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책 하나되는 평택' 연중 릴레이기고 7 _ 최민호 평택동화읽는 어른

휴대용 전화기로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 곧바로 돌려 확인,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삭제, 다시 찍기도 간단한 요즘. 나는 모임에서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여러 해 쌓이면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백석 <여우난골족>에서 일가친척들과 나누는 그리운 명절, 현덕 <너하고 안 놀아>, 이원수 <고향의 봄>등등 에서 펼쳐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니던 강과 들의 풀과 나무, 아름다운 자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도 추억의 많은 부분을 오감, 소리와 냄새-맛-촉감과 시각으로 기억하고 있고, 눈과 가슴으로 담은 많은 자연과 일상의 조각들은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나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 봄 떠났던 여행지에서 만난 작은 철길. 끝없이 어딘가로 이어져있을 두 개 선로 위에 올라선 아이들의 모습에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그려본다. 한발 한발 차분히 조심스레 올려놓는, 좁은 철로 위를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둘러 먼저 건너가겠다고, 앞뒤도 상황도 보지 않고 비틀비틀, 양팔을 흔들며 안간힘으로 겨우 중심을 잡아가는 아이들,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나는 모든 것이 넉넉하지 못한 그때였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전해주신 할머니의 큰 사랑과 정성을 깨닫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비온 후 흙물이 튄 장 항아리를 무엇인가 혼잣말로 닦으며 항아리에 숨구멍을 열어주고 계셨을 할머니, 어수룩히 동트는 새벽 정한수 한 그룻 올려두고 하늘을 향해 두 손 모아 자손의 무탈을 빌고 비시던 모습, 형제들과의 사소한 일상에서도 늘 잔소리처럼 들려주시던 ‘속이 너른 사람이 되라~’

나는 그렇게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오감으로 많은 것을 담으며 어른이 되었는데...

가끔 오후의 쏟아지는 해를 가리려고 닫아두었던 서쪽 창가에 어느새 붉게 물드는 노을 앞에 두고 그리운 이를 불러본다. 할머니~~~ 나, 잘 살고 있어요~

지금 내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지금의 나는 할머니와 시공간을 초월해 ‘사랑’으로 이어져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일상 중에 찾아왔다. 그 사랑의 힘으로, 감사함으로 내 아이를 키우고, 모임에서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우리 이웃의 아이들을 만났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내 눈과 가슴에 담겼던 철길이 과거와 현재, 미래로 끝없이 이어져 있고, 그것의 종착역이 거창한 꿈이나 목표가 아니라 ‘사랑’일 것이라는 것을~

길 위에 있는 우리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라는 것,

이제 나는 변화하는 일상의 과정 중에 삶의 길이 있고, 치유와 성장이 있고,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한 사람이 되었다.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한 구절을 내 글에 담아 마무리 할까 한다.

‘사랑은 남는 것... 내가 사라져 버린 후에도 이 지상에 남을 수 있는 사랑을 만들기 위해 오늘 무슨 말, 무슨 일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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