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 기고 11 _ 정윤서 한책추진위원

아버지를 한자로 표현하면 ‘父’이다. ‘父’의 자원을 살펴보면 첫째, 도끼 또는 몽둥이를 손에 든 모습을 형상한 글자 둘째, 회초리를 들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 셋째, 손에 매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敲’ 오른쪽 변의 ‘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父’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우리 아버지들의 안팎으로의 역할을 찾아 볼 수 있겠다. 먼저 ‘도끼 또는 몽둥이’는 도구로 즉 아버지들이 열심히 일하는 가장으로서 밖에서의 역할, ‘회초리’는 집안에서 자식을 훈계하고 가르치는 역할이라 볼 수 있다.

아버지는 엄격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어야 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아버지 하면 엄격함, 무뚝뚝함의 이미지가 있다. 또한 한국의 아버지들은 대부분이 엄격하고 무뚝뚝하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자주 볼 일이 있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몇 년 전만해도 학생들의 아버지는 다 똑같은 사람인 양 성장과정에는 모두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우신 어머니이다. 본인들의 아버지가 모두 엄격하고 무뚝뚝하지도 않을터인데 학생들은 왜 하나같이 아버지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는 우리의 정서가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과거의 아버지들이 정말 엄격하고 무뚝뚝했으리란 생각도 들겠지만 여기 조선의 아버지들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유배지에서까지 당당함을 강조했던 아버지 정약용을 시작으로, 사람의 도리를 강조하고 편지로 아들을 깨우쳐준 이황, 평생 가난에 시달렸지만 학문으로 혼란한 세상을 구제할 뜻을 품었던 박세당, 현실에 순응하지만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아버지 김숙자,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너그러웠던 아버지 이익, 높은 기개를 지녔던 아버지 유계린, 스승이자 친구같은 아버지 김장생, 아내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아버지 추사 김정희, 사랑의 아버지라 불릴만큼 깊고 큰 사랑을 보여준 아버지 이순신, 딸 바보 아버지 김인후, 죽음으로 맞선 아버지 이항복, 역사적 비극의 아버지 영조까지 조선의 12명 아버지들은 내가 생각했던 엄격하고 무뚝뚝함 대신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들이었다.

본문에 보면 ‘자연의 이치는 본래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식은 효성으로 보답하기 마련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이었고, 이 시대에 우리가 다시 한 번 되새겨봐야 할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부모의 내리 사랑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효성으로 보답해야 함은 당연시 여기지 않는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父生我身 母鞠我身”으로 시작하는 사자소학이 있다. 아버지는 내 몸을 낳으시고, 어머니는 내 몸을 기르셨다는 뜻이다. 여기서 또한 자신의 탄생에 있어서 아버지의 역할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구절이다.

사자소학은 과거 서당에서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배우던 교과서 이다. 어린이들의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 반드시 지켜야 할 생활 규범 등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부모에 대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친구간의 우정, 스승에 대한 존경심, 바람직한 대인관계 등 집안에서의 생활과 바깥에서의 올바른 행동과 예의범절 까지도 말이다. 이황은 자식들에게 사람의 도리부터 깨우치도록 孝經과 小學을 먼저 가르쳤다고 한다.

6살 딸아이와 사자소학을 공부하며 아이의 질문에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아이의 질문은 아빠가 나를 낳았어? 엄마가 낳았잖아. 어떻게 아빠가 나를 낳았어? 이러는 것이다. 그 당시에도 5-6세에게 가르치던 사자소학이었을 테지만 조숙함이 요구되어 짐을 느낀다. 이를 통해서도 현재 자신이 되기까지 아버지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었다.

각자 바라는 아버지 상이 있겠지만 나는 조선의 아버지들을 읽으며 가장 이상적인 아버지의 상으로 교육의 힘을 굳게 믿고 글로써 아들을 일깨운 아버지 이황을 뽑고 싶다. 정성이 깃든 편지로 자식들을 훈육한다면 더 이상 아버지의 말씀이 잔소리로만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윤서 한책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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