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읽기

- 우석훈 선생의 강의를 듣고 -

지난 3월 평택에 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 지원 센터가 생겼다. 반가운 일이다. 6월 22일에는 우석훈 선생이 평택에서 강의를 했다. 반가웠다. 다른 일들을 제껴두고 달려갔다. 역시, 명쾌했다. 어려운 ‘사회적 경제’를 쉽게 설명했다. 지역공동체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 지금, 평택에 우석훈 선생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던지고 있을까?

우석훈 선생은 스스로를 C급 경제학자라 이야기한다. A급은 이론을 만들고, B급은 이론을 수정하고, C급은 이론을 적용한단다. 대학 졸업 후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대한민국 20대를 일컫는 말,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 10년 전, 2007년의 ‘88만원 세대’는 더 나아진 것이 없다. 88만원 세대는 ‘삼포세대’로 진화했고, 그들은 자신이 사는 곳을 ‘헬조선’이라 부른다. 10년 전, 88만원 세대를 이야기했던 우석훈 선생이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라는 책을 통해.

사회적경제는 좌파의 정책이 아니란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은 새누리당 진영 국회의원이 대표발의 하였고, ‘협동조합 기본법’도 이명박 정부 당시, 김무성 의원의 주도하에 통과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사회적 경제’ 법안을 내놓았다. 남경필 도지사도 ‘따복 공동체’를 이야기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파시스트 정치인인 무솔리니가 사회적 경제 정책을 고민했다는 점도 이야기 한다.

도서관은 보수적인 사람도, 진보적인 사람도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반대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는 도서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때, 실업자들이 책을 읽고 싶을 때 도서관을 찾는 것처럼, 불황기 일수록 그 해결책을 ‘사회적인 것’, ‘공유’에서 찾는 사회적 경제가 더 중요해 진다.

더구나, 자영업자의 비중이 어느 다른 나라보다 높은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점점 더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갑자기 회사에서 실직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하고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현실. 우석훈 선생은 이런 경우, 사회적 경제에 속한 경제단체들의 문을 두드려보라고 말한다.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속한 마을기업 등에서 자영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 실업자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 전까지 1~2년을 준비하고 모색하는 기간을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한다. 평택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경제라는 좀 더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사회적경제는 경제 인프라이기도 하고, 사회 안전판 같은 것이기도 하다. 한국과 같이 불황에 돌입하는 나라라면 더욱 사회적경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경제는 경제가 불황일 때 공공에서도 시장에서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지역 안에서 풀어 가고자 하는 것이다.

평택이라는 도시 공동체의 형성은 4가지로 기인한다. 1905년 평택역이 생김으로 인한 교통 중심의 공동체, 1952년 미군기지 주둔으로 인한 기지 주변 상업 공동체, 간척사업과 1973년 아산만 방조제의 준공으로 생긴 대규모 농지에 기반한 농업 공동체, 마지막으로 1980년대 생겨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산업 공동체로 이야기할 수 있다. 2017년 지금 평택은 어마어마한 변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 준공, 고덕 국제신도시의 건설, SRT의 개통,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의 미군들이 평택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평택이라는 공동체의 정체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금, 평택에 살고 있는 시민과 앞으로 평택으로 이주해 올 미래 평택시민들에게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 평택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분당시민(?)은 성남을 모른다. 일산시민(?)은 고양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 앞으로 고덕에 살고 있는 사람은 평택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공화국이 평택에 생기면 평택은 시나브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모든 공동체는 경제에 기반 한다. 경제공동체 평택! 평택은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다. 개발의 거센 파도로 인해 그 문제점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구도심 주민들의 소외감, 문화에 대한 욕구, 놀거리와 놀장소에 대한 불만, 미세먼지의 창궐. 문화는 튼튼한 경제위에서 꽃을 피운다. 이미, 평택의 경제는 어느 도시보다 튼튼하다. 이미 주변의 도시는 평택의 경제상황을 부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 자본의 평택유입으로 인한 성장이 평택의 모든 시민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까?

지금 평택에서 서서히 싹을 피우기 시작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도심에 살고 있는, 대대로 평택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분들에게 평택의 발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가? 젊고 훌륭하고 멋지고 잘생긴 사람이 우리 도시에 오는 것은 대환영이다. 그러나, 나이 들고, 조금은 못났고, 힘이 없는 평택의 시민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공공재의 역할을 담당하는 공적인 분야를 말하는 공유지(Commons)와 관련된 비즈니스인 사회적 경제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 모두가 함께 하는 경제 활동,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함께해서 더욱 아름다운 행복의 문화는 꽃을 피울 것이다. 이 꽃은 거대 자본이 피워내는 꽃과는 전혀 다른 향기를 품고 있다.

우석훈 선생이 제시하는 해답도 ‘사회적 경제’다. 불황의 시대, 사회적 경제는 그 해법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이제 평택은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 할 때다. 소외된 자를 위하여,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 거대한 건물 뒤에 숨어 화려한 만찬을 바라보며 침을 삼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사회적 경제’를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평택을 위해

지금 나는 평택을 방문한 우석훈 선생에게 싸인을 받지 못한 책상 서랍 속,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를 다시 꺼낸다.

정용훈 평택시 거버넌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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