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흡·휴식·활용이 공원의 중추적인 역할”
호흡하다·느끼다 / 휴식하다·거닐다 / 활용하다·노닐다

조은아 평택시 주무관

‘두 종의 교감은 종의 동질성이 아니라 곁의 연속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한 칼럼의 글귀를 인상적으로 읽고 기억한다. 원 글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이 구절은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도농복합도시인 평택은 서로 교차되는 욕구를 다양하게 품고 있는 만큼 교감이 쉽지 않다. 농가도 소중하고, 도심도 갈급하다. 인구 100만의 대도시로 발전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동질성만을 가지고 교감하는 평택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발전해 가는 그룹이 있고, 소외되어 가는 그룹도 생겨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함께’하는 ‘곁의 연속성’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자치교육과 거버넌스팀이 추진하고 있는 ‘지속적인 경청’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2회 경청토론회에 참여하고자 이충분수공원으로 달려갈 때 심정이 그러했다.

이번 경청토론회의 주제는 “공원에서 공원을 말하다”이다. 제1회 경청토론회도 참석했었는데, 그때보다 오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아마도 공원과 자연의 힘일 것이다. 시민들은 공원에서 행복을 느낀다. 총7명의 시민들과, 2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공원에 관한 이상을 이야기 하고 불편사항을 토로하였으며 쓴 소리도 있었는데, 그 이야기들을 압축하면 세 가지로 구분된다. 공원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인 호흡, 휴식, 활용에 관한 것이다.

첫째, 호흡하다 하늘을 느끼다. 흔히 도시 속 공원을 ‘녹색 허파’에 비유한다. 공원은 도시 내에 입지함으로써 보다 건강한 환경을 제공하는 녹지자원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와 악취로 시름하고 있는 우리 시민들의 발언은 쾌적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며, 미세먼지와 악취를 다룬 첫 번째 경청토론회의 주제와도 상통한다. 샬롬나비 사무총장 조종건 님은 “평택이 녹색도시로 발전하여 먼 훗날 후손들에게 건강하고 쾌적한 녹색자원을 물려주었으면 한다.”고 발언하였다. 도시의 양적 팽창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시도 어려운 문제 하나하나 다각도로 고민하고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이제는 시민들도 점차 알아가고 있다. 규모 있는 공원을 확충할 필요성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였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예산· 목적과 기능의 문제를 잘 풀어가야 하며, 공공성과 민간공원의 충돌되는 가치를 조정하고 대안을 모색해서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아야한다는 이야기도 공감되게 들렸다. ‘All or Nothing’이 아닌 ‘더불어, 함께, 잘’ 해결하자는 취지가 경청토론회의 목적과도 잘 맞는 것 같다.

둘째, 휴식하다 거닐다. 생활스트레스가 심한 도시 시민들은 멀리 나가지 않고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서 바로 숲을 느끼고 자연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비전고등학교 2학년 한상욱 학생이 ‘청소년의 쉴 공간-생태공원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면서, 학업 스트레스에 힘든 현실을 ‘처지’라는 용어를 써서 표현하였다. 어린학생이 당면한 벗어나기 힘든 벽, 해결해달라는 절실함이 함께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다. “진정한 휴식처가 노래방, PC방이 아니라 공원이 되길 희망한다.”고 하였는데, 그간 우리 어른들은 학생들의 휴식처와 놀이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 없이, 그저 공원에 모인 학생들을 방황하는 사춘기쯤으로 치부하지는 않았나 반성했다. 공원은 시민들의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함께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셋째, 활용하다 노닐다. 시민들에게 공원은 녹지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안에서 머물고 노닐기를 원한다. 토론회 앞서 실시한 현장투표 결과에서도 문화공원, 수변공원, 체육공원, 역사공원 등 주제공원에 대한 바람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공원조성관리만이 아니라 공원에서 즐기고, 체험하고, 노닐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공원에 지역의 역사나 지역 특징과 연관된 이름을 짓고, 그 안에 스토리를 접목하자.”는 한광중학교 김해규 선생님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서울, 울산 등에서는 공원 내 공연이나 체험거리, 교육활동 나아가 숲을 지키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추진하는 공원여가부서가 있다. 우리시도 앞으로 공원관리사업소를 계획 중에 있는데, 위락공간으로서의 공원을 디자인 하고 그 안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 질 것 같다는 기대를 해본다. 자연 생태 보존지로서의 공원을 시민들의 이해와 양보로 지키고,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께 공유한다면 평택의 공원도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명품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여, 공유, 협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토론회와 같이 시민들과 “함께”하는 작은 시도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성장을 보이고 있는 명품도시로서 평택의 위상을 갖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성장하는 도시의 양적 팽창과 질적 성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도록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민 모두가 손을 맞잡았으면 좋겠다.

거미줄도 모이면 사자를 묶을 수 있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거미줄일까? 궁금한 마음에 거미줄이 어떤 특징이 있나 알아보다 재미있는 생각을 떠올렸다. 거미는 중심으로부터 같은 간격으로 뱅글뱅글 돌면서 나선모양으로 거미줄을 친다. 원처럼 처음과 끝이 만나는 도형은 닫혔다고 한다. 반면, 나선은 계속커지는 열린 곡선이다. 시민과 ‘함께’하는 거버넌스가 추구해야할 방향이 이것이지 않나. 나름의 결론을 지어보며 글을 마무리 한다.

거버넌스는 더 큰 미래를 만드는, 시민을 향한 열린 곡선이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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