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_ 이정은 평택시평생학습센터 평생학습사

마을공동체와 마을기업은 일종의 동업관계로 설명할 수 있겠다.
‘동업’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물’과 ‘협동’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이정은 평택시평생학습센터 평생학습사

나는 소위 말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 처음부터 직업이 공무원인 이들은 ‘늘공’이라고 한다. 다른 일을 하다가 지금은 평생학습사라는 공무원이 되어 많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사회적 경제’, ‘마을’, ‘공동체’ 등은 모두 쉽지 않은 생소한 단어이지만 ‘마을’이라는 주제에 이끌려 사회적경제주간 기념 특강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제’하면 투자와 이윤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의 고정관념은 이날 유창복 전 서울시 협치자문관의 특강을 통해 깨졌다.

이날 화두로 언급된 마을기업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 구성원들의 출자를 통해 만들어진 마을기업은 특정 주입식 교육으로 체득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마을 살이’를 통해 체험하며 온몸으로 배워야하고, 마을 살이를 통해 필요한 것들을 채워가는 형식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마을주민들의 좋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주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돕는 것, 그것이 마을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했다.

특강이 이어지는 동안 “돈을 벌려고 시작하면 안 된다”, “이익도 손해도 없는 제로 상태를 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 내내 강조됐다. “영업 이익을 남기지 않는 기업이라니 처음부터 지는 게임을 하라는 것인가”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강의를 들으면서 점차 오래도록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아온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일반적인 경제관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마을기업에 대한 의문의 해답은 결국 ‘가치’에 있었다. 가치를 ‘돈’에 둘 것인지, 마을 공동체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소통과 삶’에 둘 것인지에 따라 마을기업이 가지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갈린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마을 기업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가치’ 있는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공동체와 마을기업은 일종의 동업관계로 설명할 수 있겠다. ‘동업’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물’과 ‘협동’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모두가 함께하는 마을공동체를 위한 노동과 투자의 대가는 임금 형식의 쌍무적 교환이 아닌 ‘선물’로 표현하는 활동비가 적합하다는 강연 내용이 마음 깊이 와 닿았다.

‘혼자는 외롭지만’ ‘함께는 괴롭다’라는 말로 표현한 협동은 혼자 해결할 수 없기에 힘든 것을 알면서도 ‘협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터를 단단히 다지는 ‘기초공사’이고 행정은 잘 다져진 터 위에 주민들이 하나하나 올리는 벽돌 사이사이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시멘트와 같은 협동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시민이 행복한 집을 짓는데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아닌 ‘기공(기꺼이 일하는 공무원)’이고 싶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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