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암환자 발생했던 의왕경찰서 인근 공장보다 10배 많은 벤조피렌 배출

각종 개발로 밀려드는 주문에 아스콘 생산량 해마다 두 배로 급증 추세

세교중 올 들어 두 차례 단축수업…학생들 구토·어지럼증 갈수록 심해져

아스콘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연기 너머로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이 보인다. 해당 공장과 이 아파트는 거리가 가까운 경우 30미터를 넘지 않는 곳도 있다.

주거밀집지역 및 학교와 인접한 곳에 위치한 평택 세교산단 아스콘 업체가 지난해 말 집단 암환자가 발생한 의왕경찰서 인근 아스콘 공장보다 많은 양의 벤조피렌을 배출해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한 방송매체를 통해 방영된 ‘우리동네 미세먼지 보고서’에 따르면 세교산단의 아스콘 업체에서 배출되는 벤조피렌 양은 100㎍/㎡으로 의왕경찰서 인근 아스콘 공장 10㎍/㎡의 열배에 달했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이 불완전 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물질이다.

주거지역과 인접한 세교산업단지에 입주 불허 업종으로 분류된 아스콘 공장이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당시 평택산업관리공단 입주심의위원회의 원칙을 무시한 입주심사와 이를 검증하지 않은 평택시·경기도의 무책임한 행정이 있다. 1995년 레미콘 공장으로 입주허가를 받은 S사는 인근에 학교와 주거밀집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순환아스콘 플랜트 증설을 신청하고 평택산업단지관리공단은 이를 승인했다(본지 844호, 2016년 12월 28일).

해당 업체는 2013년부터 아스콘 생산을 시작해 2014년 8만3042톤, 2015년 11만5326톤, 2016년 22만3849톤을 생산하는 등 해마다 배 이상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는 평택시 곳곳에서 진행 중인 도시개발사업과 대형 산업단지·미군기지 조성 공사 등으로 아스콘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2015년 392억여 원이던 S사의 매출액은 2016년 560억여 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평택시와 경기도, 평택산업단지관리공단이 손을 놓고 있는 동안 개발 호황을 틈타 인접한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해당 업체가 막대한 영업 이익을 챙겨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전에는 이른 새벽에 아스콘을 생산해 반출한 탓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최근에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수시로 아스콘을 생산하면서 인근 세교중학교의 경우, 올 봄에만 두 차례나 단축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 “공무원이 한 달만 이 곳에서 근무해보면 공장 이전이 시급한 이유 알 것”

2011년 재생아스콘 생산 증설허가가 화근…“재생아스콘 생산 즉각 중단”촉구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학부모들과 교직원,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박환우 시의원 주재로 학부모, 교직원,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아스콘 공장에서 나는 악취와 유해물질로 구토와 호흡기·피부질환 등을 앓고 있다며 구체적인 이전 대책을 내놓고 당장 조치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길 하나 더 놓는 것 보다 학생 1000명 건강이 더 중요하다”

학부모들, “언제까지 업체 이전 약속만 믿고 기다려야 하나” 분통

대기오염물질 성분 조사 의뢰했지만 평택시는 ‘불가하다’ 답변만

박환우 의원, “정확한 이전 계획 내놓고 교실 공기청정기 설치 등 조치해야”

체육 수업 중인 세교중학교 학생들

평택여고 학부모 김 아무개 씨는 “아스콘 공장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오염물질로 인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학부모들과 학생, 교직원들이 수년째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평택시와 경기도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소극적인 대처로 시간만 끌어오는 등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학교는 단축수업이라도 한다지만 고등학생들은 그마저도 불가능하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24시간 오염물질에 노출돼 구토와 비염,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우려하고, “아스콘 공장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데 우선 두 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고 에어컨 가동을 위한 전기세 지원이라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당장 공장 이전이 어렵다면 학교를 옮겨 달라”며 “공무원들이 남의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나본데 한 달만 책상을 옮겨 와서 근무해보면 왜 공장 이전이 시급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10년, 20년 뒤 우리 아이들이 큰 병에라도 걸리면 경기도와 평택시가 책임질 수 있겠냐”고 질타했다.

평택여고 강윤석 교장은 “인생에서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는 그보다 많이, 건강은 전부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어차피 이전할 바에는 하루라도 빨리 아스콘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돈이나 명예보다 중요한 건강을 잃지 않도록 우왕좌왕 하지 말고 추진해달다”고 말했다.

김성수 세교중학교장은 “그동안 조사된 현황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학생들과 주민들의 건강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오죽했으면 단축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을지 생각해 달라. 길을 뚫는 것 보다 1000명의 학생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아스콘 배출물질이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역학조사 비용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수차례 평택시에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성분조사를 의뢰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세교산단 아스콘 업체 이전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직원, 주민들이 산단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간담회를 주재한 박환우 시의원은 “아스콘 공장의 위해성 때문에 해마다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는데 시에서는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들어 많은 학생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이유는 재생아스콘 등의 아스콘 생산량이 급증하여 생산시간이 증가하고 고층아파트 건설로 인해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것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하고 ▲재생아스콘 생산 중단 ▲공장 이전 계획의 투명한 공개 ▲공장 이전 시한 초과시 공장 폐쇄 ▲당장 시급한 교실별 공기청정기 설치 및 에어컨 요금 지원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 이계인 산업환경국장은 “회사 측의 공장 이전은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후보지를 압축해 이전 계획을 구체화 시키고 있으며 진행되는 사항들은 문서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면서 “공장 이전 전에라도 강력한 단속 등의 조치를 통해 학생들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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