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깨어있어 지적해야 시정될 수도 있다

강상원 평택평화센터 활동가

주한미군사령부는 6월 25일 평택오산미공군기지에 설치한 레이더의 이전을 통보하였다. ‘설치’도 일방적이더니만, ‘이전’도 일방적이었다.

지난 3월말 평택 오산미공군기지(K55)에 록히드마틴社가 해병대용으로 제작한 AN/TPS-59 레이더가 설치되었다. 공군기지에 해병대가 운용하는 레이더가 설치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레이더가 주택 밀집지역에서 10m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레이더는 설치 이후 하루종일 멈추지 않고 작동하면서 주민들의 삶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지만, 주민동의는 커녕 환경영향평가 절차도 밟지 않았다.

주민이 민원을 제기한 후 그제서야 레이더 설치 사실을 인지한 국방부와 평택시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레이더가 발생시키는 소음과 전자파는 인간에게 해를 주지 않으며, 일시적으로 설치했지만 언제 이전할지는 모른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한다. 평택 오산미공군기지는 살아있는 탄저균과 페스트균을 들여와 실험훈련을 하면서도 한국정부에 통보하지 않아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곳이고, 이로인해 여러 제도적장치가 만들어졌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한미군의 자세는 털끝만큼도 바뀌지 않았음을 재확인한 씁쓸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미군이 자국내에서 군사시설을 설치할때와는 180도 다른 처리방식으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미군은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토비한나 육군기지(TOBYHANNA ARMY DEPOT)'에 현재 평택 오산미공군기지에 설치된 레이더 시설 공사를 계획했고, 이에 따라 2년 6개월에 걸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였다. 해당 지역은 이미 미 육군기지 내에 있고 레이더 설치 예정 시설도 허허벌판의 부지였지만 미군은 설치 공사 이전에 다시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어찌 한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환경법은 이리 깡그리 무시할 수 있을까? 미국국민의 안전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도 중요하고, 미국의 법만큼 대한민국의 헌법도 존중받고 준수되어야 한다는 상식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주한미군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좋은 이웃이라는 정신으로 그동안 우려를 불러 일으킨 레이더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고 하면서 ‘레이더는 사람들에게 우려를 일으키지 않아 안전하지만 오산기지내 다른 위치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멀쩡한 전등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신형 에어컨이 오작동하는 일이 벌어졌고, 주거지역의 소음기준을 뛰어넘는 소음을 유발했음이 명백한 사실일진데 사과는 커녕 ‘안전한데 한국사람이 문제다’라며 마치 특혜를 배푸는 듯한 그 오만함은 또 어찌해야할까?

주한미군이 진정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한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그리고 그간의 피해에 대해 책임있는 보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레이더를 이전시킬 수 있었던 힘은 ‘깨어있는 시민’과 ‘시민단체의 헌신성’이 이뤄낸 소중한 성과였다. 앞으로 더 이상 평택시민의 생존권과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린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가야한다. 나의 권익은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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