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릴레이 기고 10

‘아버지가 없는 시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은 ‘아버지의 진정한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시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나에게 작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 12명의 조선의 아버지들을 데려다 주었다.

정약용은 천리 먼 길 유배지에서도 아내가 보내 온 활옷을 잘라 그 위에 마음을 적어 보내는 따뜻한 아버지로,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던 이황은 자식에게는 끝없이 기다리며 타이르고 훈계하는 기다림의 아버지로, 이익은 아들이 수령이 되어 임지에서 보낸 음식물을 꾸짖어 돌려보내는 엄중한 아버지로, 이항복은 목숨을 던져서라도 자신이 신봉하는 가치를 지키려는 용기와 더불어 익살과 해학으로 삶을 헤쳐 가는 지혜로운 아버지로, 이순신은 스스로에게는 엄격하지만 자식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운 속 깊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이외에도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찾아온 조선의 아버지들 속에서 나는 진심이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조선의 아버지들은 진심의 바탕 위에서 자식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조선의 아버지들부터 지금 대한의 아버지들까지 우리들의 아버지는 ‘진심을 다하면 언젠가는 상대의 마음에 닿는다’는 깊은 진리를 앎과 삶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1년 전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 집으로 가신 나의 아버지도 그랬다.

너무도 고통스러워하시던 호흡기 치료를 설득을 거듭하여 마치신 후 끼고 있는 호흡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오늘 치료는 네 정성 때문에 한 것이다. 고맙다’라고 남은 힘을 짜내 힘겹게 써 주셨던 마지막 필담에 담긴 마음, ‘타인의 힘으로 네 삶이 이루어지니 늘 감사하며 베풀며 살라’던 평소 말씀에 담긴 마음, 둥근 산소를 마지막 집으로 갖고 싶었던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 가족 납골당으로 당신의 집을 변경하는 결정을 하면서 ‘묘지 돌보려면 너희가 힘들 테니 불에 태워지는 것 참 싫은데 이 한 몸 불길에 바치련다.’라고 웃으며 남기셨던 말씀에 담긴 마음, 교사이셨던 아버지가 대통령의 자식들이 언론의 뭇매를 받는 것을 방송으로 보시면서 ‘내가 대통령 선거에 나가지 않는 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 자식을 위한 고뇌에 찬 위대한 결단이다.’라고 한 유머에 담긴 마음!

돌이켜 보면 마음 아픈 장면이나 피식 웃음이 나는 장면이나 다 그 속에는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뜨거운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 생전에 부모님 댁을 나설 때면 ‘조심히 운전해서 가거라.’ 매번 한결 같이 똑같은 말을 해주셨다. 그 말 때문에 내가 운전을 조심히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분명 아닌데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 말에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진심이 뜨겁게 담겨진 것이었다. 끝없이 내리는 가랑비에 옷이 흠뻑 젖듯 나의 삶도 아버지의 진심에 흠뻑 담겨 지금의 나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리라.

책을 읽기 전에는 지금의 나를 규정한 사람이 아버지라고 깊이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나를 규정하는 참 많은 부분이 아버지로부터 왔으며 아버지가 내 속에 참 많이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언젠가 “아빠는 어떤 아빠니?”라는 나의 질문에 사랑하는 딸들이 한 말이 가슴에서 울린다. “아빠는 소년 같은 아빠야.”

아마도 낭만과 감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의 모습을 통해 내린 답일 것이다. 어쩌면 내가 없는 세상을 아이들이 살아갈 때쯤 모여서 이렇게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우리 모습이 분명히 아빠를 닮은 것 아닐까?’라고 말하며 자신들 속에 들어있는 아버지의 힘에 대하여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책의 힘은 누구나 다 좋은 아버지라는 사실을, 들여다보면 모든 아버지들이 각자의 진심으로 아버지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는 것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이 기사를 읽는 평택의 시민에게 제안 하나를 드린다.

평택의 많은 학교에서 자녀들이 읽고 있는 ‘조선의 아버지들’을 아버지도 읽고 어머니도 읽고, 그 아버지와 어머니의 친구인 평택 시민이 모두 읽게 서로에게 권해보자고 말이다. 그러면 뒷모습을 보이고 앉아 있는 이 책의 붉은 표지 속 아버지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돌아 앉아, 우리가 나누게 될 ‘한 책 하나 되는 평택’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 이야기꾼으로 찾아오게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하는 그 지점의 어디쯤에서 행복한 덤으로 분명히 우리들의 어머니 또한 생각하고 만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함께 걸어가는 삶이었고 아버지의 진심은 곧 어머니의 진심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피할 수 없는 진실 하나를 깨닫는다.

모든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있다.

이 순간! 참 아버지가 보고 싶다.

류현철 청북중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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