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렬 칼럼

변화 갈망했던 국민의 촛불혁명 희망 내용
비이성적, 비합리적 구성원들의 구조적 문제도 풀려야

윤장렬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소위 시대가 바뀌었다. 적폐 청산을 기치로 당선된 문재인의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취임사를 들어보면, “국민 모두를 위한 대통령”, “국방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뭐든지 다 하는 대통령”, “일자리를 만드는 대통령”, “재벌을 개혁하는 대통령”, “보수와 진보가 사라지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종료되는 시대”, “정경유착이 사라지는 사회”, “차별 없는 세상”,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 등등등.

참으로 가슴 벅찬 선언들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 어느 누구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적폐 청산을 강조했던 문재인 개인과 민주당의 선거 전략은 어수선한 정치적 상황들과 고조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시대적 반영이자 대중들의 바램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당선에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자칭, 타칭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피풀파워, 즉 촛불 혁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취임 후, 그의 정치적 행보는 빠르게 나타났다. 중등 국정 역사교과서의 폐지를 지시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위한 약속도 있었다. 그리고 정윤회 문건과 세월호의 재조사를 언급했다. 모두가 적폐 청산을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원래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뜻한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새 대통령의 행보에서 복잡하고 난해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순간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권 지우기식 수사와 지시는 정치적 보복이라고 입장을 밝혔고, 어제오늘은 언론에 재조명되는 MB 역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바뀐 대통령이 바꿀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비정규직 850만 명, 청년실업자 56만 명, 최저임금 6,470원도 체불이 만연한 사회, 세계에서 최장 시간 노동하며, 학생들은 최장 시간 공부하는 나라이다. 대학입시는 물론 유치원 입시까지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형편이 좀 된다 하면 하나같이 기러기 아빠가 되어있다. 결혼과 출산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되기에 포기 또한 당연한 풍토가 되었다. 어린이집 유치원생 폭행 사건이 만연하고, 청소년들의 학교 폭력은 이제 식상한 문제로 회자만 될 뿐이다.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사람은 물론 그 가족들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카드 회사나 은행의 대출 없이는 병원비는 물론, 환자의 생명도 위협받는 현실이다.

기타 등등 수없이 나열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적 문제들은 아마 본인 스스로만이 감내하고 있을 뿐 단지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쉽다. 내 문제가 아니면 외면하고 고개 돌려버리는 사회, 더 나아가 사회적인 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기보다 개인적인 무능력이나 노력의 결과로 단정하고 마는 사회가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모두가 파편화되어 버렸기에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될 수 없다. 구조적 문제에 더불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 구성원들이 고용자가 되어, 소위 힘을 가진 채 횡포를 일삼는 게 현실이다. 억울하고 답답함은 법으로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목숨을 건 가두시위나 고공농성이 끊이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은 환경을 파괴했고, 세월호 사고는 인명을 앗아갔다. 분명 전체 사회의 비극이자 참사였다. 소수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다수가 감내해야 했던 사고들은 이제 새로운 대통령에 의해 바뀔 것이다. 비이성적이던 국가 운영자들이 피풀파워, 즉 촛불 혁명으로 힘을 빼앗겼다면, 이제 좀더 이성적인 국가 운영자들이 우리 사회에 놓인 위험과 불안들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부패와 비리는 4대강 사업과 세월호만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피풀파워, 촛불 혁명은 비정규직 850만 명과 청년실업자 56만 명, 더 나아가 학부모들과 자녀들, 교사들과 청소년들 그리고 카드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있었다. 이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바뀐 대통령은 바꿀 사회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가 단지 조금 더 도덕적인 한 사람의 순수함이나 열정 혹은 정치적 속임수가 아니어야 한다. 왜냐하면, 더 큰 촛불이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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