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교수가 전하는 조선의 아버지들 ➂ 자상한 아버지, 이순신

선비의 기질 통해 이길 수 있는 전략 마련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전쟁 물자 마련 ·부하를 도구화하지 않았기에 가능

무쇠 성격의 장군 사나이 아니라, 정 많은 남편이자 아버지

 

이순신

올해의 ‘한 책’으로 선정된 <조선의 아버지들>의 저자, 백승종 교수(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세 번째로 진행한 평택시립도서관의 ‘보통사람들의 인문학’ 강좌의 주제는 이순신이었다. 백 교수는 이날 강의를 통해 장군으로서의 이순신이 아닌 선비로서, 그리고 CEO로서의 이순신을 소개했고, 정 많은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이순신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영의정 복장이 어울리는 선비 이순신

이순신이라고 하면 조선의 대표적인 무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백 교수는 “이순신은 장군이지만, 장군이 아닌 사람”이었다고 설명한다. 이순신의 탁월한 선비 기질이 조선의 일반적인 장군과는 달리 이순신의 특별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의 선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난중일기다. “이순신은 세계기록문화유산을 남긴 세계 유일한 장군이다. 일기를 하루에 두 번 이상 쓴 인물이다. 현재 난중일기에 빠진 날짜가 있는 것은 기록을 잃어버렸거나 고의로 불리한 내용의 일기는 삭제했기 때문일 것이다”라며 기록을 중시한 이순신을 강조했다.

또한 이순신이 전쟁에서 선보인 지략들도 그가 선비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백 교수는 “이순신은 서남해안을 장악해 해상에서 육지로 보급품을 공급하려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전략을 파악해 남해안 봉쇄작전을 펼쳤고, 그 덕분에 조선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서남해안 요소요소에서 어떤 전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이전에 연구했다. 상황적 변수까지 고려한 과학적 군사작전이었다”며 “이순신이 대단한 선비였기에 가능한 전략들이었다”고 말했다.

 

탁월한 CEO로서 경영능력

임진왜란 당시 조선 정부는 물자를 제대로 보급하지 못했다. 하지만 백승종 교수는 “이순신은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면서 살림”을 했다. 대표적으로 이순신은 전라남도 도양면에 ‘도양장’이라는 농장을 설치하고, 무인도에는 경작지를 마련했다. 수군 병사들에게는 물고기를 잡아 말려 비축하게 했다. 적극적인 물자 확보를 통해 이순신의 군대에는 청어 만 두름(20만 마리), 미역 500동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철재 가마솥을 이용해 소금을 정제해 군인들이 사용하거나 소금을 팔아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순신은 물자 관리도 철저했다. 백 교수는 “겨울철이면 이순신은 군량미를 자신의 눈앞에서 되질을 하게하여 정확하게 남은 수량을 체크했다. 이를 통해 누군가 군량미를 빼돌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 말이나 두 말을 훔쳐간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고 전했다.

식량이 부족해 정규군의 탈영이 빈번했던 임진왜란 중에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이순신의 부대에서는 도망친 병사가 없었다. 또한 원균과 권율 장군도 이순신에게 식량을 빌려가기도 했고, 피난을 온 양반들도 이순신의 보호와 식량을 의지하기도 했다.

한편, 백 교수는 이순신이 리더로서 자기의 목숨만을 챙기거나 자신의 명예만을 좇지 않고, 모든 부하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던 점을 강조했다. “자신이 도구화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당시 이순신이 자기의 명예를 위해서만 활동했다면, 부하들이 만 두름의 청어를 잡는 노력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이 넘치는 남편이자 아버지 이순신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타인을 대하고, 사랑으로 사람을 사귀었던 이순신의 모습은 가족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백승종 교수는 “조선시대 많은 남자들의 일기를 보면 아내가 등장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순신의 일기에서는 아내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며 “이순신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깊은 ‘알뜰살뜰’한 가장”이라고 표현했다.

아들을 향한 사랑도 지극했다. 아들에게 정이 넘쳤던 이순신의 모습은 아들 이면이 전투 중 죽은 이후 일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 교수는 “이순신의 문체는 대체로 건조하고, 아주 짧지만, 감정이 실리면 이순신도 수다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며 “아들 이면이 죽은 이후부터 자신이 죽을 때까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습이 일기에서 세밀하게 확인된다. 아들의 죽음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로 끊임없이 인식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승종 교수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