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in 평택人 성연순 평택남부노인대학 강사

6년 째 평택남부노인대학에서 한글 강사로 활동

“노인대학은 배움의 장이고 어울림의 터”

학교를 다녀야할 때 전쟁이 났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해 아직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평택남부노인대학에서는 한글 강좌가 준비되어 있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지만, 강의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은 한글을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다.

6년 째 한글 강좌를 담당하고 있는 성연순(63) 강사는 “한글을 몰랐던 사람들이 한글을 배우게 되면 인터넷을 몰랐던 사람들이 그 신세계를 경험했을 때 맛보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며 한글교육이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고 전했다. 이어 성 씨는 “어르신들이 과거에는 한글을 몰라 은행업무나 시청업무 등에서 답답해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지만, 한글강좌를 통해 다양한 서류업무를 본인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어느 어르신은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가족들 앞에서 필요 서류를 본인 스스로 작성했다고 좋아하셨다. 오랜 세월 한글을 모른다는 부끄러움은 잊고, 가족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한글교육이 실용적으로 어르신들의 삶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감 형성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밝혔다.

성연순 강사가 노인대학에서 한글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국문과를 졸업하고, 과거 중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경험과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대학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학교와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선생님들이 많지만, 이 어르신들에게 선생님은 지금까지 자식의 선생님만 있었을 뿐 자신들을 위한 선생님은 없었다. 이런 분들에게 나는 그 어르신들을 위한 첫 선생님이 된 것이다”며 “이런 이유로 (나를) 더 귀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며 어르신과의 끈끈한 관계를 설명했다.

노인대학이 단순히 배움의 장으로만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역 노인들은 대학에 와서 다양한 분야를 학습할 뿐 아니라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성연순 강사는 “텃밭을 가꾸시는 어르신들은 첫 수확을 강의실에 가져와 함께 나누기도 하면서 어울린다. 또, 서로의 문제를 상담하기도 한다. 나도 어르신들에게 가족과 관련된 상담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평택에 살면서 성 강사는 다양한 활동들을 했지만, 점차 나이가 듦에 따라 하나하나 내려놓았다. 평택시여성합창단에서 활동하고, 합창단의 단장을 맡으며 KBS열린음악회에도 참가하고, 전국대회 등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합창단 공연 문화가 점점 젊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껴 합창단 활동을 그만뒀다. 주부독서모임 ‘글사랑’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토론활동도 활발히 진행했지만, “젊은이들의 감각을 따라갈 수 없어서” 독서모임도 내려놓았다.

이처럼 좋아하던 일을 내려놓았지만, 성연순 강사는 지금도 즐겁게 살아간다. 노인대학에서 어르신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성 씨는 “환갑이 넘어서 좋은 일을, 그리고 보람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허락되는 대로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너무 너무 재미있는 이 일을’ 계속 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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