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6.25전쟁 막아 통일도 꿈꾸는…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과 교수

[평택시민신문] 6.25전쟁이 없었으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1989년에 우리도 통일을 맛보지 않았을까? 아니면 러시아(구소련)가 해체되던 1990년대는 통일을 이룩하였을까? 그때도 아니었다면 김일성이 사망하던 시점에는 통일 한국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6.25전쟁만 없었다면 독일과 비슷한 시점에 우리의 통일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6.25 전쟁은 우리의 통일을 가로 막고 있는 가장 큰 역사적 현실이다. 사실 6.25 직전까지도 남한과 북한은 비공식적으로나마 민간인 접촉이 있었다.

그러나 6.25전쟁은 모든 상황을 바꾸어 놓았다. 남한은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고 이승만 정부는 대전을 거쳐 부산으로 피난을 떠났다. 수도가 3일 만에 유린당한 사실이 말해 주듯이 남한은 전면전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북한은 탱크와 중화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국군의 중심화기는 소총이 전부였다. 싸움이 될 수 없었다. 미군이 개입하여 압록강까지 북진하였으나 중국군이 개입하자 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무수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가 발생했다. 휴전으로 총구열기가 식은 후에는 총구의 쇠보다 시린 원한이 우리의 의식에 지하수 같이 고였다.

6.25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6.25전쟁은 김일성이 러시아의 조지프 스탈린에게서 무기를 원조 받아 남침한 전쟁이다. 중국의 마오쩌둥도 김일성의 남침에 동의했다. 김일성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도 남침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공산 측에게만 책임이 있는가? 이승만 정부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이승만 정부는 김일성의 남침 준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도 6.25전쟁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애초 38선을 경계로 남북분단을 결정한 당사자가 미국과 러시아였다. 또한 1949년 이승만 정부가 국방력을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미국은 주한미군을 전면 철수시켰다. 거기다 1950년 초에는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한국은 미국의 방위선 밖에 있다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공산 측의 엉뚱한 오해를 불러들인 것이다. 남한이나 미국 모두 다시는 뼈아픈 실책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곧 6.25전쟁 67주년을 맞이한다. 물론 지금 우리 상황은 6.25전쟁 직전 상황과 많이 다르다. 하지만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불균형은 다르지 않다. 6.25전쟁 직전 북한은 T-34 탱크로 무장하고 있었다. T-34 탱크는 2차 대전 중 동유럽 전선에서 용맹을 떨친 첨단무기였다. 북한은 지금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우리는 사드(THAAD)의 도입을 결정했다. 그런데 중국이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경제적 보복까지 단행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의 적대국이 아니다. 하지만 사드 사태를 통해 북핵에 대한 시각이 우리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 다시 확인되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도 제2의 6.25전쟁은 막아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까?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란 명분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참전은 중국에게 여러 가지 위험부담이 있었다. 우선 타이완의 국민당 군대와 전투가 재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주장하며 중국은 참전을 결정했다. 참전 초기에 유엔군 사령관이던 더글러스 맥아더로부터 원자폭탄의 투하까지 불사하겠다는 위협도 받았다. 참전 중 수 십만 명의 중국군이 목숨을 잃었다. 실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였더라면 중국 공산당은 생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참전하여 치열하게 싸웠다. 그 이유를 우리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북핵으로 한반도에 위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사드 배치를 본질적으로 한미 양국 사이의 문제로 인식했다. 우리에게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 하지만 중국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북진통일을 가로막았던 중국의 6.25 참전이 기억나는 순간이다. 이번 6월 말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때 사드는 중요한 회담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러한 자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당사국의 복잡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양국은 사드문제를 논의하면서 6.25전쟁의 교훈을 되짚어 보며 지혜로운 사드문제 해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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