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무가 없는 거리, 모양새 없는 건물, 활기 없는 즐거움과 같은 메마른 인간사회

조종건 평택샬롬나비 사무총장 /
(사)한국시민교육연합 사회통합위원장

산업혁명 당시 런던 시민의 평균수명이 30대 후반이라는 충격의 글을 기억한다. 세계제국의 수도, 런던에서 왜 시민들은 30대를 넘기지 못했을까. 석탄이 산업혁명의 동력이었지만 석탄의 유해성을 몰랐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의 저자 찰스 디킨스는 1830년대 런던에서 치러지는 장례식의 절반이 열 살 이하의 어린이들이었다는 것을 지적한다. 어린이들은 탄광에서 힘든 노동, 공장 굴뚝 청소를 해야 했다. 오늘날 석탄이 원료인 화력발전소는 1급 발암물질을 뿜어내는 괴물임을 알고 있다. 어린이들은 호흡량이 성인보다 두 세배 많아 독성물질을 그만큼 많이 마셨던 것이다. 1878년 약 700명, 1952년 4000여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고, 수 만 명이 병들면서 마침내 『공기정화법』이 영국에서 제정된다.

오늘의 평택, 어떤가? 전국 절반이 밀집된 충남 석탄화력발전소에서 1급 발암물질을 뿜어내면서 전국적으로 조기사망자가 매년 11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편서풍은 평택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미세먼지는 평택시민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평택 공장들은 물론 최근 이슈화된 발암물질 생산지인 아스콘 공장이 평택의 중심부에 있다. 26만대의 차량이 함께 날리는 미세먼지와 발암물질, 숲도, 나무도 적은 삭막한 평택도시, 평택의 환경재앙은 예견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평택의 북부·서부·남부 각 지역은 위기로 변한다. 도대체 누가 공재광 시장에게 모산골평화공원 축소라는 난개발을 진정한 개발인 양 화려한 포장이라고 말했을까? 미세먼지 발암물질로 암환자가 된다면 그 많은 재산인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삶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장도 바꾸어야 한다는 어느 중학생의 얘기는 맞다. 맑은 공기, 삶의 질을 보호하는 것, 이것은 어쩌면 인간 내면의 소리다. 그 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시장이며 대통령이 아닌가. 월터스토프(Wolterstorff)의 통찰은 예리하다. “경제가 다른 모든 것을 점령했다. ...암세포가 퍼지듯이 경제는 다른 분야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했다”고 고뇌했는데, 그 비판의 대상이 평택 아닌가. 평택시는 생태환경에 시장경제의 위험한 논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자식을 시장경제로 다루겠다는 무모한 가장과 무엇이 다른가?

지구정책연구소 브라운(Lester Brown)은 “산업화 모델이 21세기에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인류는 환경 친화적인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인류의 재앙이 너무 커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지금부터 100년을 지구상에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주장들이 사실이라면, 평택전체를 공원화시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 아닌가?

선진국 도시들은 녹색도시로 전환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Vancouver)가 한 예이다. 밴쿠버가 매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중 상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쇼핑몰이나 고층 건물처럼 개발된 공간 때문이 아니다. 도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많은 녹지 공간들 때문이다. 밴쿠버 시는 녹지 및 공공 공간 비율이 시 전체의 45%이다. 217개의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시민 1인당 약 7평의 공원 공간을 갖고 있다. 특히 스탠리 파크(Stanley Park) 공원은 밴쿠버 인구의 네 배인 8백만 이상의 내외국인이 찾는 밴쿠버를 상징하는 대표명소가 되었다.

미국 워싱턴 DC도 하나의 예이다. 19세기 워싱턴 시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셔널 몰이다. 변화의 중심에 조경 책임자 다우닝(Andrew Jackson Downing)이 있었다. 거의 버려진 이 공간을 미국 최초로 종합 설계에 의한 도시공원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단지 나무을 심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치유하는, 시민을 시민으로 만드는 도덕 기능을 가진 것이 조경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소미스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 Building(1855)이 건설한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ional History(1858), 국립동물학공원National Zoological Park (1889), 예술사업관Arts and Industries Building(1881) 등은 역사인식과 미래정신을 대변하는 교육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제도시로 질주하는 곳이 평택이다. 그러나 녹색도시 평택은 거의 실패다. 선진 두 도시를 거울삼아 평택 공원화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나길 바란다. 나무가 없는 거리, 모양새 없는 건물, 활기 없는 즐거움과 같은 메마른 인간사회를 질타한 르네 뒤보(Rene Dubos)의 고뇌와 그의 경고가 평택이어서는 안 된다. 평택시장과 시의원들은 원점에서 도시계획 재고를 바란다. 먼 훗날 후손들이 감사하는, 세계가 주목하는 “평택시가 공원이고 공원이 평택시인 도시"가 되기 위한 급전회(急轉回)를 제언하는 바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