

현대인에게 찾아올 수 있는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은 현대사회의 특성상 갖게 되는 스트레스로 인한 뇌 피로가 누적되어 완전히 방전된 상태를 의미한다. 소진된 감수성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늪에 빠졌을 때 움직일수록 더 빠져드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더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절대로 그런 상태에서는 ‘어른다움’과 ‘아버지다움’을 성장시킬 수 없다. 지친 자신과 연민으로 연결되는 것, 그리고 타자와 연민으로 연결되는 것은 서로를 가련하고 긍휼히 여김으로써 자신을 건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한다. 건강한 연민은 자신의 마음에 10%의 공란을 만들어 놓는다.

스캇 펙은 품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품위를 지키는 것은 삶의 하강기가 찾아와도 퇴행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며, 고통에 직면해도 무뎌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며, 극심한 고뇌를 겪으면서도 제자리에 남아있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 10%의 자리에 여유있게 품위를 채워 넣는다면 어떨까? 한국화의 여백의 미처럼, 보리밭을 타는 우아한 바람처럼 적어도 ‘어른다움과 아버지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경각심이라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품위를 잃을 때 자기경멸과 자기비하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어른다움을 성숙시켜 가는 것은 서로를 연민으로 연결하는 것, 어른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것, 언제나 마음에 넉넉한 공란이 있는 것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나 자신과 우리를 연결시키고 사회공동체로 연결시켜 나가는 과정이 ‘어른다움과 아버지다움과 부모다움’을 찾아가는 첫 번째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독서교육·독서심리상담가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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